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12-1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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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필로그] 8년만 컴백 박정민…'라이프 오브 파이' 상상이 현실로 (엑:스피디아)

기사입력 2025.12.12 14:30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활력을 불어넣어 줄 문화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또 혼자 보러 가기 좋은 공연을 추천합니다. 엑스포츠뉴스의 공연 에필로그를 담은 코너 [엑필로그]를 통해 뮤지컬·연극을 소개, 리뷰하고 배우의 연기를 돌아봅니다 <편집자 주>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일어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이야기,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그리고 맹수 벵골 호랑이와 태평양 한가운데, 구명보트에 남게 된 파이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제껏 파이보다 오래 생존한 조난자는 드물거니와 성체 벵골호랑이와 함께 살아남은 사람은 더욱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파이와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바다 위 227일간의 대서사시를 담은 작품 '라이프 오브 파이'-Live on Stage가 GS 아트센터에서 공연하고 있다. 원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공연되는 건 이번 한국어 초연이 세계 최초다. 



얀 마텔의 소설 ‘파이 이야기’(Life of Pi)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2021년 웨스트엔드, 202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올리비에상 5개 부문 최다 수상, 토니상 3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과 흥행을 인정받았다. 이후 캐나다 토론토, UAE 아부다비, 인도 뭄바이, 상하이, 베이징 등 중국 본토 9개 도시, 마카오, 홍콩, 타이완에서도 관객과 만났다.

‘와호장룡’, ‘색, 계’의 이안 감독이 영화화를 맡아 아카데미상 감독상, 음악상, 촬영상, 시각효과상을 받고 흥행에 성공한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무대는 파이 가족이 탄 침춘호 침몰 사건 보고서를 작성하러 찾아온 일본 운수송 측 베테랑 직원 오카모토와 멕시코 주재 캐나다 대사관에서 나온 루루첸이 파이에게 어떤 비극적인 일이 있었는지 인터뷰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1막에서는 동물원을 운영하는 파이 가족이 인도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 된 배경, 배가 침몰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죽음, 고통, 신앙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파이의 내면도 담긴다.



파이의 아버지는 호랑이의 위험성을 일깨우려고 파이가 아끼는 염소를 리차드 파커의 우리에 가뒀고 파이는 보고 싶지 않았던 잔혹한 진실과 마주한다.

시장 신에서 그는 신이 정말 선하고 친절하다면 세상에는 왜 이렇게 많은 폭력들이 존재하는지, 왜 이렇게 많은 고통이 있는지,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를 묻는다. 모스크, 사원. 성당 모두를 다니는 파이는 염소의 영혼이 천국·사후세계·환생 중 어느 곳에 가더라도 같은 이야기인데 왜 더 나은 이야기를 골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한다.



이 고민은 2막에서 파이가 겪는 끔찍한 고통과 성장, 그리고 이야기와 진실의 경계로 나아간다.

배 위에서 하이에나는 얼룩말과 오랑우탄을 죽이고, 리처드 파커는 하이에나를 제압한다. 이후 파이는 리처드 파커와 아슬아슬한 공존을 이어간다. 하지만 오카모토와 루루첸은 파이의 이야기를 쉽게 믿지 못한다.

파이는 가장 잔인한 동물은 인간임을 알려주듯 결국 선원, 요리사, 파이의 어머니가 등장하는 두 번째 버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서 끔찍하고 사나운 존재 리처드 파커는 곧 파이 자신의 또 다른 얼굴로 읽힌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증명할 수 없다. 어느 쪽이든 배는 침몰했고 가족은 죽었으며 파이는 고통 받았다. 작품은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버전의 이야기를 믿을 것인가.”

병원과 동물원, 시장, 그리고 작품의 주 배경인 망망대해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무대 전환이 백미이며 영상 효과는 생생함을 더한다. 무대라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 시각적인 몰입을 극대화한다.

관건인 동물 캐릭터는 퍼펫티어의 정교한 조종과 연기로 생동감 있게 표현된다.



8년 만에 무대에 돌아온 박정민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는 17세의 호기심 많은 파이 역을 높은 싱크로율로 소화한다. 리차드 파커와의 공존을 담은 첫 번째 이야기를 실제로 믿게 할 만큼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사진= 에스앤코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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