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0.13 10:19 / 기사수정 2008.10.13 10:19
그러나 스페인은 에스토니아에 3골 차 승리를 거두었다 하더라도, 골찬스를 만들어내는 것에 있어서 고전했다. 이와 같은 점은 스페인 델 보스케 대표팀 감독이 풀어야 할 숙제였다.
전반 초반, 에스토니아는 모든 선수가 하프라인 아래에서 수비를 펼치며 샤비와 알론소가 출전한 스페인의 패스길목을 차단하는 데 성공하였다. 에스토니아는 수비숫자를 많이 둠으로써 스페인의 미드필더와 포워드들간의 간격을 늘리는 데 성공하였고, 그로 인해 스페인이 미드필더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수비라인을 올리고 측면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도록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오히려 에스토니아는 세르히오 라모스가 통해 공격에 참여하는 동안 비게 되는 뒷공간을 이용해 공격하는 식으로 경기를 진행시켰다.
하지만, 전반 33분 프리킥 상황에서 스페인의 후아니토가 골을 성공시킴으로써 에스토니아가 공격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토레스가 패널티킥을 얻어내고 비야가 골에 성공하며 경기는 완전히 스페인 쪽으로 기울게 되었다.
수비적인 에스토니아를 상대로 사비 에르난데스와 사비 알론소의 중원은 굉장히 안정적이었지만 문제는 포워드였다.
스페인이 자랑하던 다비드 비야와 페르난도 토레스의 투톱은 많은 수비에 에워싸여 경기 내내 고립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토레스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시절에는 중앙에서 테크니컬한 움직임과 함께 골로 향해 돌진하는 포워드였지만 리버풀로 이적하면서부터 제라드의 도움을 받으며 골을 기록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포워드로 역할상의 변화를 가져온 탓이었을까, 이번 경기와 같이 고립된 상황에서의 토레스는 그리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와중에 다시 프리킥상황에서 푸욜의 골이 들어가면서 경기의 승자는 가려진 것과 다름없었고, 델 보스케는 비야 대신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투입하며 다시 한 번 4-5-1포메이션을 가동하였다. 파브레가스의 투입과 함께 답답했던 스페인의 공격은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고 리에라와 카솔라 역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오랜만에 파브레가스는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다.
이번 경기는 스페인의 월드컵 예선뿐만 아니라 수비적인 팀을 상대로의 비야와 토레스 투톱 조합을 시험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결과는 실패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븐 제라드라는 특이한 미드필더와 함께 해온 토레스에게 비야라는 파트너는 좋은 파트너가 아니었다.
비록 유로 2008에서의 좋은 활약이 있다고 해도 그 활약은 세나의 뒷받침이 있었고, 세나가 출장하지 않은, 게다가 상대가 수비적인 오늘 같은 경기에선 그 둘의 조합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세나가 출장하지 못할 경우와 세나가 나이가 들면서 따라올 기량하락 현상에 따른 사비 알론소와 사비 에르난데스의 조합도 오늘 볼 수 있었다.
또한 이번 경기를 통해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스페인의 월드컵 성공의 중요한 열쇠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유로2008에서도 보여주었듯이 파브레가스는 스페인에서 경기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델 보스케는 매 경기 파브레가스를 기용하고 있으며 특히 교체투입의 경우 무조건 공격수와 교체시키며 전술을 4-5-1로 바꾸고 있다.
결국, 그는 파브레가스를 주전으로 쓸 생각으로 보인다. 파브레가스는 점점 출장시간이 많아질 것이고 주전으로 뛰게 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스페인 미드필더 진형에서의 파브레가스의 가세는 미드필더를 5명 포진시키는 것과 포워드가 한 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델 보스케는 유로2008에서 보여준 스페인을 조금씩 발전시켜가고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중심으로 한 무적함대를 그리고 있다. 월드컵을 목표로 가다듬어져 가는 파브레가스 중심의 스페인이 기대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보다 더 기대되는 것은, 월드컵 주전을 목표하는 비야와 토레스의 보이지 않는 대결일 것이다.
[사진=비야와 사비 ⓒ2010월드컵 FIFA 공식 홈페이지, 페르난도 토레스 ⓒ리버풀 구단 공식 홈페이지, 세스크 파브레가스 ⓒ아스날 구단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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