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김환 기자) 포항 스틸러스 유니폼을 입은 기성용이 '기성용 더비'에서 친정팀 FC서울에 비수를 꽂았다.
서울은 이호재에게 선제골을 실점한 뒤 조영욱의 동점골로 따라갔지만, 경기 막바지 주닝요에게 실점을 허용하며 결국 정규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1-2로 패배했다. 2시즌 연속 파이널A 진출을 확정 지었지만, 마음 편히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FC서울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33라운드 홈 경기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1-2로 패했다.
승점을 얻지 못한 서울은 승점 45점(11승12무10패)을 마크, 5위로 파이널 라운드를 시작하게 됐다. 포항은 승점 51점(15승6무12패)으로 4위를 유지했다.
서울은 4-4-2 전형으로 나섰다. 최철원이 골문을 지켰고, 김진수, 이한도, 박성훈, 박수일이 백4를 구축했다. 루카스와 정승원이 측면에, 류재문과 이승모가 중원에 배치됐다. 투톱은 린가드와 조영욱.
포항도 4-4-2 전형을 사용했다. 황인재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어정원, 박승욱, 전민광, 신광훈이 수비라인에서 호흡했다. 홍윤상, 오베르단, 기성용, 이창우가 미드필드를 구성했고 조르지와 이호재가 최전방에서 서울 골문을 노렸다.
경기의 포문은 포항이 열었다. 전반 9분 왼쪽 측면에서 공을 받은 조르지가 수비 견제를 버틴 뒤 오베르단에게 공을 넘겼고, 오베르단이 밀어준 공을 기성용이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연결했지만 이 슈팅은 침투하던 홍윤상에게 맞고 말았다.
전반 17분에는 포항의 공격 끝에 어정원의 크로스에 이은 이호재의 헤더가 나왔으나 최철원의 정면으로 향한 탓에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서울은 전방의 린가드를 중심으로 포항의 압박을 풀어가려고 했으나, 오베르단의 활동량을 앞세운 포항이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포항은 조르지가 배치된 왼쪽 측면을 활용해 서울 수비를 흔들었다. 신체조건이 좋은 조르지와 신장이 작은 서울 풀백 박수일의 일대일 경합을 유도해 다른 선수들에게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포항의 공세가 이어졌다. 전반 25분 조르지와 홍윤상을 거친 패스가 페널티지역 안에있던 오베르단에게 향했고, 오베르단은 서울 수비를 등진 채 버텨낸 뒤 왼발 터닝슛을 쐈지만 오베르단의 슈팅은 옆으로 빗나갔다.
계속 몰아붙이던 포항이 결국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29분, 기성용이 친정팀을 상대로 올린 어시스트가 이호재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페널티지역과 먼 거리에서 얻어낸 프리킥 키커로 나선 기성용은 서울 문전을 향해 정확한 중거리 패스를 보냈고, 이것을 이호재가 정확한 다이빙 헤더로 연결해 서울 골네트를 출렁였다. 이호재의 오프사이드 여부를 두고 비디오 판독(VAR)이 진행됐으나 주심은 끝내 이호재의 득점을 선언했다.
싸박(수원FC)과 득점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호재는 이 득점으로 싸박과 득점 동률(15골)을 맞췄다. 포항 이적 후 1도움을 기록 중이던 기성용은 시즌 2호 도움.
서울은 선제골을 내준 뒤 반격을 시도했으나 좀처럼 포항 상대로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포항은 촘촘한 수비 대형을 유지한 채 서울에 공간을 내주지 않고 역습 기회를 엿보는 식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추가시간으로 주어진 5분을 포함해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서울이 포항 상대로 고전하는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전반전은 포항이 1-0으로 앞선 채 끝났다.
리드를 허용한 서울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카드를 꺼냈다. 정승원과 류재문이 나오고 안데르손과 황도윤이 투입됐다. 포항은 전반전과 동일한 라인업으로 후반전을 맞이했다.
후반전의 포문도 포항이 열었다. 후반 1분 킥오프 직후 후방에서 황인재가 멀리 찬 공이 페널티아크 앞에 있던 홍윤상에게 향했고, 홍윤상이 이를 지체없이 슈팅으로 연결했다. 최철원 골키퍼가 깜짝 놀라 뛰어올랐지만 공은 골문 옆으로 벗어났다.
후반전 초반 분위기도 포항이 주도했다. 후반 4분 기성용이 페널티지역 밖에서 뒷공간으로 보낸 패스를 조르지가 받아 마무리했지만 오프사이드로 인해 무산됐다.
서울은 후반 6분 황도윤의 중거리슛으로 반격했지만 황도윤의 슈팅은 위로 치솟았다.
포항이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교체카드를 사용했다. 후반 14분 부상으로 쓰러진 이창우가 들것에 실려나갔고, 이창우를 대신해 강민준이 들어왔다.
서울은 후반 18분 루카스를 문선민과 교체하며 공격에 힘을 실었다. 공격진의 공중 경합이 강한 편이 아니었던 서울은 높게 올라가는 크로스보다 정교한 얼리크로스에 집중하는 식으로 포항 수비를 공략했다.
서울이 땅을 쳤다. 후반 21분 코너킥 상황에서 문선민이 올린 크로스를 황도윤이 헤더로 연결한 게 골문 구석으로 향했는데, 이것을 황인재가 반응해 막아낸 것이다.
하지만 서울은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23분이었다. 안데르손이 페널티지역 바깥쪽 왼편에서 문전으로 붙인 크로스가 조영욱에게 정확하게 향했고, 조영욱이 이를 머리로 밀어넣으며 1-1을 만들었다. 9월 서울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는 등 최근 활약이 좋았던 조영욱은 이 득점으로 시즌 7호 골을 기록했다.
포항은 실점 이후 조르지와 홍윤상을 주닝요, 김인성으로 바꾸면서 공격에 변화를 줬다.
조영욱의 동점골 이후 경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서울은 후반 34분 린가드의 중거리슛으로 역전을 노렸지만 린가드의 슈팅에 힘이 너무 실리면서 크게 벗어났다.
그러나 후반 막바지 포항이 다시 균형을 깼다. 교체로 들어온 강민준과 주닝요가 역습 상황에서 골을 합작하며 팀에 리드를 안겼다.
후반 40분 공을 몰고 질주하던 오베르단이 측면의 강민준에게 패스를 내줬고, 강민준은 곧바로 문전의 주닝요에게 컷백 패스를 보냈다. 주닝요가 이를 가볍게 툭 차 넣으며 균형추를 무너뜨렸다.
포항은 주닝요의 추가골 이후 김동진과 안재준을 투입했다. 두 선수 대신 기성용과 가 빠졌다. 다시 동점골을 노려야 하는 서울은 린가드를 둑스와 교체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전 추가시간은 6분이 주어졌다. 서울은 막판까지 공세를 펼쳤으나 후방에 6명의 수비수들을 배치한 포항의 골문을 열지 못하면서 결국 1-2로 패했다.
서울은 포항에 졌지만, 광주FC가 울산HD에 패배하면서 파이널A 진출을 확정 지었다. 5년 만에 파이널A에 오른 지난 시즌에 이어 2시즌 연속 파이널A 진출 목표를 달성한 서울이다.
더불어 같은 날 열린 경기 결과로 2025시즌 K리그1 파이널A에 오른 6팀도 결정됐다.
홈에서 수원FC를 꺾고 리그 정상에 깃발을 꽂은 전북 현대와 일찍이 파이널A행을 확정 지은 김천 상무, 대전하나시티즌, 포항에 이어 서울이 자력으로 파이널A행에 성공했고, 정규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대구FC를 상대로 승리를 챙긴 강원FC가 마지막으로 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