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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경험 부족 하자지, 사우디 결정적 패인

기사입력 2008.11.20 18:37 / 기사수정 2008.11.20 18:37

강대호 기자

11월 19일(한국시각 20일 오전 1시 35분) 사우디아라비아(52위)와 대한민국(53위)의 2010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10강 조별리그) 2조 3차전은 원정팀 한국의 2-0 승리로 끝났다.

후반이 한창인 58분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수 나이프 하자지(20, 알이티하드)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자 수적 우위를 점한 한국은 85년생 공격수 듀오 이근호(대구FC)와 박주영(AS모나코)이 각각 77분과 정규시간 종료 후 추가시간 1분에 골을 넣었다. 1994년 12월 24일 원정평가전에서 1-0으로 이긴 후 상대전적 2무 3패 3득점 7실점으로 절대 열세였던 한국은 5,078일 만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승리했다.

흔히 한국 언론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거둔 마지막 승리라고 말하는 1989년 10월 25일 월드컵 예선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중립경기였다. 1994년 12월 24일 A매치로 인정된 평가전에 한국이 올림픽대표팀(U-23)으로 임했기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가 홈에서 한국 성인팀에 진 것은 1980년 1월 28일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평가전(1-3 패)이 이번 경기 이전 마지막이었다. 10,525일 동안 홈에서 한국 1군에 진 적이 없으며 메이저대회(월드컵·대륙선수권) 예선 홈경기는 상대 전적 무패였던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번 패배는 큰 충격이다.

이 경기를 본이라면 누구나 입을 모아 하자지의 퇴장이 승패의 분수령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하자지는 11월 8, 12일 홈에서 열린 타이(116위)·바레인(74위)과의 평가전에서 모두 3골 1도움을 넣어 급부상했지만, 한국전을 앞두고 월드컵 예선 출전 경력이 한 경기도 없었을 뿐 아니라 소속팀에서도 지난 시즌까지 존재감이 없었다.

이런 신예를 평가전 활약만 믿고 기용하는 것은 실패하면 전적으로 기용한 감독 책임이 된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44위)과 함께 전력상 조 수위를 다투는 팀이다. 홈경기였고 최근 상대전적의 절대 우세를 믿었겠지만, 결과적으로 하자지는 한국보다 전력이 약한 팀을 상대로 월드컵예선을 먼저 경험하는 것이 순서였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자신뿐 아니라 감독까지 피해를 본다는 부담 때문인지 하자지는 초반부터 의욕이 앞서 과도한 몸싸움으로 일관했고 결국 경기 시작 34분 만에 양팀 선수 중 첫 경고를 받았다. 일대일 상황에서 과연 페널티킥을 얻기 위한 속임 동작을 취했는지 논란이 있을만한 두 번째 경고는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첫 번째 경고는 경험 미숙 때문이 분명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전을 앞두고 지난해 아시아 최우수선수에 빛나는 야세르 알카타니(26, 알힐랄), ‘아라비아반도의 라울’로 불리는 사드 알하르티(24, 알나사르)가 각각 부상과 경고누적으로 제외됐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준결승 일본전에서 두 골로 3-2 역전승을 이끌었으며 이번 예선 6경기 3골을 기록 중인 알레크 알하우사위(27, 알알리)도 햄스트링 이상으로 한국전 선발 출전이 어려웠다.

이와 같은 공격진의 전력 손실 때문에 하자지가 선발 출전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경기 종료 11분을 남기고 등장한 알하우사위는 짧은 시간에도 두 차례 득점이나 다름없는 위협적인 공격을 구사했다. 또한, 67분 투입된 미드필더 아메드 알프라이디(20, 알힐랄)는 대표팀 최고의 빠르기와 교체선수임에도 예선 2경기 2골의 득점력까지 겸비한 위력적인 선수다.

미숙한 선수의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한국전의 비중을 생각했다면 비록 전문 공격수는 아니지만, 한국 수비진의 빠르기 부족을 공략할 수 있는 알프라이디를 선발로 내세우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예선 주전 경험은 없지만 9월 10일 아랍에미리트(113위)와의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어 2-1 승리에 큰 힘이 되는 등 이에 못지않은 활약을 했다.

한국이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내년 6월 10일 홈경기에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카타니·알하르티가 결장하고 알하우사위가 100%가 아닐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한, 비극으로 끝났지만 예선 첫 선발이라는 값진 경험을 쌓은 하자지가 대표팀의 진정한 주전으로 성장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월드컵 본선 5연속 진출을 노리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대로 주저앉지 않을 것이다.

참고: 이 글은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과 현지시각을 반영했다.

[사진=페널티킥을 위한 속임 동작 여부로 논란이 된 나이프 하자지. (C) 알레크트 닷컴]



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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