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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현수, '저주 그까이꺼'

기사입력 2007.06.26 00:56 / 기사수정 2007.06.26 00:56

박현철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이영민의 저주가 뭐예요?'

고교 시절 최고 타자 중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고도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던 김현수(20. 두산 베어스). 수비, 주루 면에서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고 절치부심, 대학 진학도 거절하고 2005년 말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그는 현재 두산의 6번 타자로 활약 중이다.

'이영민 타격상'의 저주

이영민(1905~1954)은 1928년 한국 최초의 홈런을 때려내는 등 한국 야구계에 큰 획을 그었던 야구인이다. 그를 기려 그 해 11월 한 해 고교 최고 타자를 뽑아 시상하는 상이 '이영민 타격상'이다.

1985년 인천고 김경기(현 SK 와이번스 코치) 이후 수상자들이 프로무대에서 별다른 족적 없이 사라지거나 부진에 빠지면서 한 때 '이영민의 저주'라는 말이 야구팬들 사이에 떠돌았다.

역대 수상자를 따져봐도 프로무대에 기대만큼 이름을 남긴 선수는 '인천의 아들' 김경기를 포함해 59년 경동고 '프로야구 유일의 4할 타자' 백인천, 73년 군산상고 '대도' 김일권, 77년 대구상고 '헐크' 이만수 정도에 불과하다. 

91년 수상자 신일고 강혁(33. SK)은 프로 영구제명, 병풍 파동 등을 겪으며 조금씩 명성을 잃고 있고 94년 경남상고 김건덕은 고교 시절 혹사 후유증으로 쓸쓸히 야구를 접었다. 유일한 2회(97,98년) 수상자 경남고 신민기는 한화 이글스 입단 후 병풍에 휘말려 현재 군입대 중이다.

타자 최대어의 신고선수 입단

2005년 55타수 20안타. 370의 성적으로 고교 타자들 중 타격 1위를 차지했던 신일고 김현수는 더욱 쓸쓸했다. 8월 2차 지명에서 프로구단들에 버림받은 채 9월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에 참가했고 11월 이영민 타격상을 받았다.

고교 최고 타자에게 대학의 스카우트 제의는 빗발쳤다. 그러나 그는 '상아탑'에 오르는 대신 프로의 길을 택했다. 당시 신고선수 동기는 어깨부상 중이던 특급 좌완 부산고 고병우, 김명제(21. 두산)의 뒤를 이을 것으로 여겨지던 휘문고 우완 안도형 등이 있었다.

현재, 2006년 입단한 신고 선수 중 살아남은 선수는 김현수 한 명뿐이다. 그리고 그는 두산에서 생존한 여세를 몰아 주전 굳히기에도 도전하고 있다.

나이답지 않은 정교한 타격

시즌 초 김현수는 팀의 찬스를 번번이 날리며 팬들의 비난을 받다가 5월 11일 2군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지난 1일, 다시 1군에 돌아온 김현수는 시즌 초반과 달라진 배팅으로 팀에 기여했다.

1군 복귀전이던 1일 LG와의 경기에서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다른 모습을 기대하게 했던 김현수. 6월 한 달간 59타수 21안타(.356) 2타점을 기록하며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했다.

김현수는 나이에 비해 참을성이 많고 선구안이 좋은 타자다. 자기 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만들어 벗어나는 공은 절대 휘두르지 않는다. 또한, 우완, 좌완, 잠수함 투수를 상대로 한 타율이 모두 2할 8~9푼대로 투수를 가리지 않는 타격을 보이고 있다.

주전 보장? 아직은 더 지켜봐야

다만, 타격 시 공에 힘을 제대로 싣지 못해 장타력 면에서 부족한 면이 있다. 아직 홈런이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또한, 발이 느려 외야수를 맡기기엔 조금 미덥지 못한 면이 많다.

고교 시절 머리 위로 날아가는 타구를 20여 m 전력 질주해 잡은 적이 있을 정도로 포구 능력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주로 출전한 포지션이 1루수인지라 외야에서의 타구 판단력은 약간 미흡하다.

경험이 부족해서 찬스 상황을 날려버리는 경우도 더러 있다. 시즌 초 팀의 부진과 맞물려 많은 비난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다. 좋은 자질을 갖췄으나 갈고 닦을 곳이 더 많은 선수. 그가 바로 김현수다.

저주를 깰 선두주자는 누구?

강혁이나 신민기 등은 아직 은퇴한 선수가 아니라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 황성용(24. 롯데, 2001년 부산고),  최정(20. SK, 2004년 유신고)은 저주를 깰 수 있는 재능이 충분한 선수들이다.  한화 대졸 신인 서정(23. 2002년 광주일고), 투수로 전향한 박정태(22. KIA, 2003년 부산고)도 있다.

확실하게 '저주'라고 이름 붙이기엔 이른 감이 있다. 김현수를 비롯한 다른 '이영민 타격상' 수상자들이 하나 둘 좋은 활약을 펼치며 프로무대에 이름을 날린다면 앞으로의 시상자들이나 수상자들이나 더 기쁜 마음으로 시상식 자리에 앉아 있지 않을까 싶다.

<사진=두산 베어스>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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