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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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리뷰] '그대를 사랑합니다' 사랑은 청춘의 전유물이 아냐

기사입력 2018.12.27 13:49 / 기사수정 2018.12.27 13:49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늙음, 노년…. 괜스레 거부감이 들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늙는다는 건 생각보다 어둡고 막막한 건 아닐 거다. 인생의 자연스러운 여정일 뿐이다. 인생의 끝자락에 있는 노인도 사랑에 대한 욕망이 있고 친구와 우정을 쌓고, 또 이별에 아파한다. 

객석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린다. 황혼기에 접어든 네 남녀의 이야기가 따뜻하면서도 뭉클하다.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야기다.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연재 당시 인기를 끈 강풀 작가가 쓴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이해제 연출이 재구성했다. 한국 사회에서 소외되고 관심이 멀어진 노인들이 주인공이다. 우유배달을 하는 김만석과 파지를 줍는 송씨(송이뿐), 주차관리소에서 일하는 장군봉과 치매를 앓는 조순이의 우정과 사랑을 담았다. 연극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로도 선을 보일 만큼 호응을 받았다. 

만석은 쑥스러워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서툴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츤데레’ 남자다. 눈만 마주치면 투덜대지만 주민등록증이 없어 기초 생활 수급 대상자가 되지 못한 이뿐을 위해 주민 센터에 함께 찾아간다. 직접 쓴 편지로 고백하는 모습도 훈훈하다. 이뿐은 그런 만석이 싫지 않은, 따뜻한 미소의 소유자다. 두 사람의 연애는 젊은이의 그것 못지않게 풋풋하고 설렘을 유발한다. 아내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고 끝까지 함께하는 길을 택하는 군봉의 순애보도 가슴을 찡하게 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소소하지만 진한 여운을 남긴다. 노년의 사랑 이야기여서 선입견을 품을 수도 있지만 젊은층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상황이나 처지가 어떠하든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 달콤한 청춘은 아닐지언정 사랑과 우정이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걸 잔잔하게 일깨운다. 

새벽 골목길의 오르막길을 구현한 무대가 정겹다. 배경은 단순한데 조명으로 장면에 맞는 적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멀티맨(김주일)의 연기도 곳곳에 웃음 포인트로 작용한다. 

박인환부터 정영숙, 신철진, 박혜진 등 중년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롭다. 박인환은 입만 열면 버럭대지만 남자 만석 역할에 제격이다. 초반에는 걸쭉한 ‘욕’ 입담으로 관객의 웃음을 터뜨리게 하더니 이후에는 애틋한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하며 눈물샘을 자극한다. 정영숙은 아픈 과거를 가진 초라한 송씨에서 만석과 진솔하게 사랑하는 송이뿐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슬프지만 아름답게 담아낸다. 치매를 앓는 아내를 극진하게 보살피는 사랑꾼 장군봉 역의 신철진과 아이처럼 순수한 조순이로 분한 박혜진의 가슴 저릿한 케미도 잘 어우러진다. 

내년 1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열린다. 100분. 만 7세 이상.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그대를 사랑합니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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