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1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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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커+] 둥가와 마라도나, 영웅에서 역적으로

기사입력 2010.07.05 09:16 / 기사수정 2010.07.05 09:16

박문수 기자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브라질 대표팀 사령탑 카를루스 둥가가 사임 의사를 전했다. 아르헨티나를 이끈 디에고 마라도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자국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선수로서 월드컵 우승을 이끈 영웅이지만, 이번 월드컵 실패를 계기로 단숨에 역적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모두 선수 선발 과정에서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였으며 자신의 축구 철학을 강조하다가 자멸했다.

▶ 실리 축구를 지향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둥가의 브라질

우선, 둥가의 브라질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각) 열린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잘 싸우고도 1-2로 역전패하며 8강에서 탈락했다.

애초 브라질의 둥가는 실리 축구를 지향하며 기존의 팀이 선수 개인의 기량을 중시하는 것을 대신해 하나의 팀으로서 단결된 대표팀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지향한 실리 축구에 발목을 잡히며 대표팀의 탈락을 지켜봐야 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미드필더를 수비 진영 깊숙이 내리면서 카운터 어택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한 둥가는 동점과 역전 골을 실점했음에도, 안일한 전술로 경기에 임했다. 이 때문에 브라질은 60년 만에 비유럽에서 열린 월드컵 경기 패배와 12년 만에 역전패 허용이라는 굴욕적인 결과를 낳으며 8강에서 탈락했다.

한편, 이날 둥가는 엘라누의 부상과 하미레스의 경고 누적이란 악재 속에 제 컨디션이 아닌 펠리피 멜루와 다니 아우베스를 선발 출장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이날 경기에서 최악의 활약을 보여주며 팀의 역적으로 자리 잡았다.

멜루는 전반 10분 호비뉴의 득점을 도우며 영웅으로 부상하는 듯싶었으나 줄리우 세자르와의 소통 실수로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의 동점골에 간접적으로 이바지했다. 또한, 후반 중반에는 아르연 로번의 다리를 밟는 비신사적인 행위로 퇴장을 당했다.

다니 아우베스는 쓸데없는 패스 미스를 자주 범했으며 드리블 과정에서 무리한 돌파를 시도했다. 또한, 대책 없는 중거리 슈팅으로 경기의 흐름을 자주 끊었다. 게다가 후반 막판 결정적인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부정확한 모습을 보이며 브라질이 얻은 기회를 모두 놓치게 했다.

이들의 부진은 둥가의 용병술에 문제가 있었음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둥가는 자신의 잘못된 선수 기용 과 8강 탈락이라는 부진한 성적에 책임을 지고 경기 직후 사임 의사를 밝혔다.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둥가는 선수로서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주장을 맡아 대표팀의 통산 4번째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마우로 시우바와 함께 중원 장악에 크게 이바지했으며 주장으로서 빼어난 리더십을 보여주며 브라질 국민의 지지를 얻었던 전설적인 선수였다.

이후, 둥가는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졸전 끝에 8강에서 탈락한 은사 카를루스 파헤이라 감독의 뒤를 이어 브라질 대표팀의 사령탑을 수락하며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부임 직후, 그는 2007 코파 아메리카, 2009년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우승하며 명장 대열에 합류했다. 그럼에도,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8강 탈락이라는 성적으로 쓸쓸히 물러나게 됐다.

▶ 선수 개인의 능력에 의존했지만, 독일에 대패한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



둥가의 브라질이 경기 내용에서 선전한 것과 달리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는 ‘無’전술로 대회에 나섰다가 감독의 중요성을 일깨운 단적인 예로 자리 잡았다.

이번 대회에서 마라도나는 철저히 선수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전술로 경기에 나섰다.

그는 최전방에 카를로스 테베스와 곤살로 이과인을 두면서 리오넬 메시가 이들을 뒷받침하는 형태로 공격진을 구성했다. 문제는 미드필더였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를 포백 위에 두면서 수비진을 보호하는 동시에 공격 2선에서 상대의 돌파를 견제하는 것은 유용했다. 그러나 앙헬 디 마리아와 막시 로드리게스라는 측면에서의 활용성이 뛰어나며 공격적인 선수를 두는 것은 오류였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는 지나치게 공격 지향적인 전술을 띄게 됐다. 조별 예선과 16강전까지는 오심과 행운으로 자존심을 지켰지만, 8강에서 만난 강팀 독일과의 경기에서는 중원 장악에 실패하며 뒷공간을 자주 허용했다. 이는 0-4패라는 굴욕적인 결과를 낳았으며 경기 직후 마라도나는 사임 의사를 표했다.

마라도나는 자타공인 펠레와 함께 세계 축구의 흐름을 주도한 선수였다. 그는 조국 아르헨티나의 1986 멕시코 월드컵 우승에 수훈갑이었으며 다음 대회에서 준우승을 이끄는 등 말 그대로 축구계의 전설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08년 알피로 바실레의 후임으로 대표팀 감독에 임명되고 나서 선수 선발을 비롯해 여러 문제에서 잡음을 일으키며 선수로서의 명성에 해를 입혔다.

비록 선수들과의 의사소통과 라커룸 장악, 팀원 사기 충전에는 좋은 영향을 끼쳤지만, 전술적인 부분에서 치명적인 결함을 드러내며 하나의 팀으로서 실패, 쓸쓸히 물러날 처지에 놓여있다.

[사진=카를로스 둥가(위), 디에고 마라도나(아래) (C) Gettyimages/멀티비츠]
 



박문수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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