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12-05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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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에게 이런 날 오다니…"원정팀 라커룸 들어가는데 기분 묘해, 냉정함 유지하려고 했어" [현장 일문일답]

기사입력 2025.10.19 00:00



(엑스포츠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김환 기자) 커리어 처음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라커룸을 사용하게 된 기성용은 원정 라커룸으로 들어가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기성용은 멘털적으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냉정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기성용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33라운드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 29분경 정교한 킥으로 이호재의 선제골을 돕는 등 맹활약을 펼치며 포항 스틸러스의 2-1 승리에 기여했다.

기성용은 경기 외적으로도 이날 경기의 중심에 있었던 선수이기도 했다.

서울의 레전드인 기성용은 지난 여름 서울을 떠나 포항에 입단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서울 팬들은 레전드를 붙잡지 않은 구단에 큰 실망감을 드러냈고, 일부 팬들은 지금도 기성용을 떠나보낸 김기동 감독을 향해 야유를 보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난 6월29일 기성용이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어수선해진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1라운드 이후 약 4개월 만에 열리는 맞대결에 관심이 쏠렸다. 포항 박태하 감독은 최근 경기력이 좋은 기성용을 선발로 내세우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결과적으로 기성용 선발 카드는 승리로 이어졌다.

기성용은 미드필드 중앙과 후방 백3의 한 자리를 오가면서 포항의 빌드업을 안정적으로 주도했다. 주변 동료들과 패스를 주고 받으며 압박을 풀기도 하고, 장기인 중장거리 패스로 단숨에 서울 수비진을 위협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백미는 전반 29분 프리킥 상황이었다. 프리킥 키커로 나선 기성용은 날카로운 킥으로 이호재에게 정확하게 공을 전달했고, 이호재가 이것을 헤더로 연결해 서울의 골네트를 흔들며 선제골을 뽑아냈다. 포항 이적 후 1도움을 기록 중이던 기성용은 친정팀 서울에 비수를 꽂는 어시스트로 자신의 시즌 두 번째 도움을 올렸다.



포항은 이후 조영욱에게 동점골을 실점했지만, 경기 막판 주닝요의 추가 득점으로 다시 리드를 가져오며 서울 원정에서 2-1 승리를 챙겼다.

이미 파이널A 진출을 확정 지은 상태였으나 이번 경기 결과로 서울과의 승점 차를 6점으로 벌린 점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티켓 경쟁을 벌여야 하는 포항으로서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박태하 감독은 내친김에 준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경기 후 수훈선수로 지목된 기성용은 "지난 2경기에서 연패한 이후 승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높은 목표를 위해 중요한 경기였는데, 승점 3점에 보탬이 되어서 개인적으로나 팀적으로나 기쁜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대표팀도 마찬가지고, 서울에서도 계속 홈 라커룸을 썼다. 처음으로 원정팀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묘했다"면서도 "베테랑으로서 냉정해지고, 개인적인 이익과 감정보다 팀에 보탬이 되자는 마음으로 했던 것 같다. 경기 전부터 여러 가지 관심과 기대가 있었는데, 냉정해지려고 노력했다"며 인생 첫 상암 원정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이야기했다.

다음은 기성용과의 일문일답.



-소감은.

▲지난 2경기에서 연패한 이후 승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높은 목표를 위해 중요한 경기였는데, 승점 3점에 보탬이 되어서 개인적으로나 팀적으로나 기쁜 경기였다.

-어떤 심정으로 경기를 준비했나.
▲다들 아시다시피 서울이라는 팀은 나에게 있어서 특별한 팀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곳에서 꿈을 키웠다. 대표팀도 마찬가지고, 서울에서도 계속 홈 라커룸을 썼다. 처음으로 원정팀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묘했다. 베테랑으로서 냉정해지고, 개인적인 이익과 감정보다 팀에 보탬이 되자는 마음으로 했던 것 같다. 경기 전부터 여러 가지 관심과 기대가 있었는데, 냉정해지려고 노력했다.

-선제골 이후 격한 세리머니를 했는데, 이 득점이 포항에 어떤 의미였나.
▲선수들이 지난 서울 원정에서 1-4 대패를 당하면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던 것 같다. 내가 포항으로 이적하면서 여러 스토리들이 많이 생겼다. 경기장에 들어가면 지고 싶어 하는 선수는 없다. 많은 원정 팬 앞에서 승리하고 싶었던 강한 승부욕이 보였다.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해준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도 고맙다. 나 역시 열심히 하려고 했다. 주변에서 많이 도움을 줘서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가 있나.
▲서울에는 나와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이 많다. 감독님과 코칭 스태프가 어떤 주문을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이것이 도움이 됐다. 정보를 많이 공유했다. 사실 상대보다는 우리에게 초점을 맞췄다. 포항이라는 팀의 장점이 무엇인지, 선수들이 어떤 역할을 했을 때 좋은 모습을 보였는지를 파악했다. 

지난 2경기 패배로 아쉬움이 있어서 우리에게 집중했다. 순위표에서 가까운 팀이 서울이었다. 서울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수비에 대해 다른 경기보다 선수들을 더 철저하게 마크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조영욱 선수에게 실점한 것 외에는 완벽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서울 팬들에게 인사할 때 감정이 어땠나.

▲사실 내 마음을 누가 헤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도 서울에서 오랜 기간 사랑받았고, 항상 얘기한 것처럼 서울 팬들은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다.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항상 위로해 주셨고, 팀이 힘들 때 많이 응원을 보내주셨다. 

경기를 준비하면서 개인적인 감정을 내려놓자고 생각했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마음이 복잡했다.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서울 팬분들께 보여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인사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포항 팬분들도 이해해 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선수 생활 계획은.
▲마지막 5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마무리하고 싶다.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현재를 즐기려고 한다. 이적하는 상황 속에서 힘든 시간이 많이 있었다. 박태하 감독님께서 큰 힘이 되어주셨다. 동료들도 내가 포항에 온 이후 다가와 줬고, 포항의 문화를 잘 알려주면서 내가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이 도움을 줬다. 

일단은 마지막 5경기를 후회 없이 치르고 싶고, 팀이 다음 시즌 ACL에 도전할 수 있는 위치에서 마무리하고 싶다. 매 경기가 이제 결승전이다. 오늘 같은 집중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포항 팬들이 이름을 연호할 때 서울 팬들이 야유를 보내던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이적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어떤 팬분들은 나를 여전히 사랑하시기도 하지만, 나를 비난하시는 팬들도 있을 거다.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포항에서 다시 축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다는 거다. 포항 팬들이 나를 반겨주시고, 지금도 경기장 안팎에서 항상 환영해 주신다. 그래서 여러 생각이 든다. 

물론 서울에서도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셨고, 잊지 않고 있다. 포항에서도 많은 팬들이 잘해 주셨다. 선수로서 축복이지 않나 싶다. 내가 받을 수 있는 사랑에 감사하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상황이 그렇게 됐으니 잘 준비해서 잘 맞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양쪽 팬분들께 감사하다. 오늘도 인사하러 갔을 때 박수를 쳐주시는 모습을 보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상황이 정리가 됐고,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나.
▲사람이다 보니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정리됐다기보다 포항에서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축구에 집중하고, 선수들과 지내면서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을 잊고 축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팀에서 노력해 주셔서 개인적으로 감사하다. 포항이라는 지역이 다른 생각을 버리고 축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있다. (신)광훈이 형이라는 힘이 되어주는 선배도 있다. 지난 3개월은 아무 생각 없이 축구에 매진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릴스나 이런 것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축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포항만의 문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서울과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나.
▲특정 팀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는 아니다. 비교보다 도시의 특성, 생활 특성, 선수들의 특징, 팀 예산이 다르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지금은 팀 숙소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서울에 있을 때는 집에서만 왔다 갔다 했지만, 지금은 훈련 때 일찍 가서 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훈련이 끝난 이후에도 숙소에서 경기도 보고 분석도 한다. 포항에 있으면 약속도 없다. 그런 차이다. 

서울 선수들은 이름값이 포항보다는 좋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축구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전에 포항이 스완지나 선덜랜드 같은 도시라고 말했다. 어쩔 수 없는 팀만의 문화다. 거기서 나오는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서울월드컵경기장, 김환 기자 / 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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