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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P] 10구단 창단을 향한 관심…日 야구는 어땠을까

기사입력 2013.01.04 10:47 / 기사수정 2013.01.04 10:48

서영원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현재 수원-KT, 전북-부영이 경합을 펼치고 있으며 이르면 2월 10구단 창단팀이 결정될 예정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프로야구에 대한 기여여부, 장기적인 플랜 보유, 야구 인프라 등을 두고 공정한 심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과 미국도 각각 12개팀, 30개팀 구단 체제로 운영한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필요할 때에는 여전히 창단, 인수 등의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창단 조건에 의외의 조항들을 지니고 있어 시선을 모은다. 

투명한 심사를 위해 TV 중계

2004년 프로야구 재편성 문제로 일본야구의 위기가 찾아왔다. 먼저 다이에 호크스(현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매각 문제가 떠올랐다. 또 오릭스 블루웨이브-킨테츠 버팔로스의 합병으로 인한 홀수 구단 체제가 문제가 됐다.

일본야구기구(이하 NPB)는 다이에 인수에 나선 소프트뱅크와 홀수 구단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구단 후보 기업들의 심사에 돌입했다. 새 구단 후보로 나선 기업은 라쿠텐, 라이브도어였다. 라쿠텐은 인터넷 쇼핑몰, 라이브도어는 당시 일본 내 3위 수준의 포털사이트 운영 기업이었다.

NPB는 인수기업인 소프트뱅크와 창단후보인 두 기업을 두고 1,2차에 거친 심사회를 열었다. NPB는 기업들에게 자산 현황, 야구발전 기여, 사회적책임을 두고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고 이는 야구팬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또 NPB 이사회는 투표를 제외한 모든 질의응답 과정을 생중계했다. 인수기업으로 나선 소프트뱅크는 독자적인 움직임이라 큰 부담이 없었다. 

이밖에 NPB는 심사회 이전에 라쿠텐과 라이브도어로부터 사업계획서, 제무제표 등을 모두 접수 받아 ‘경매성’ 경쟁을 방지했다. 당일 발표를 하게되면 상대적으로 열악한 기업이 ‘네거티브 전략’, ‘모험성 발언’으로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을 예상한 것이다. 결국 구장 개보수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라쿠텐이 창단기업으로 선정됐고 일본프로야구 12번째 구단인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가 탄생했다.

특이한 심사조건 ‘청소년 유해’

1차 심사회가 기업과 기업의 상대적 경쟁이었다면 2차 심사회는 적격-부적격을 두고 평가를 실시했다. 2차 심사회의 조건은 독특한 조항이 더러 있었다. 2차 심사회에서는 ‘청소년에게 유해한 기업인가’, ‘기업 대표자들의 청렴도’, ‘야구를 통한 사회환원’ 등이 있었다.

청소년 유해기업 판단 여부는 프로야구가 청소년에게 꿈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조항이다. 라이브도어는 유해 사이트 링크 서비스가 발견되면서 이 조항에 걸려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기업 대표자들의 청렴도는 CEO들의 정부소환 여부, 탈세 등을 두고 감사를 맡긴다. 다행히 두 기업은 IT 성장기업이라 큰 문제는 없었다. 가장 눈여겨 볼 조항은 야구의 사회환원 항목이다. 어찌보면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 부문에서 라이브도어는 연간 어느 정도의 지원금을 연고지 학교에 기부하겠다라는 짧은 조항만 기재했다. 결과는 부적격이었다.

반면 라쿠텐은 연고지 주민들의 동호회 야구 지원, 지역 초중고 체육강사 지원, 구단과 연고지 주민간의 청소활동 등을 내걸었다. 돈보다는 야구를 앞세웠고 라쿠텐은 적격 판정을 받았다. 라쿠텐은 현재도 부진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공약 이행'을 통해 매년 3~5% 가량의 관중수 증가를 보이고 있다. 

- 배울점은 확실히 배워야.


‘공중그네’로 유명한 일본의 수필가 오쿠다 히데오는 저서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를 통해 프로야구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프로야구가 야구만 잘해서는 안된다. 야구라는 매개체로 사회환원을 해야한다”며 프로야구의 가치에 대해 말했다. 또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프로야구 구단주가 된 뒤 “프로야구는 감동의 비즈니스다. 야구라는 틀에서 벗어나면 선물할 가치가 많다”며 야구만 생각하는 프로야구는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수많은 음모론이 두려웠는지 새로운 구단 심사를 TV로 중계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또 야구 구단이 야구라는 틀에서 벗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충분히 고려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지나쳐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고 배울점을 발견했을 때에는 답습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팬에게 마음을 열고 10구단 후보 기업들에게 사회적 책임감을 부여한다면 한국은 프로야구가 아닌 ‘야구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소프트뱅크 ⓒ 엑스포츠뉴스DB]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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