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88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기대한 인도네시아의 축구 팬들은 조국의 월드컵 본선행이 좌절되자 경기가 끝난 직후 전임 사령탑인 신태용 감독의 이름을 외쳤다.
이는 월드컵 3차예선 도중 팬들의 신임이 두터웠던 신 감독을 내치고 파트릭 클라위버르트 감독을 앉힌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의 수장 에릭 토히르 회장, 그리고 인도네시아를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키지 못한 클라위버르트 감독을 향한 일종의 시위였다.
인도네시아는 12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위치한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4차예선 B조 2차전에서 후반 31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미드필더 지단 이크발에게 선제 결승골을 허용해 0-1로 패배했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에 2-3 석패를 당하며 월드컵 본선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던 인도네시아의 월드컵 본선행 꿈은 이날 패배로 완전히 물거품이 됐다.
베트남 매체 'VN 익스프레스'의 12일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전에서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 모인 인도네시아 팬들은 관중석에 남아 신태용 감독의 이름을 외쳤다.
'VN 익스프레스'는 "인도네시아 서포터들은 선수들이 경기장을 떠난 이후에도 관중석에서 '신태용! 신태용!'을 연호하며 PSSI가 신태용을 클라위버르트로 교체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항의했다"고 전했다.
클라위버르트 감독에 앞서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이끌었던 신 감독은 아시안컵 본선 진출과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준결승 진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예선 진출 등의 성과를 내며 인도네시아에서 팬들의 신뢰를 받았다. 인도네시아 팬들이 클라위버르트 감독이 처참하게 실패하자 확실한 성적을 거뒀던 신 감독의 복귀를 요구한 것이다.
클라위버르트 감독은 이라크전 패배 이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미래에 대한) 뚜렷한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며 "그동안 우리가 한 일을 차분하게 돌아봐야 한다. 지금 당장 내 미래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기는 어렵다. 솔직하게 말하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클라위버르트 감독과 토히르 회장의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언론도 신 감독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다.
인도네시아 매체 'TV원뉴스'는 12일 신태용 감독이 최근 K리그1 울산HD에서 경질됐다는 소식을 두고 "이것은 한편으로는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 대표팀에 복귀할 가능성을 열어둔 결정이기도 하다"며 "팬들은 인도네시아가 4차예선에서 탈락하자 신태용 감독의 복귀를 요구했다. 신태용 감독도 계약에 근무조건과 관련된 몇몇 조건을 넣어준다면 복귀할 의지가 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은 그러면서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를 떠난 이후에도 계속 인도네시아를 지켜봤다. 자식과도 같은 선수들이 A매치에서 펼치즌 경기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다. 그와 인도네시아 축구의 유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며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에 대한 관심을 최근까지도 유지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인도네시아 축구팬들과 국민들이 신태용 이름을 연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의 인도네시아 축구가 새 전성기를 맞은 원동력에 신 감독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인도네시아와 계약한 그는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전염병이 전세계적으로 도는 가운데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물론 U-23 대표팀도 지도하면서 FIFA 랭킹 140위권 수준인 인도네시아 축구를 지금의 아시아 다크호스로 올려놓았다.
인도네시아가 이렇게 아시아 4차예선에 오를 수 있는 원동력도 신 감독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신 감독은 지난해 11월 3차예선 홈 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완파했다. 사우디가 직전 월드컵 본선에 올랐던 팀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신 감독을 내친 뒤 감독 경력이 일천한 클라위버르트를 앉혔고, 결과는 4차예선 2전 전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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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