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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노트북] 김희애 "나이 먹었지만…운 좋게 연기하잖아요" (엑:스피디아)

기사입력 2023.07.09 21:30



[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전 정말 좋았어요. 대리만족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나이 먹었지만, 운이 좋게 길게 연기하잖아요. 예뻐야 하고 여성스러워야 한다는 것을 벗어던지고 머리도 커트를 하고 화장도 일절 하지 않았죠. 그런 작업들이 저를 배우로서 굉장히 편안하게 해줬고, 저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그런 면에선 행복한 작업이었죠." (2018.06.12. '허스토리' 인터뷰 중)

1983년 영화 '스무해 첫째날'로 데뷔한 배우 김희애는 어느덧 연기 생활 40년을 맞이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베테랑 배우로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며 매 작품마다 다양한 캐릭터 변신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죠.

올해 4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메이커'와 8월 2일 개봉을 앞둔 '더 문'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예고하고 있는 김희애는 지난 2018년 6월 개봉한 영화 '허스토리'(감독 민규동)로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오직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김희애는 6년간 관부 재판을 이끌어 간 원고단 단장 문정숙 역을 연기했습니다.

문정숙 캐릭터를 통해 김희애는 체중 증량은 물론 일본어와 부산 사투리 연습, 여기에 짧게 커트한 수수한 민낯 스타일링까지 다시 한 번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줬죠.

특히 '허스토리' 속에서는 보통 '김희애'라는 이름을 떠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우아함'이라는 수식어와는 또 다른 변신이자 도전을 한 모습을 선보였기에 김희애의 선택에 더욱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차분하게 자신 앞에 놓여진 '허스토리'의 내적, 외적 모습들을 만들어 간 김희애는 "제가 할 수 있는 역량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하려고 했다"면서 담담하게 연기 활동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털어놓았죠.




'허스토리'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김희애를 대표하는 '우아함'이라는 수식어에 대한 생각을 묻자 쑥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인 김희애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정말 아니거든요"라고 고개를 내저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김희애는 "우아한 게 뭘까 좀 궁금하기도 해요.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지만, 또 실망시켜 드릴 수도 있으니까…"라고 멋쩍게 미소 지었죠.

이어 "저도 생활인이고, 누군가의 엄마이고 다 똑같죠. 어떻게 보면 제 생활이 더 심플해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제 일을 하려다 보면 꾸밀 시간도 없고, 허름하게 운동복을 입고 돌아다니면서 장도 보고 요리도 해먹고 그렇거든요. 어떻게 보면 보통의 분들보다 더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데,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 때도 있어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행복한 마음으로 임하려 한다는 김희애는 '허스토리' 출연이 자신에게 더욱 의미가 남은 이유도 덧붙였죠.




"전 정말 좋았어요. 대리만족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나이 먹었지만, 운이 좋게 길게 연기하잖아요. 예뻐야 하고 여성스러워야 한다는 것을 벗어던지고 머리도 커트를 하고 화장도 일절 하지 않았죠. 그런 작업들이 저를 배우로서 굉장히 편안하게 해줬고, 저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그런 면에선 행복한 작업이었죠."

의미를 더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기꺼이 출연하겠다는 의지도 보였습니다. '허스토리' 개봉에 앞서 공개됐던 영화 '사라진 밤'에서는 적은 분량이었지만 남다른 존재감을 보이며 관객들에게 또 한 번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김희애는 "사람들이 가끔씩 '하고 싶은 역할이 뭐냐'고 물어보기도 해요. 저는 그런 것은 생각해 본 적 없고, 작은 역할이라도 소품처럼 빛날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원하는 것 같아요"라고 속내를 말했죠.

"그런데도 너무 할 역할이 없으니까, 헤어스타일을 숏커트로 바꾸고 남자 배우들이 하는 역할을 여성으로 바꿔서 한다면 그것도 할 수 있겠다고도 했었죠. 제가 예전에 작품을 할 때도 소위 말하는 '신스틸러' 분들이 현장에 오셔서 멋지게 연기를 해주고 가세요. 정말 매력적이죠. 저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사라진 밤'도 그렇게 선택한 작품 중에 하나였던 것이에요."



앞서 지난 4월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가족 여행 중에서도 영어 교재를 펴서 공부를 하는 남다른 자기관리법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던 김희애는 하루하루의 일상을 알차게 채워가는 것이 연기 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간 공부해 온 영어는 8월 2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더 문'에서 나사(NASA) 달 궤도선 메인 디렉터 문영 역을 연기하며 전문 용어가 가득한 영어 대사를 소화하며 활용할 수 있었죠.

김희애는 '더 문' 제작보고회를 통해 "외국어는 끝이 없고, 아직 초보다. 그래도 그거라도 안했으면 어떻게 했을까 싶을 정도로 신이 나 있었다. 감사하면서도 복잡한 마음이었다. 함께 하는 배우들도 전부 지적인 분들이어서, 그런 분들 앞에서 영어로 잘난척을 하려니 심장이 벌렁거렸다"고 솔직한 심경을 말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외국어 공부뿐만이 아닌 외적인 자기 관리를 위해 매일 6시 기상은 물론, 초코과자 한 개도 마음 놓고 먹지 못하는 삶을 털어놓기도 했던 김희애는 "그간 출연해 온 수십 편의 작품들이 자신에게 모두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그동안의 작품들은 저한테 선생님이자 학교였다. 덕분에 지금까지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단순히 운 때문이었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는 김희애의 여정들은 뜨거우면서도 차분하게, 또 담담하게 이어 온 연기에 대한 시선이 어우러지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희애는 '더 문' 이후에도 넷플릭스 새 드라마 '돌풍',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 '더 디너(가제)', '데드맨' 등으로 계속해서 대중과 만날 예정입니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각 영화·드라마 스틸컷, tvN 방송화면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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