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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 모닝와이드] 스포츠 스타, 그들도 인간이다

기사입력 2008.10.14 05:29 / 기사수정 2008.10.14 05:2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대한민국이란 사회에서 '공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중들에게 알려진 공인들에게 가해지는 관심과 비난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들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특정한 사건이 터지면 동일한 내용의 기사가 줄지어서 쏟아집니다. 각자의 개성적인 의견들이 대접받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합리적으로 조율되어 나가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듭니다.

공인이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을 생각해 몸가짐과 처사에 유의하는 것은 당연한 책임입니다. 만약 그들이 옳지 못한 일을 저질렀다면 정당한 비판이 따라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정당한 비판'이라는 것이 매우 드물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최근 한국 연예계를 대표한 어느 여배우가 자살을 선택해 사회적인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한 인간이 최악의 결정을 내리게 된 과정을 보다 깊숙이 숙고하고 '인간에 대한 존엄'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그런 일은 쉽게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스포츠 스타들에게 가해지는 인신공격도 한국 스포츠의 어두운 그림자입니다. 씨름 선수에서 이종격투기 선수로 변신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최홍만(28, 프리)이 최근 자신의 미니홈피에 남길 말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경기력과 군대 문제, 그리고 운동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연예계의 문을 자주 두드리는 외도로 최홍만은 많은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스포츠 선수들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저질러서 다른 이들에게 직접적으로 가해를 주는 이들이 아닙니다. 윤리적인 문제로 불의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그저 경기를 잘못하거나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실력을 보여서 실망감을 가져다 줄 뿐입니다.

그리고 대중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스포츠 스타들은 많은 부분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운동에 전념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본격적인 시즌에 돌입하고 특정한 경기를 위해 훈련에 들어간다면 자기생활은 거의 없게 됩니다.

또한, 모든 운동선수들의 태도와 성향이 획일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일례로 이종격투기 선수들만 봤을 때, 언제나 운동에만 전념하고 대중들에게 다가서면 겸손하고 순박한 모습을 보이는 효도르가 있다면 링 밖에서 쇼맨십을 벌이며 독설로 자신감을 표출하는 바다하리 같은 선수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경직된 한국사회에서는 바다하리 같은 선수보다 효도르 같은 선수의 모습에 더욱 친근감과 한호성을 보냅니다. 문제는 모든 선수들이 효도르처럼 동일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저 묵묵히 운동에만 충실하고 다른 것에는 신경 안 쓰고 정진하는 ‘모범생’ 타입에 익숙해진 한국사회에서 독특한 끼와 쇼맨십을 가진 최홍만은 어느 순간부터 질타를 받는 선수로 여겨졌습니다.



여기에 한국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군대문제까지 터지자 최홍만에게 가해지는 악담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그리고 바다하리와의 경기에서 포기하는 모습에 팬들은 광분했고 최홍만은 '비난의 타켓'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최홍만 본인의 실책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자신에게 비난이 가해지는 것은 분명 당사자의 책임도 있지만 이종격투기 무대에서 나름대로 선전을 펼치고 한동안 국내 격투기 팬들에 즐거움을 선사한 최홍만이 건설적인 비판이 아닌, 인신공격성의 비난을 받을 명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경기를 치르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프로 선수치고 자신의 분야에서 퇴보하고자 하는 이들은 매우 드뭅니다. 그러나 더욱 초심을 다지고 운동에 전념해야하는 것이 최홍만에게 필요한 부분입니다. 또한, 최홍만의 정신력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에 대한 정확한 지적이 들어가 있어야 명분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건설적인 비판보다는 최홍만을 향한 인신공격성 비난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졌습니다.

대중들은 스포츠 선수들이 부상으로 신음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그 고통의 진정한 아픔은 당사자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느끼지 못합니다.

심적인 고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무수한 대중들은 타인이 겪는 아픔을 직접으로 느낄 수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이 비난을 퍼붓는 대상과 직접적으로 마주치지 않고 자신이란 존재가 감춰진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는 그 아픔을 즐기고 들춰내면서 쾌감을 얻는 이들이 많습니다.

최홍만은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자유롭지 못한 삶과 그 누가 내 마음을 알까하는 심정을 남겼습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스포츠 스타들 중, 인터넷을 피하고 방송매체 같은 영향력이 큰 대중 매체들을 기피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태릉에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마린 보이' 박태환(19, 단국대)에게 훈련에 대한 상황보다는 사생활을 캐묻는 태도와 '피겨 여왕' 김연아(18, 군포 수리고)에 대한 올바른 사실과 경기력에 대한 분석은 등한시 한 채, 미니홈피에 언급된 시시콜콜한 단면까지 기사화시키는 처사는 실로 문제점이 많습니다.

스포츠 스타들을 진정어린 마음으로 대하려면 그들을 하나의 존엄한 인간이자 '인격체'로 여기고 진솔하게 접근해야 됩니다. 대중들의 시선은 그들의 경기력과 인생을 좌우하는 큰 요소입니다.

[사진 = 최홍만 (C) 임찬현 기자, 바다하리 (C) 변성재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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