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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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매거진]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사라지는 요즘 노래들

기사입력 2012.06.04 08:44 / 기사수정 2012.06.05 05:46

[E매거진] 바야흐로 노래의 홍수 시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노래들이 쏟아져 나온다.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들을 음악들이 많이 생겨난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너무 빨리 사라져 버린다. 그 안의 가사를 곱씹어 볼 여유도 없다.

마음먹고 노래들의 가사를 천천히 음미해보기로 하지만, 들어오는 가사가 없다. 몇 번을 다시 들어봐도 남는 건 반복되는 후렴구와 한참 뜻을 생각해봐야 하는 뜻 모를 말들뿐이다.


◆ 오로지 '사랑'으로 대동단결, 반복되는 외국어와 뜻 모를 가사들

가요 가사의 가장 흔한 주제는 역시 '사랑'이다. 사랑만큼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한 주제가 또 있을까. 그만큼 폭이 넓기에 대부분의 가요 가사는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실제로 한 음악 차트 상위권에 올라 있는 노래들의 가사를 살펴보면 소녀의 감성으로 상대방이 좋아하는 마음을 먼저 알아주기를 바라는 내용(아이유의 '하루끝'), 사랑 후에 혼자 남아 쓸쓸한 심경을 토로하는 내용,(시스타의 '나 혼자'), 연인인 연하남을 연상녀가 길들인다는 내용(백지영의 '굿 보이'), 바람둥이처럼 보이는 한 남자와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마이티마우스의 '나쁜 놈') 등은 다른 주제 같지만 모두 사랑 이야기의 다른 갈래들이다.

또 요즘 노래의 가사들 중에서는 외국어가 들어가 있지 않은 노래를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가사 속의 외국어'는 필수 요소가 돼 버렸다.

매일 거의 실시간으로 바뀌는 음원 차트 순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들에게 강하게 기억될 '한 방'을 필요로 하다 보니 한 번만 들어도 쉽게 중독되는 후크송이나 귀에 잘 들어오는 외국어 가사들이 유행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걸그룹 '에프엑스(f(x))'가 불렀던 '핫 섬머(Hot Summer)'의 노래 가사 중에는 반복되는 후렴구와 더불어 '땀 흘리는 외국인은 길을 알려주자 너무 더우면 까만 긴 옷 입자' 등의 가사가 등장했는데, 몇 번을 다시 봐도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내용 덕에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 효과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었다.




◆ 마음을 울리는 가사가 그립다

물론 요즘 모든 노래의 가사들이 반복되는 후크송이나 외국어 가사만을 좇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슈퍼스타 K3' 출신 밴드 '버스커 버스커'의 정규 앨범은 발매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봄바람', '첫사랑', '여수 밤바다', '벚꽃 엔딩', '이상형' 등 다소 평범해 보이는 제목 속에, 옆에서 시를 읊어 주듯이 담담하고 차분하게 전달하고 있는 가사는 음악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는 기분을 들게 해 준다.

2010년 방송된 KBS '해피 선데이-1박2일'에서는 '센티멘털 로망스'라는 주제로 명곡과 함께 하는 여행을 떠났다. 이 때 멤버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 나온 노래가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였고, 멤버들 모두가 노래에 감동 받아 몇 번을 다시 들으며 잠을 청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특히 강호동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몇 번이나 탄성을 하기에 이르렀다.

1990년에 발표돼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좋은 멜로디와 함께 어우러지는 가사를 통해 삶의 여운을 전달해주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랑 얘기만 한다고, 혹은 외국어를 썼다고 해서 그 노래의 가치가 낮다거나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전의 노래가 가수의 가창력과 노래 가사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요즘은 노래 외에도 퍼포먼스, 스타일링 등 보여지는 면에도 많은 노력이 들어가므로 노래 가사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가수 김국환은 '타타타'에서 '한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바람이 부는 날엔 바람으로 비오면 비에 젖어 사는 거지'라면서 삶에 대한 낙천적인 감상을 노래했고 신해철은 '나에게 쓰는 편지'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아성찰을 하기도 했다.

후크송도, 사랑 노래도 괜찮다. 다만 노래를 통해 음악을 사랑하는 수많은 이들이 노래 속의 '그 무엇'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글] 김유진 인턴기자(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에프엑스(f(x)), KBS '해피선데이-1박2일 방송화면 캡처 ⓒ 엑스포츠뉴스DB, KBS '해피선데이'

김유진 인턴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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