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16 20:09
스포츠

​[김희태의 눈] 바르셀로나 MSN을 어떻게 막아야 할까

기사입력 2015.06.10 07:00

이은경 기자

 


지난 7일(한국시간)에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FC 바르셀로나(스페인)가 유벤투스(이탈리아)를 3-1로 이기고 우승하면서 막을 내렸다.
여기까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제부터는 왜 MSN(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 공격트리오가 막강한지에 대해 파헤쳐 보고자 한다. 최고의 공격수 세 명을 넣으니 파괴력이 세 배 이상이 됐다? 축구에선 이런 단순한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에선 다르다.
 
① 점유율 축구 + 기습 공격
 
지난 시즌까지 바르셀로나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점유율’과 ‘티키타카’였다. 바르셀로나는 짧은 패스 위주로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를 했다.
그런데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이게 통하지 않았다.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압박에 눌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바르셀로나가 점유율 축구를 버린 건 아니다. 대신 수아레스와 네이마르를 보강해서 ‘MSN’을 완성하면서 점유율 축구에 파괴력 넘치는 기습 공격까지 더했다. 업그레이드 성공이다.

종전 바르셀로나의 공격 장면을 보면, 패스-패스를 통해 골문 앞까지 공을 가져갔다. 그런데 MSN 트리오는 파괴력 넘치는 기습 돌파로 단번에 골문 앞까지 드리블 돌파를 한다. 미드필드에서의 점유율은 여전히 좋다. 결승전에서 바르셀로나의 볼 점유율은 66%에 이르렀다. 유벤투스를 상대로 거의 두 배 가까운 점유율을 보였다. 점유율과 기습 공격, 두 가지가 섞였기 때문에 바르셀로나의 공격이 파괴적인 것이다.

MSN 트리오 뒤에는 미드필더 이니에스타, 라키티치, 싸비가 점유율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이 미드필드 점유율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거기에 사이드 공격을 하는 알바와 알베스는 부지런하게 찬스를 만들어 낸다. MSN 트리오는 이들의 든든한 뒷받침을 받아서 마음껏 공격하는 것이다.

MSN 트리오 안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돕는다. 일단 메시가 워낙 출중하다. 상대 수비수 발만 보면서도 공을 자유자재로 갖고 논다. 메시가 상대 수비를 헤집고 교란시키기 때문에 네이마르와 수아레스가 찬스를 더 쉽게 가져간다. 이들을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② 빠른 수비 전환
 
메시, 수아레스, 네이마르가 공격을 잘 한다고 해서 수비를 못 하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일단 이들은 공수 전환이 엄청나게 빠르다. 공을 잡고 있을 땐 현란하게 공격하지만, 상대에게 공을 빼앗기는 순간 제 1선에서 가장 먼저 수비로 전환한다.

결승전 유벤투스의 골 장면을 보면, 바르셀로나의 사이드 풀백 수비가 순간적으로 뚫리는 장면이 나온다. 바르셀로나는 전반적으로 약점이 거의 없지만, 이날 경기 내용만 보면 유벤투스의 오른쪽 사이드 공격에 바르셀로나의 왼쪽 수비가 흔들리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이런 약점을 상쇄한 것이 바르셀로나의 공격이었다. 유벤투스가 후반 9분에 1-1을 만드는 동점골을 넣은 후에는 약 15분 정도 경기 분위기가 유벤투스 쪽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그 흐름이 이어지지 않았던 건, 유벤투스 수비가 바르셀로나 MSN의 기습 공격에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유벤투스는 미드필드에선 바르셀로나의 점유율에 당했고, MSN 공격진의 기습 공격과 빠른 공수전환에 끌려 다녔다. 결국 바르셀로나의 측면 수비를 약간 흔들어 놓은 것 외에는 그 어느 곳도 공략하지 못했다.
 
③ 개성 강한 선수들을 묶은 지도력
 
지도자 입장에서는 개성 강한 MSN을 하나로 묶어낸 루이스 엔리케 바르셀로나 감독의 지도력에 연신 감탄했다.
사실 수아레스는 승부욕이 지나치고 개인 플레이나 돌출행동을 자주하는 선수였다. 그런데 바르셀로나에서는 순한 양이다. 감독이 훈련 때부터 팀워크를 완벽하게 주입시켰다는 뜻이다.

결승전 후반 바르셀로나는 주장 이니에스타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싸비를 넣었다. 개성 강한 유럽 스타들 중에는 이런 상황에서, 특히 주장을 맡고 있는 스타급 선수는 자신을 빼는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화를 내면서 교체 아웃되는 선수도 많다. 그런데 바르셀로나는 그런 게 없다. MSN이 모두 개성 강한 스타들인데도, 누구 한 명이 골을 넣으면 모두 달려가서 축하해 준다. 이런 장면이 진짜 MSN의 힘이다.

바르셀로나의 결승골(두 번째 골) 장면을 돌아보자. 사실상 메시가 다 만든 작품이었는데, 골키퍼 부폰의 손에 걸렸다가 튕겨나온 공을 수아레스가 차 넣어서 골을 만들었다.
골이 나오기 전까지 메시가 혼자 긴 거리를 드리블을 하면서 수비 4~5명을 제쳤는데, 사실 웬만한 팀에서는 특출난 공격수 한 명이 그런 식으로 원맨쇼에 가까운 드리블을 하면 다른 공격수들이 가만히 서서 멍하니 구경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수아레스, 네이마르를 보라. 끝까지 따라 들어간다. 그렇게 되면, 메시가 수비를 제치고 상대 골대 근처까지 가도 패스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여럿이다. 바르셀로나 공격 스피드가 상대 수비를 압도하면서 수적 우위를 점한다. 게다가 MSN은 모두 개인 기술이 세계 최고다. 어떻게 골이 안 들어갈 수 있나.


 
④ 어떻게 막아야 할까
 
MSN을 막는 방법을 묻는다면, 딱 하나라고 답하겠다. 위에서부터 바르셀로나를 끊임 없이 압박하는 것이다. 최전방 공격수들부터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압박을 해야 한다. 특히 메시에게 공이 가지 않도록 총력을 다해 막아야 한다.

하지만 이게 말이 쉽지, 어디 실전에선 쉬운 일인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의 바르셀로나는 세밀함(점유율)과 선 굵은 파괴력(기습공격)을 모두 갖춘 팀이었다. 당분간 바르셀로나를 막을 수 있는 팀이 나올 것 같지 않다. 아마도 세계올스타 대 바르셀로나가 경기를 해도 바르셀로나가 우위에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과거 바르셀로나의 패스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 바르셀로나가 힘 있는 기습 공격까지 장착하고 나온 걸 보면서, 모처럼 신나게 축구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사진=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바르셀로나, 메시 ⓒ AFPBBNews=NEWS1]



▶지난 칼럼 보기

[김희태의 눈] 한국 축구가 대형 공격수를 키우지 못한 이유 



 

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