(엑스포츠뉴스 안양, 김환 기자) 승격 후 홈 팬들 앞에서 '만안교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싶어했지만, 시즌 막바지까지 골이 터지지 않아 답답해했던 이창용이 한을 풀었다.
FC안양의 주장 이창용은 1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울산HD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35라운드 홈 경기에서 팀에 리드를 안기는 역전골을 터트리며 안양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창용은 후반 11분경 안양의 코너킥 이후 공이 흘러나오자 이를 받기 위해 상대 문전으로 날카롭게 침투, 마테우스의 절묘한 패스를 환상적인 슈팅으로 연결해 마무리하며 자신의 올시즌 마수걸이 득점을 뽑아냈다.
이창용은 득점 직후 자신의 시그니처 세리머니인 '만안교 세리머니'를 펼쳤다. 과거 정조가 사도세자를 만나러갈 때 지나갔던 다리인 만안교는 안양시를 대표하는 국가유산으로, 백성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다리라는 뜻을 갖고 있다.
만안교의 의미를 알고 나서부터 이창용은 안양 팬들을 편안하게 하겠다는 의미로 줄곧 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제 만안교 세리머니는 이창용을 상징하는 세리머니가 됐다.
이창용이 안양 소속으로 K리그1 경기에서 골을 터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양 사령탑 유병훈 감독은 "모든 선수가 득점하면 기쁘지만, 주장이고 팀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힘든 상황을 모두 겪으면서 선수단을 잘 독려한 선수다"라면서 "무득점도 기쁘지만, 1부리그에서 첫 골이라고 하니까 축하한다. 감독으로서 미안한 면도 있다. 그런 것들을 이겨내서 대단하다. 앞으로도 안양의 선수로서 훌륭한 모습 보여주길 바란다"라며 이창용을 치켜세웠다.
계속해서 "감독도 팀을 이끌지만, 선수들을 세세하게 케어할 수는 없다. 이창용은 팀에 헌신하는 스태프들에게 잘하는 선수다. 그런 사람들도 안양을 응원하게 하는 힘이 있다. 팀을 하나로 모으는 데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며 이창용이 있기에 팀이 하나로 모일 수 있었다고 했다.
경기 후 수훈선수로 선정돼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창용은 "득점 말고는 생각이 잘 안 난다. 경기가 끝나고 영상을 보니 내가 봐도 잘한 것 같다"라면서 "이 팀에 와서 만안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 세리머니를 꼭 1부에서 팬들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오늘이 그날이 됐다.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 같다"라고 웃었다.
다음은 이창용과의 일문일답.
-경기 소감은.
▲실점하고 어려운 경기가 될 줄 알았는데, 다음 플레이를 잘 이어나간 게 좋았던 것 같다.
-골 장면을 돌아보면.
▲득점 말고는 생각이 잘 안 나는데, 경기가 끝나고 영상을 보니 내가 봐도 잘한 것 같다.
-아예 기억이 안 나는 건가.
▲골이 터진 찰나는 기억이 난다. 골대에 맞을 것 같았는데, 마지막에 들어가는 걸 보고 내가 울산에서 뛰었지만 세리머니를 안 할 수는 없었다.
-한동안 득점이 없었는데.
▲2부리그에서는 골을 넣었는데, 작년에 골을 못 넣었다. 이 팀에 와서 만안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 세리머니를 꼭 1부에서 팬들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오늘이 그날이 됐다.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 같다.
-공격적으로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작년에 내가 부상당했을 때 김정현 선수가 골을 넣고 만안교 세리머니를 해줬다. 지금 (김)정현이가 부상을 당했는데, 작년의 은혜를 갚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어간 것 같다.
-득점 이후에도 상당히 공격적으로 뛰었는데.
▲하다 보니 그렇게 한 것도 있지만, 감독님이 지시한 것도 있다. 센터백들이 앞에 있다 보니 상대 골문과 가까워지는 상황이 많이 나온다. 그런 주문들이 그런 장면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잔류까지 3경기 남았다. 주장으로서 부담감도 있을 것 같은데.
▲부담도 된다. 한 경기 이기고 올라오는 분위기, 한 경기 지면 떨어지는 분위기가 정규 리그와는 완전히 다르다. 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김)보경이 형이나 (김)다솔이 형, 그리고 다른 경험 많은 선수들과 이야기하면서 개인의 생각을 맞춰가고 감독님과의 생각을 맞춰가는 걸 잘하는 것 같다. 아직 잔류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잔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안양은 왜 울산에 강할까.
▲이번 겨울 처음에 붙고 나서 감독님께서 '울산은 세대교체를 위해 선수들을 많이 바꿨고, 우리는 선수들이 그대로지만 장단점이 있을 거다. 나는 너희의 장점을 믿는다'고 하셨다. 감독님께서 우리를 잘 조련하시는 것 같다.
-주장으로서 지난 경기 후 선수단 분위기 추스르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직전 경기에서 좋지 않은 그림들이 나왔다. 축구를 하면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영상이 크게 나간 것도 있다. 이번 경기에서 그런 분위기를 뒤집고자 했다. 우리 팀은 건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그렇게 하길 원하는 마음에서 다같이 준비했다.
-이번 시즌 목표는 이룬 것 같은데 앞으로 안양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개인적인 목표는 잘 모르겠다. 멋있는 팬 분들이 1부리그에 오래 남아있길 바란다. 내가 주연이 될지, 조연이 될지는 모른다. 내가 받은 사랑을 생각하면 안양 팬들이 최대한 오래 이곳에 머무르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시즌 전 세운 목표와 비교하면 지금은 어느 정도 이뤘나.
▲감독님의 생각보다는 아래지만, 내 생각보다는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유병훈 감독의 칭찬에 화답하자면.
▲감독님께서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보람차고 행복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