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김지수 기자) "공 너무 좋아서 더 안 봐도 된다고 전해줘."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어바인의 그레이트 파크 야구장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 훈련을 지휘하면서 외국인 투수들의 불펜 피칭을 직접 살폈다. 올해 새롭게 합류한 아담 올러의 구위를 체크할 때는 얼굴에 조금씩 미소가 번졌다.
올러는 이날 32개의 공을 뿌렸다. 직구 최고구속은 149km까지 찍혔고, 주무기로 알려진 슬러브의 움직임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러의 슬러브 궤적을 지켜보던 KIA 타자들은 "꺾이는 각도가 대단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올라는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자신이 구사하는 대부분의 구종을 체크했다. 슬러브 외 다른 변화구들의 완성도 역시 기본 이상이라는 호평이 나왔다.
KIA의 올해 첫 공식 실전 연습경기가 오는 22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올러의 컨디션이 올라오는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올러에게 "무리하지 말고 살살 던져라"라고 말하면서도 올러의 공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어 다른 곳에서 불펜 피칭을 하고 있는 제임스 네일을 살피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때 통역에게 "(네) 공이 너무 좋아서 더 안 봐도 될 것 같다고 전해달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1994년생인 올러는 미국 출신 우완 파이어볼러다. 193cm의 장신에다 평균 구속 150km 초반대 패스트볼을 뿌려 KBO리그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 메어지리그 경력은 통산 36경기 136⅓이닝 5승 13패 1홀드 평균자책점 6.54의 성적을 기록했다.
KIA는 올러가 지난해 KBO리그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따내며 팀 통합우승을 견인한 제임스 네일과 함께 원투펀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러는 KIA 선수단 합류 후 약 2주 동안 코칭스태프, 선수들 모두에게 좋은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속단하기 이른 시점이기는 하지만 '느낌'이 좋은 투수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양현종은 "올러의 구위를 내가 평가하기는 그렇지만 투구폼을 보면 디셉션이 워낙 좋다.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기 까다로울 것 같다"고 바라봤다.
정재훈 KIA 1군 메인 투수코치는 "올러는 일단 본인의 주무기가 확실한 게 장점이다. 이 부분이 선발투수의 게임 운영에서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며 "성격도 괜찮다. 선수들과 잘 어울리고, 네일이 옆에서 많이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코치는 올러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 역시 높게 평가했다. 올러는 현재까지 보여준 불펜피칭 내용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올러는 여기에 빠른 팀 분위기 적응, 동료들의 성향 파악을 위해 자신의 피칭이 없는 날에도 KIA의 훈련장 곳곳을 제임스 네일과 누비고 있다. 투수들의 특징을 살피고 통역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습득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정재훈 코치는 "올러가 현재 100% 전력투구를 하고 있지 않은 데도 직구 스피드가 150km 가까이 나오고 있다"며 "올러의 데이터를 보면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51~152km가 나오는 투수다. 올러 본인은 마음먹으면 99마일(약 159km)까지 던질 수 있다고 하니까 조금 더 지켜보려고 한다"고 웃었다.
사진=KIA 타이거즈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