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장인영 기자)
([엑's 인터뷰②]에 이어)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빈스(Vince)의 '뇌섹남' 과거가 드러났다.
최근 빈스는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새 디지털 싱글 '차차차(CHA CHA CHA)'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 후 "K팝이 커지면서 해외 음악을 더 이상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같은 레벨에서 볼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해외 작곡가들한테 연락도 많이 온다. 스포츠 스타를 보듯 선망의 대상이었던 아티스트나 프로듀서들이 한국, 그리고 우리 회사를 찾아오는 일이 생기니까 K팝이 글로벌하게 받아들여졌다고 생각이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K팝 아이돌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지난 6월 공개 이후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걸그룹 헌트릭스가 목표를 이루는 하이라이트 장면을 장식하는 '골든(Golden)'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차지했다.
지금까지 이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K팝 가수는 그룹 방탄소년단(BTS·6곡)과 팀 멤버 지민(1곡)·정국(1곡)뿐이다. 여성 가수가 부른 K팝 노래로 '핫 100' 1위를 기록한 사례는 '골든'이 최초다.
'골든'을 비롯해 '하우 이츠 던(How It's Done)', 그리고 저승사자 보이그룹 사자보이즈의 '소다 팝(Soda Pop)'과 '유어 아이돌(Your Idol)' 등이 더블랙레이블 프로듀서진의 손을 통해 탄생했다. 이중 빈스는 '소다 팝' 작사, 작곡과 '유어 아이돌' 작곡에 이름을 올렸다.
빈스는 '케데헌' OST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묻자 "'케데헌' 감독님께서 음악을 만드려면 무조건 테디 형한테 프로듀싱을 받고 싶다고 하더라. 소니에서 프로듀싱 제안이 왔고 스파이더맨 멀티버스 같은 대작을 만든 소니였기 때문에 안 할 이유가 없었다"며 "K팝이라는 어떻게 보면 생소할 수 있는 콘셉트를 갖고 대작을 만든다고 했을 때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 곡 작업은 1년 전에 끝났다"고 설명했다.
사자보이즈의 대표곡을 작업한 빈스는 "사자보이즈는 대중들의 마음을 에너지원으로 살지 않나. 빌런이지만 대비되게 노래만큼은 발랄해야 한다는 스토리 라인이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작곡진인 대니 정이 사자보이즈 베이비 역을 맡아 가창에도 참여한 것과 달리 빈스는 곡 작업에만 참여했다. 일각에서 왜 빈스는 '소다팝'을 부르지 않았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이에 대해 빈스는 "제가 참여한 사자보이즈 곡들의 가이드는 직접 불러서 소니 측에 넘겼다. 제작사에서 지금 진우의 목소리를 담당해 달라는 제안도 있었다. 거의 할 뻔했는데 진우 성우 분과 저의 목소리 결이 너무 안 맞았다. 성우 분은 중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고 저는 얇은 미성이라서 결과적으론 안 됐지만 지금 부르신 분이 훨씬 잘 살렸다"고 이야기했다.
'차차차' 활동으로 빈스가 '소다팝' 원곡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빈스 버전도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이같은 질문에 빈스는 "제작사 요청으로 평소 제 모습보다 더 밝고 귀엽게 부른 버전이 있는데 개인적으론 듣기가 되게 힘들다. 지금 나온 음원으로 듣는 게 대중들한테도 좋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더블랙레이블 10년 차라는 빈스는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남달랐다. 역시 '천재 프로듀서'다웠다.
빈스는 "음악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방에서 취미로 프로그램을 찾아서 만들었다. 대학은 뉴욕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음악으로 뭔가를 하고 싶다고 고민하던 중 뉴욕대에 뮤직 비지니스과가 있더라"라며 "3학년 때 전과했다. 졸업하면 음악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졸업했는데 학교에서 나눠준 팜플렛에 뮤직 비지니스 과의 연봉 순위가 거의 꼴찌더라. 학비도 못 갚겠네,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부모님은 로스쿨 진학을 권했다고.
빈스는 "사실 로스쿨을 준비하려고 한국에 들어온 거다. 심지어 시험도 봤다"며 "지금도 함께하고 있는 프로듀서 24와 당시 취미로 음악을 만들어서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렸는데 친구들 반응이 좋더라. 욕심을 내서 인디 아티스트로 음원 사이트에도 올렸는데 운 좋게 테디 형께서 더블랙레이블을 창립하던 시기에 우리 음원을 사이트에서 본 거다. 음원 나온 날 테디 형한테 연락이 와서 그날 밤에 만났다. 로스쿨의 꿈을 접고 그렇게 8년이 흘렀다"고 말했다.
로스쿨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부모님의 걱정은 없었을까.
빈스는 "혼자 인디 아티스트로 음원을 올릴 때는 걱정을 많이 하시다가 테디라는 유명한 분한테 연락이 와서 같이 하게 됐을 때부턴 믿고 그냥 기다려주셨다"며 "물론 제가 음악으로 돈을 벌고 성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형(테디)한테 많이 배웠고 그 시기가 있기에 지금 이렇게 활동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비록 졸업 팜플렛에 '연봉 꼴찌' 학과라고 적혔어도 빈스는 개의치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걸어갔다. 그 결과 "학비는 최근에 다 냈다. 저작권으로"라면서 뿌듯한 미소를 보였다.
([엑's 인터뷰③]에서 계속)
사진=더블랙레이블
장인영 기자 inzero6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