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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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편의 봐 줘, 스승은 유튜브"…직장인 양궁 선수 주재훈, 은메달로 갚았다 [AG현장]

기사입력 2023.10.04 15:39 / 기사수정 2023.10.04 16:17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나승우 기자) 한국 양궁 컴파운드 대표 주재훈(한국수력원자력)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혼성전에서 이 종목 최강 인도와 접전 끝에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소채원-주재훈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4일 중국 항저우 푸양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양궁 컴파운드 혼성전 결승에서 인도의 벤남 수레카-데오탈레 프라빈에 158-159로 패했다. 두 팀이 얻을 수 있는 만점이 총 160점인데 한국은 16발의 화살 중 단 2발만 9점에 꽂아넣고 나머지 14발은 10점에 적중시키고도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인도 선수들이 단 한 발만 9점을 기록하면서 잘 싸우고도 은메달을 따내게 됐다.

앞서 소채원-주재훈은 준결승에서 천위쉬안-장청웨이(대만)를 158-153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올림픽에서 리커브만 양궁 정식 종목으로 채택한 것과 달리 아시안게임에선 지난 2014년 인천 대회부터 컴파운드 종목도 치러지고 있다.

리커브는 도움 없이 근육 힘으로만 쏘는 활을 가리키며, 컴파운드는 기계의 도움을 받는 활을 말한다. 컴파운드는 50m, 리커브는 70m 거리에서 선수가 활을 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표적지 지름도 달라 리커브가 122cm, 컴파운드가 80cm다. 10점 구역은 각각 12.2cm, 8cm다. '완벽한 10점'을 의미하는 엑스텐(x10) 구역은 각각 6.1cm, 4cm다.

점수 산정 방식도 달라 리커브는 세트제를 실시하지만 컴파운드는 총점제를 채택하고 있다.

컴파운드 혼성전은 남녀 선수가 라운드마다 2발씩 쏘며 총 4엔드에 걸쳐 진행된다. 팀당 만점이 160점인 셈이다. 한국은 1엔드에서 39점, 2엔드에서 40점을 기록했는데 인도가 1~2엔드 모두 40점 만점을 받아 한 점 뒤진 채 3~4엔드를 맞게 됐다.

이 때 데오탈레가 3엔드 첫 발을 9점으로 쏘면서 119-119 동점으로 4엔드에 접어들었지만 소채원이 4엔드 첫 발을 9점 기록하면서 결승전을 아쉽게 마쳤다. 인도 여자 선수 벤남은 이날 자신이 쏜 8발을 모두 10점 과녁에 명중시키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리커브에선 한국이 30년 넘게 세계 최강 자리를 구축하고 있지만 컴파운드에선 또 다른 얘기다. 남아시아 인도가 지금은 최강자 자리를 구축하고 있어서다.



동호회를 통해 양궁을 시작해 국가대표까지 된 주재훈은 이번 은메달 획득으로 그야말로 '동호회 신화'를 썼다. 그는 본업이 있는 선수다. 컴파운드 양궁에 취미를 붙여 몰두하더니 국가대표까지 꿰차고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획득이라는 역사를 썼다.

주재훈은 전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양궁 컴파운드 개인전 준결승에서 아비셱 베르마(인도)에게 패해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했다.

주재훈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를 통해 "회사가 공기업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청원 경찰로 일하고 있다. 소속된 팀은 따로 없다. 그냥 직장 이름을 빌려서 나왔다"며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 나오게 됐는데 회사에서는 해당되는 휴직이 없었다. 다행히 회사에서 휴직 처리를 해줘서 이렇게 활동하게 됐다. 정말 감사하다"고 흔쾌히 휴직 처리를 해준 한국수력원자력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의 스승은 '유튜브'였다. 주재훈은 "유튜브로 해외 선수들 영상과 장비 튜닝 방법, 멘탈 관리 비법을 보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다양한 협회, 동호인 대회를 뛰며 경험을 축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메달을 딸 거라는 생각은 아무도 못 하셨을 것"이라며 "지역사회분들과 가족, 회사 관계자분들에게 영광을 돌리겠다"고 덧붙였다. '회사 승진과 은메달 획득 중 어느 것이 더 좋은가'라는 질문에 고민하던 그는 "죄송합니다. 은메달이 더 좋습니다"라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 대회에서 메달 없이 돌아갔다면 아쉬움이 컸을 테지만 주재훈은 컴파운드 혼성 경기에서 값진 은메달을 수확하며 '직장인 메달 신화'를 썼다. 그는 5일 단체전을 통해 또 다른 메달에 도전한다. 7일 남자 개인 3~4위전에도 오른 상태다.

한편, 한국은 비록 금메달은 아니지만 양궁 첫 종목인 컴파운드 혼성전에서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따내면서 남은 종목에서도 선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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