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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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와 김현중 그 라이벌 신인 강타자들의 행보와 운명은?

기사입력 2005.01.31 01:16 / 기사수정 2005.01.31 01:16

임건순 기자


라이벌 박병호와 김현중

2004년 고교무대를 주름잡았던 강타자를 살펴보면, 북일고의 클러치히터 이종환, 이영민 타격상을 놓고 겨루었던 유신고의 최정, 청원정보고의 김정수, 부산고의 툴플레이어 정의윤 등이 있다.

하지만 매스컴의 조명과 팬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았던 선수는 다름 아닌 김현중과 박병호였다. 그들은 성남고에서 3, 4번을 쳤던 라이벌이며 두 선수 모두 지난해 고교 최고 타자중 하나로 손색이 없던 선수들이다.

박병호는 화순고의 최고야에서 휘문고 김형준까지 전대미문의 4연타속 홈런을 기록해 연고팀인 LG트윈스에 1차 지명되어 LG에 입단했다. 김현중은 청룡기대회 MVP를 수상하며 성남고를 우승으로 이끈 강타자로서 2차 2번으로 지명되어 삼성라이온즈에 입단했다.

성남고 시절, 그들은 주전 포수 자리를 경쟁하며 포수와 1루수를 서로 번갈아 가면서 봤었고 '3번 박병호, 4번 김현중'으로서 팀타선의 중책을 맡으며 절대 서로에게 지지 않겠다는 각오속에 경쟁하며 커왔던 선수들이다. 두 선수는 이렇게 프로에 입문하게 되었다.


굳이 둘을 비교하자면


지난해 두 선수가 성남고에서 뛰는 것만 20경기 가깝게 관찰했던 필자이지만 둘 중 누가 더 낫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프로에서 조금도 검증 받지 않은 선수들을 가지고 딱잘라서 우열을 말하기는 전문가도 쉽지 않은 일인데 하물며 맹문의 안목을 가진 본 기자가 어찌 판단 내릴 수 있을까.

하지만 나름대로 각각 항목을 나누어서 부분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손목힘과 뱃스피드 그리고 근성과 수읽기는 김현중이, 하체를 이용해 받쳐놓고 치는 요령 그리고 자기관리와 성실성은 박병호가 앞선다. 마지막으로 스윙시에 김현중은 팔이 좀 들려 나오거나 퍼져 나오는 경향이 있는데 이 부분은 박병호가 우위에 서 있다.

써놓고 보니 박병호가 프로적응이 더 빠를거 같다고 진단된 것도 같은데, 조목조목 따져보면 지난해 김현중보다 박병호를 더 우위로 보았던 전문가들의 의견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자, 이제 중요한 건 프로에 입문한 두 선수들이 앞으로 어떻게 배우면서 뻗어나가느냐의 문제다. 둘의 행보를 예상해보자면, 박병호 그리고 김현중이 처한 상황과 여건은 너무도 극명하게 다르고 박병호가 훨씬 유리한 위치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박병호의 우세가 쉽게 예상된다.


그들의 행보와 운명은?

먼저 김현중은 일단 쟁쟁한 선배 야수들이 너무 많아 비집고 들어갈 틈이 너무 좁아보인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투수는 자체적으로 키워 조달하지만 야수는 외부에서 영입해 그들에게 비중을 두고 팀 타선을 개편하는 관행이 있는 삼성이다. (삼성의 투자를 비난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삼성이 하는 투자의 순기능을 애써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평소 생각하는 사람이다.)

일단 김현중의 포지션인 포수부분은 당장 주전에 진갑용과 백업에 경성대 최고 포수였던 2년차 이정식, 인하대에서 나름대로 공수에서 검증을 받은 손승현등 너무도 버거운 상대들이다.

1루수로도 포지션을 전향하거나 느리지 않은 발과 강한 어깨를 고려하면 외야전향도 가능해보이나 1루나 외야에도 너무도 쟁쟁한 선수들이 몰려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김현중에게 2~3년간 기회란 것이 너무도 박하게 주어질 것이라는건 누가보더라도 자명한 일.

하지만 박병호는 김현중에 비하면 훨씬 축복 받은 상황과 여건을 가지고 있다. 3루 자리를 맡아보았던 김상현이 군입대하고, 이종열 선수가 공격 생산력에서 아쉬움이 많았던 상황 때문에 입단 후 3루수로서 훈련을 받고 있다는데, 결국 박병호가 갈자리는1루나 지명 타자 자리다.

고교시절 1루수를 볼 때도 1~2루간 빠지는 타구 처리는 커녕, 야수의 송구를 포구하는데도 미숙함을 보일 정도로 불안했던 선수가 3루수를 보는건 너무 무리였고 역시 그가 비빌 언덕은 1루나 지명타자 자리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나이 35인 최동수와 서용빈이 점차 하향세로 접어들거라는 점에서 박병호가 1군 무대에서 대타로 자주 모습을 보이다가 서서히 1루 주전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또 간과해서는 안될 사항은  LG는 1차 지명선수를 잘 키운다는 그들만의 장점이 있다는 것. 어느 구단보다 1차 지명 선수를 잘키우고 프랜차이즈 스타로 발돋움 시키는 능력이 탁월한 LG만의 경쟁력과 장점을 가지고 있다. 사실상 1차 지명과 다름없던 고교우선지명자인 박용택과 김광삼, 그리고 1차 지명자 박경수와 지난 시즌 후반기에 가능성을 보인 장진용 등 해마다 이렇게 1차 지명자는 무럭무럭 잘 성장시키고 키워왔다. 이런 LG트윈스라면 박병호도 역시 구단의 관심속에서 잘 성장하지 않을 듯 싶다. 

김현중이 소속된 삼성은 자체팜에서 키운 야수에 무게 중심을 두기보다는 항상 영입 선수 위주로 재편을 자주해왔다. 또한 쟁쟁한 선배 야수들이 깔려 있다. 이와는 반대로 박병호가 있는 LG트윈스의 1차 지명자는, 경쟁자인 서용빈과 최동수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대부분 관심을 가지고 차분히 조련해 팀의 중심으로 키워왔던 경향이 짙다. 두 선수의 기량과 잠재력만 보고 누가 낫다는 판단을 떠나서, 유망주는 기회와 경험을 자양분으로 삼아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프로야구의 세계는, 아무리 훌륭한 재목이라도 벤치에 오래 있으면 벤치 선수로, 2군에 오래 있으면 2군 선수로 굳어지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단순히 말해, 기회 안주는데 장사 없는 것이다. 김현중이 처한 상황과 여건은 그가 가진 경쟁력이나 잠재력에 상관없이 아주 나쁜 상황이고, 반면에 박병호는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을 경험을 쌓을 기회가 앞으로 많이 주어질 것이다. 때문에 프로 입문 후 두 라이벌의 행보를 예측하자면 박병호가 당분간은 앞서 달리지 않을까 싶다.

두 선수 모두 잠재력과 가능성, 경쟁력 만큼은 훌륭한 선수들이다. 사람 일은 모르는거라지만 당분간은 박병호가 앞서 나가며 성공 시대를 준비할 것이다. 반전과 역전은 가능할 것인가? 김현중이라는 유망주가 삼성에서 그 좁은 문을 뚫고 1군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을까?

리빌딩보다는 외부영입으로 팀타선을 재편하기 시작하면 이에 무서운 관성이 붙는다. 그런 과정속에서는 항상 팀내 유망주 키우기가 소홀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한 일, 선택의 여지 없이 계속 독한 마음 먹게 되어 외부영입을 통해 팀타선을 살찌우는 일을 계속하게 될 여지가 많은데 현재 사정으로 보나 앞으로 사정으로 보나 김현중은 참 쉽지 않은 행보를 걸을 듯하다. 그가 다른 팀에 있었더라면 사정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고 박병호와 같이 당장 올해에 신인왕에 도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부디 김현중 선수가 피나는 노력으로 자기 잠재력을 폭발시켜, 어서 빨리 무한경쟁에서 살아 남아 라이벌 박병호에 뒤지지 않고 달려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쪼록 두 라이벌 강타자의 행보가 싱겁지 않고 흥미진진했으면 싶다.

항상 우타거포에 갈증을 느껴왔던 LG에서 박병호가 분발하는 것도 바라는 일이지만, 지금 본 기자로선 삼성 김현중의 파이팅을 더 기대해 본다.



임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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