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중원을 수년간 지탱해온 카세미루가 올여름 올드 트래퍼드를 떠난다.
맨유 구단은 23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카세미루는 계약 만료와 함께 이번 시즌 종료 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결별한다"며 그의 퇴단을 공식화했다.
2022년 여름 레알 마드리드에서 합류한 이후 네 시즌 동안 146경기에 출전해 21골을 기록한 베테랑 미드필더의 유나이티드 커리어가 마침표를 향해 가고 있다.
맨유 공식 발표에 따르면 카세미루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갈 것"이라며 "이 아름다운 경기장에 처음 발을 내디뎠던 순간부터 올드 트래퍼드의 열정과 이 특별한 클럽을 향한 팬들의 사랑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은 작별을 말할 시간이 아니다. 앞으로 네 달 동안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이며 시즌 종료까지 팀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구단 역시 올 시즌 마지막 홈경기인 노팅엄 포레스트전을 통해 팬들이 그의 공헌을 기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이번 작별은 맨유 구단이 계약에 포함돼 있던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이뤄졌다.
매체는 "이는 새로운 공동 구단주 짐 랫클리프 경이 강조해온 비용 절감 기조와 맞닿아 있다"고 전했다.
랫클리프는 과거 인터뷰에서 일부 선수들을 두고 "충분히 좋지 않으면서 과도한 급여를 받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주급 약 37만 5천 파운드(약 7억 4200만원)에 달하는 카세미루의 급여 구조 역시 그 맥락에서 거론됐다는 것이다.
'BBC'는 구단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연장 옵션을 발동하지 않겠다는 결정은 이미 상당 기간 전에 내려졌다"면서 이번 발표가 카세미루 본인의 요청에 의해 시점이 앞당겨졌다고 전했다.
시즌 막판까지 계약 연장 여부를 둘러싼 추측이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고, 남은 기간 동안 팀에만 집중하기 위해 결정을 공개하길 원했다는 후문이다.
카세미루는 맨유 이적 직후부터 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 등 화려한 영광을 맛 본 그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심에 따라 새 행선지를 물색했고, 2022년 8월 맨유에 합류했다.
그는 이적 직후부터 강한 대인 방어와 투지, 결정적인 순간 터져 나오는 득점력으로 빠르게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2023년 카라바오컵 결승전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헤더 선제골을 기록하며 팀의 우승을 이끈 장면은 그의 잉글랜드 커리어를 상징하는 순간으로 남아 있다.
해당 시즌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3위를 차지했고, 카세미루는 중원의 핵심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2024년에는 FA컵 우승 트로피도 들어 올렸다.
하지만 해당 활약과 별개로, 현지에서는 맨유의 카세미루 영입을 보다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다.
영국 유력지 '디 애슬레틱'은 카세미루의 맨유 커리어를 '필요했지만 비싸게 치른 선택'으로 평가했다.
매체는 "30세의 선수에게 7000만 파운드(약 1380억원)에 달하는 이적료와 주급 최대 35만 파운드, 4년 계약을 안기는 것은 일반적으로 효율적인 거래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적료와 연봉 등을 합치면 맨유가 그에게 쓴 돈은 4년 간 2800억원에 이른다.
실제로 카세미루의 맨유 합류 과정 역시 당시 어려웠던 구단 사정 속에서 급하게 이루어졌다.
에릭 턴하흐 감독은 부임 첫 시즌 중원 보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프랭키 더 용과 데클런 라이스 영입에 실패했다. 그리고 이어진 시즌 초반 리그 경기에서 연달아 패하며,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결국 맨유는 레알에서 카세미루를 영입하는 데 옵션 포함 7000만 파운드라는 거금을 투자했다.
그는 첫 시즌 동안 그는 중원에서 오랜 문제였던 수비형 미드필더 공백을 단번에 메웠지만, 두 번째 시즌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턴하흐 체제에서 전개 속도가 빨라지며, 30대에 접어든 카세미루는 프리미어리그의 템포를 따라가기 힘들어 보이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노출했다.
그럼에도 카세미루는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그는 루벤 아모림 감독 체제에서 꾸준한 훈련과 태도로 다시 주전 자리를 되찾았다.
실제로 그는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토너먼트 전 경기에 선발로 나섰고, 이번 시즌에도 출전 가능한 프리미어리그 경기 대부분을 소화했다.
한편, 그의 이탈은 구단의 향후 중원 재편과도 직결된다.
'BBC'는 "카세미루의 고액 연봉이 사라지면서 맨유는 상당한 재정적 유연성을 확보하게 된다"고 분석했고, 엘리엇 앤더슨, 카를로스 발레바, 애덤 워튼 등이 대체 자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카세미루의 이탈 발표 직후 코비 마이누의 미래에 대한 구단의 입장 변화에도 주목했다.
매체는 "맨유는 카세미루의 퇴단을 계기로 마이누와의 재계약 논의를 준비 중"이라며, "구단이 선수 측과 접촉을 시작했고, 대폭 인상된 조건의 새 계약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카세미루의 새 행선지로는 손흥민이 뛰고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가 거론되는 중이다. LAFC는 손흥민, 드니 부앙가 등 공격수들이 훌륭한 편이지만 중원이 취약해 카세미루가 온다면 큰 힘이 될 순 있다. 다만 주급을 절반으로 깎는다고 해도 150~200억원 연봉을 줘야하는 게 부담이다.
사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