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2-12-1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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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노트북] 수호 "그러니까, 밖에서 말을 많이 해야죠!" (엑:스피디아)​​​​​

기사입력 2022.04.10 12:10 / 기사수정 2022.04.10 07:30


[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저 영화 인터뷰는 처음인데… 원래 말하는 것 좋아하거든요. ('엑소 멤버들 사이에서는 주로 리스너 역할을 하지 않냐'는 말에) 그러니까, 밖에서 말을 많이 해야죠!(웃음)" (2016.03.21. '글로리데이' 인터뷰 중)

2020년 첫 솔로 앨범 발매와 대체복무까지 마치고 2년 만에 두 번째 솔로 앨범으로 돌아온 엑소 수호의 활동 시작을 바라보며, 6년 전 본명 김준면으로 첫 스크린 도전에 나섰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수호는 2016년 3월 개봉한 영화 '글로리데이'(감독 최정열)로 스크린에 데뷔했죠. 2012년 이후 데뷔 5년차를 맞은 시점이었고, 엑소는 국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으며 승승장구하던 때였습니다. 글로벌 아이돌로의 활약은 물론, 그룹의 리더로 팀의 중심을 잡아주던 수호의 모습은 수없이 비춰지던 TV 화면 등을 통해 일로서도, 또 대중의 시선으로도 익히 지켜봐왔었죠.


'글로리데이'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았던 한 시간 여의 만남이었지만, 당시 본 수호의 모습을 통해 마음속에 어쩌면 조금이라도 더 남아있었을 듯 했던 아이돌 출신 배우, 일명 '연기돌'에 대한 편견을 지울 수 있던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 이 '편견을 가졌었다'는 말은 그들의 연기력을 말하는 것이 아닌 태도의 부분이었습니다. 스타, 그것도 유명 소속사의 톱 아이돌이라고 하면 으레 가질 수 있는 선입견이라고 해야 할까요. 뭔가 취재진 앞에서도 교과서처럼 정석의 대답만 할 것 같다거나, 혹은 묘하게 풍기는 한껏 올라간 어깨의 느낌이라든가 하는 부분 말입니다.

가까이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수호의 첫 인상은, 첫 등장을 본 순간부터 예상을 비껴갔습니다. 대기하고 있던 3층에서 2층 인터뷰 장소로 내려온 수호의 표정은 뭔가 다소 의기소침해있었죠. 당시 수호는 엑소 콘서트까지 병행하며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첫 인사도 나누기 전 초면에 건넨 첫 마디는 통성명이 아닌 "왜 이렇게 의기소침하게 내려오냐"는 말이었죠. 



"아니아니요"라며 멋쩍게 웃던 수호는 화면 속에서 늘 봐왔던 모습처럼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네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내, 그 때만 해도 남아있던 기사 아래 댓글들을 언급하며 '좋지 않은 내용을 봤다'면서 풀죽은 얼굴을 보였죠. 

대화를 시작한 지 1분 만에 자신의 속내를 툭 털어놓던 수호에게 "워낙 팬이 많아서 댓글도 많으니 일일이 보기 힘들지 않냐"고 말을 잇자 수호는 "호감순으로만 봐요. 호감순으로 세 페이지까지만"이라고 답하며 "저를 의미 없이 조롱하는 경우는 무시하지만, 저에 대해서 정말 냉정히 객관적으로 비평해놓은 글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성하며 활동하고 있죠"라고 담담하게 얘기를 전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 때까지 엑소의 이야기를 하는 수호는 많이 봐왔지만,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은 쉽게 만나기 어려웠었죠. '영화로는 첫 인터뷰'라면서 꽤나 긴장한 표정은 5년간 화면 너머로 만나왔던 얼굴과는 또 조금 다른 느낌이었기에, 가만히 더 지켜보게 됐습니다. 


'글로리데이'에서 수호는 매사에 성실하고 어른스러운 스무 살 상우 역을 연기했습니다. 할머니와 둘이 살면서 자신의 학비를 벌기 위해 고생하는 할머니를 위해 대학 대신 군대를 택하고, 할머니에게 군대에 간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친구들과 입대 전 마지막 여행을 떠나죠. 스토리의 키를 쥔 인물로, 분량만 놓고 보면 다른 주연에 비해 많지 않았지만 첫 스크린 데뷔작에서의 존재감만큼은 뚜렷이 남기는 데 성공했습니다. 

수호는 본명인 김준면으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고,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찾아 무대와는 또 다른 감회를 느꼈던 시간들을 떠올렸습니다. "나름대로 배우라고 생각하고 멋있게 레드카펫을 밟았는데, 많은 선배님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더라"면서 "배우라고 이름이 불렸을 때 정말 기분은 좋았지만, 한없이 작아지고 무늬만 배우라고 생각하는 그냥 김준면이다"라고 한껏 몸을 낮췄습니다.

냉정한 현실 인식에 더해진 겸손함까지도 철저한 직업의식에서 나온 멘트라고 한껏 오해할 수 있었지만, 솔직하면서도 꽤나 구체적인 수호의 답변들을 들으며 그 벽은 조금씩 허물어져갔습니다. 묘하게 더 귀를 기울이게 하는 말의 힘이 있었죠. 그렇게 순간순간 엑소의 리더 수호와는 또 다른 얼굴의 배우 김준면, 당시 26세였던 한 청년의 현실 고민들이 틈틈이 엿보였습니다. 수호 역시 "제가 엑소 멤버로 인터뷰를 하는 것이라면 더 편하게 할 수 있는데, 지금은 마음가짐이 신인배우 김준면이라 더 조심스럽고 겸손해진다"고 거듭 얘기했죠.



기승전결을 갖춘 정갈한 대답과, 자신의 이야기를 노트북에 분주히 기록하는 취재진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며 리액션까지도 능숙하게 유도하던 수호는 '영화를 보니 무대와는 또 다른 선한 인상을 느꼈다'는 말에 "그 전에는 어떻게 보셨던 것이죠?"라고 넉살을 부리는 여유까지 보였습니다. "앞머리를 올리고 내린 차이 때문에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라면서, 냉큼 손으로 앞머리를 들어 올려 매끈한 이마를 시원하게 보여주며 웃음을 주기도 했죠.

"같이 대화를 나눌수록 재미있는 사람이다"라는 칭찬에는 "저 원래 말하는 것 좋아하거든요"라며 쑥스럽게 웃었습니다. 그룹으로 활동할 때는 주로 나서서 말하기보다는 멤버들을 끌어주고, 또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많이 하지 않았냐 되묻자 "그러니까 밖의 이런 자리에서 말을 많이 해야죠!"라고 두 눈을 크게 뜨고 해맑은 표정을 짓던 얼굴도 떠오릅니다.

'글로리데이' 이후에도 수호는 영화 '여중생A'(2018), '선물'(2019)과 드라마 '리치맨'(2018) 등 다양한 작품에서 차곡차곡 연기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갔고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2017), '웃는 남자'(2018)까지 활동 영역을 차근차근 넓혀갔죠.


2020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어진 대체복무도 무사히 마무리한 수호는 바로 본업인 가수로 돌아와 지난 4일 그간 자신이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담담하게 풀어놓은 새 미니 앨범 2집 '그레이 수트(Grey Suit)'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앨범 발매일인 4일 진행됐던 기자간담회를 통해 수호는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며 코로나19 시국에 대한 아쉬움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번 앨범을 만들게 된 이유로 "2년 동안 세상은 아름답고 다채롭게 흘러가는데, 수호의 시간만 멈춰있고 갇혀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나만 회색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난 시간을 얼마나 되돌아보고 또 고민했는지를 털어놓았죠.

엑소는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배우로서의 본격 시작점과도 같았던 2016년 그 때처럼, 어쩌면 올해의 시간은 수호에게는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순간들이 되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가수 수호는 물론, 배우 김준면으로도 건강한 에너지가 충만한 그의 새로운 얼굴을 더 많이 만나볼 수 있게 되길 기다려봅니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SM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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