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민
(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배우 박정민이 '라이프 오브 파이' 퍼펫과 교류하며 변화한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 박정민 인터뷰가 진행됐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동명의 소설,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태평양 한가운데 하나의 보트에 남겨진 파이와 호랑이의 227일간의 대서사시를 다룬 다. 라이브 온 스테이지(Live on Stage) 장르로 규정되는 이 공연은 배우와 동물을 연기하는 퍼펫티어의 연기, 무대 예술로 더욱 생생하게 펼쳐진다.
박정민은 2016~17 상연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8년 만에 '라이프 오브 파이'로 무대에 복귀했다.
그는 "조금씩 제안이 있긴 했는데 잘할 자신이 없어서 고사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오디션 제안이 왔는데 처음엔 잘 모르겠더라. 좋아하는 소설, 영화이지만 무대 올라가서 하는 게 무서웠는데 대표님께서 영상을 보내주셨다. 기가 막히더라. 노래도 없고, 이 정도로 멋진 무대라면 제가 옆에 껴도 괜찮지 않을까 싶더라"라며 오디션을 보게 된 이유를 밝혔다.

'라이프 오브 파이' 박정민
그러면서 "오디션을 한 시간 반을 봤다. 대사 오디션은 금방 끝나고 저의 오디션을 도와주는 퍼펫티어로 나오는 세 분이 나왔다. 만지고 싶은 대로 만지고 들면 들리는 그런 걸 해보라더라"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학교 다닐 때도 이런 답이 없는 걸 싫어했다. 그런데 저도 저에게 놀랐다. 같이 나와준 퍼펫티어들이 저를 들어주는데 울컥하면서 눈물이 나오더라. 저도 신기했다"라고 색다른 감정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기 전에는 '무슨 오디션이야 망했네' 하고 들어갔다가 '너무 행복했어' 하고 나왔다"라며 "그 과정을 연습 때 똑같이 했다. 공연장에 연습을 갔는데 공연 연습을 안 하더라. 서로 만지고 교류하고 들고 이런 걸 하라더라. '대사 안 외워?'라고 할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을 겪고 나니까 이 사람들을 좋아하기 시작하고 믿기 시작하고, 이 사람들이 저를 올려주는데 손들이 다 느껴진다. 그 손들이 너무 섬세해서 거기에 감동을 받는다. 찰나의 호흡이 맞았을 때 감동은 매회 새롭다. 그래서 그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파이로서 연결될 수 있게 도움받는 것 같다"라며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박정민
'라이프 오브 파이'는 파이가 생존기라고 밝힌 두 가지 이야기 중 어느 것이 진실인가에 대해 저절로 골몰하게 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파이와 벵갈 호랑이 리차드 파커의 227일간의 공존이며, 두 번째 이야기는 파이가 첫 이야기에서 언급한 동물들의 생사의 사투가 모두 인간이었다고 말한다.
박정민은 "파이와 완전한 동일시가 되는 순간은 영원히 찾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영화, 소설, 공연 대본 처음 봤을 때도 두 번째 이야기가 사실이고 첫 번째 이야기는 파이가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심지어 연출님이 '정민, 첫 번째 이야기가 진짜라고 한 번만 믿어보면 안되냐'고 할 정도였다. 제가 뭐만 하면 '그게 아니지 않나'라고 반박해서 그렇다. 그런데 어느 순간 첫 번째 이야기가 진짜일 수도 있겠다 혹은 어느 것이 진짜든 상관 없다고 생각이 들더라. 이런게 파이의 마음과 가깝겠구나 느끼기도 했다. 고무적인 순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 박정민
그는 조심스럽게 "첫 번째 이야기는 성경, 법전, 코란과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종교를 믿지 않아서 성경이 말이 되는 건가 생각한 적이 있다. 이제는 '말이 안 되면 어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누군가가 믿고 싶은 것이며 믿어야 살 수 있다면 믿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이 작품은 종교적이며 종교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도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박정민은 이 작품에 대해 "못 보던 장치가 있으니 분명히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라며 "제가 무대에서 피를 토하면서 해도 호랑이 멋지지 않냐 그러면, '무대에서 피를 토한 건 난데 사람들이 호랑이를 좋아하네'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었는데 저 같아도 그럴 것 같다"라며 작품의 매력을 꼽았다.
그러면서 "전에 못 본 연출적인 요소들, 바닥 영상 연출이나 무대 전환 등 믿으려고 노력한다면 꽤 마법 같은 순간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람 포인트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라이프 오브 파이'는 오는 2026년 3월 2일까지 GS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사진=에스앤코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