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8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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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의 성공이 중요한 이유.

기사입력 2007.02.02 02:26 / 기사수정 2007.02.02 02:26

이학민 기자



‘사자왕’ 이동국(28.전 포항)이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이하 보로)에 입단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그의 축구인생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이동국이 최근 한국선수들의 목표가 되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보면 그의 1차적인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성공이라고 말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게 사실. ‘진정한 의미의 성공’은 기회를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무언가를 증명해 냈을 때 붙일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사자왕’의 기대와 눈물

이동국은 한국 축구의 희망이었다. 98 프랑스월드컵 당시 대표팀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에 0-5 참패할 적, 교체 투입된 이동국은 패배 속에서 한국축구팬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됐다. 월드컵을 통해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주목받기 시작한 이동국은 90년대 K리그 흥행을 주도한 트로이카의 한 축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러나 2002 한일월드컵은 이동국에게 시련의 계절이었다. 무릎부상 이후 “게으르다”는 평가와 함께 대표팀에서 탈락했고, 박지성과 이영표 등이 히딩크 감독과 함께 네덜란드로 향했을 때 그는 쓸쓸히 광주 상무로 입대해야만 했다.

그렇게 잊혀져 가던 이동국은 그러나 상무에서 보다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결국 본 프레레 당시 대표팀 감독은 이동국을 중용했고, 독일과의 평가전에 멋진 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존재를 팬들에게 다시 알렸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 역시 이동국을 신임했고 2006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전지훈련을 통해 다시 대표팀 부동의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월드컵의 꿈도 잠시. 이동국은 월드컵 출전을 두 달여 남긴 4월 K리그 인천과의 경기에서 무릎십자인대 부상으로 대표팀에 탈락하고 말았다. 2002년에 이은 또 한 번의 좌절.


7년 만의 K리거의 유럽직행

이번 이동국의 보로 입단은 안정환의 페루자 입단 이후 K리그에서 유럽 빅리그 직행에 성공한 경우인 만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프리미어리그 선배’ 박지성과 이영표, 설기현 등은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 유럽 중소리그에서 기량을 검증 받은 뒤 입단한 경우인 만큼 K리그에서의 실력을 인정받아 빅리그로 진출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K리그의 선수들이 아무리 노력한다해도 유럽의 빅리그에 진출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이동국의 보로 입단은 이런 K리그가 가진 ‘변방의 설움’ 대신 유럽에서 새롭게 노릴 수 있는 ‘엘도라도’의 의미로도 받아 들여질 수 있다. 이미 한국의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인기는 K리그를 넘어선 감이 있다.


이동국 앞에 놓인 두 가지 관문

이제 포항이 아닌 ‘보로의 공격수’ 이동국에게 높인 주전경쟁의 관문은 결코 쉽지 않다. 올 시즌을 앞두고 화제를 모으며 입단한 안드리 쉐브첸코(30.첼시) 역시 프리미어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무결점 스트라이커’라는 자신의 별명을 무색하게 할 만큼 ‘리그 적응’은 쉽지 않은 관문.

게다가 보로에는 아예그베니 야쿠부(24.나이지리아)는 매 시즌 10골을 터뜨리고 있는 부동의 공격수고,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마크 비두카(32.호주) 역시 출장횟수가 줄었을 뿐 15경기에 9득점 3도움을 기록하는 노련한 선수다. 이동국 역시 독일 분데스리가에 뛰어 본 경험이 있다지만 6개월에 불과할 뿐이어 이런 ‘리그 적응’과 ‘주전 경쟁’에 어느 정도 능력을 보일 지 미지수다.


반드시 필요한 아스날 전 득점

이런 두 가지 관문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충분한 적응기가 필수. 그러나 보로가 리그 하위권으로 밀려나 강등의 위험 속에 처한 만큼 그에게 어느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주어질지는 알 수 없다.

그 동안 많은 시련과 부상을 극복하고 발전된 모습을 보인 그이기에 보로에서 넘어야 할 두 가지 관문 역시 훌륭히 이겨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동국의 성공을 바란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가 입단테스트를 받으며 프리미어리그 중하위권의 보로에 입단한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냄과 동시에 그에게 당장의 성과보다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뚝배기’ 같은 진득한 믿음과 응원이 필요하리라.

이동국의 현재 몸상태가 무척 좋아 아스날과의 경기에 출전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가 만약 아스날같은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팀과의 경기에 득점을 올린다면 이 이상 좋은 리그 데뷔는 없다.


박지성 역시 PSV아인트호벤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각각 반년과 3개월 여 동안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해, 많은 걱정과 우려를 낳았지만 결국 한국 최고의 ‘스포츠스타’가 됐다. K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축구의 본고장에서 활약하게 될 이동국, 그의 성공을 간절히 바래본다.



이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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