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왕즈이(중국·세계랭킹 2위)에게 일격을 당해 전영 오픈(슈퍼 1000) 우승이 무산된 안세영(삼성생명·세계랭킹 1위)이 패배를 인정하면서 다음 대회에서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의 커리어 사상 세 번째 우승, 그리고 2연패를 놓쳤음에도 불구하고 패배를 받아들인 안세영이다. 안세영은 시상대에서 매번 자신에게 박수를 쳐줬던 라이벌이 챔피언이 되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스포츠맨십을 지켰다.
다만 시상대 뒤에서 흘린 눈물은 안세영도 어쩔 수 없었다.
안세영은 8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의 유틸리타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전영 오픈 결승에서 왕즈이에게 게임스코어 0-2(15-21 19-21)로 패배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지난해에 이어 한국 배드민턴 단식 사상 최초의 전영 오픈 2연패와 세 번째 전영 오픈 우승에 도전했던 안세영의 도전은 이날 패배로 좌절됐다.
최근 10번의 맞대결에서 왕즈이를 상대로 전승을 기록 중이었기에 이번 패배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안세영은 지난해 12월 열린 BWF 월드투어 파이널과 올해 열린 말레이시아 오픈(슈퍼 1000), 인도 오픈(750)을 비롯해 대회 결승에서 왕즈이를 만날 때마다 상대를 어렵지 않게 제압하면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다. 안세영이 세계랭킹 1위, 왕즈이가 2위이기는 했지만 두 선수의 상대전적은 18승4패로 안세영이 압도적인 모습을 유지했다.
때문에 이번 경기도 안세영의 승리가 예상됐다.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왕즈이가 또다시 안세영의 벽에 가로막혀 우승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안세영은 1게임에서 왕즈이의 수비에 고전하며 연달아 점수를 허용했다. 초반 3-1까지 점수를 벌렸지만 이내 4점을 연속으로 내주면서 점수가 뒤집혔고, 한때 점수가 6-12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안세영은 한 번도 점수를 리드하지 못한 채 15-19로 뒤진 상황에서 연속 2점을 내줘 왕즈이에게 1게임을 넘겨주고 말았다.
안세영이 왕즈이에게 게임을 빼앗긴 것은 지난해 12월 월드투어 파이널 결승 이후 처음이었다. 두 선수는 올해 말레이시아 오픈과 인도 오픈에서 서로를 마주했으나, 두 번의 결승 모두 안세영이 게임스코어 2-0으로 완파한 바 있다.
2게임에서는 접전이 펼쳐졌으나, 13-13에서 왕즈이가 3연속 득점을 올리며 승기를 잡았다. 안세영은 16-20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내리 3점을 추가해 19-20까지 따라붙었지만, 마지막 랠리에서 왕즈이가 시도한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결국 패배했다.
체력전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안세영조차 호흡을 고르기 위해 잠시 고개를 떨구는 등 2게임에서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무려 11경기 만에 안세영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왕즈이는 우승이 확정된 직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관중석을 향해 포효했다.
안세영은 이날 패배로 지난해 9월 이후 이어지고 있었던 연승 행진을 36연승에서 마감했다.
안세영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왕즈이가 우승을 차지한 직후 왕즈이를 향해 박수를 보내며 왕즈이의 우승을 축하했다. 시상식에서도 왕즈이의 세리머니가 끝날 때까지 박수를 쳤다. 패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배드민턴 여제의 모습이었다.
밀려오는 슬픔은 어쩔 수 없었다. 복수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안세영은 시상대에서 내려온 직후 눈물을 보였다.
대회가 끝난 뒤 안세영은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소감을 전했다.
안세영은 "오늘은 아쉽게도 날이 아니네요. 저도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선수가 더 좋은 경기를 펼쳤습니다"라며 "왕즈이 선수의 전영오픈 첫 우승에 축하를 전합니다"라고 썼다.
이어 "그래도 버밍엄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 경기를 돌아보며 더 발전한 부분들도 많네요"라면서 "경기장에서 함께해 주신 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응원이 항상 큰 힘이 되고 저를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라며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안세영은 끝으로 "다음에 더 강해져서 돌아오겠습니다"라며 다음 대회에서도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안세영은 오는 4월 말 한국 여자대표팀과 함께 덴마크에서 열리는 BWF 세계여자단체선수권(우버컵)에 참가한다.
사진=연합뉴스 / SNS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