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9회말 KIA 정해영이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1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디펜딩챔피언' KIA 타이거즈의 이야기다.
이범호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25일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이날 5위 KT 위즈가 3위 SSG 랜더스에 승리를 거두면서 트래직넘버 1이 소멸됐다. 따라서 KIA는 남은 6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가을야구 무대를 밟을 수 없게 됐다.
올 시즌 전만 해도 KIA는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절대 1강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투·타 모두 빈틈이 없고, 비시즌 동안 전력 누수가 없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불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FA(자유계약) 시장에 나온 장현식(LG 트윈스)이 팀을 옮겼지만, 그의 이적을 제외하면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KIA는 작은 빈틈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지난해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불펜투수 조상우를 영입했다. 그러면서 키움 히어로즈에 2026 KBO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라운드 지명권과 현금 10억원을 내줬다. 조상우가 검증된 불펜투수라는 점, 또 불펜 강화가 필요했다는 점에서 출혈을 감수했다.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말 1사 만루 KIA 정해영이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흐름이 꼬였다. 우선 지난해 불펜의 한 축을 책임졌던 좌완 곽도규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일찌감치 2025시즌을 마감했다. 또 다른 좌완 불펜 자원인 최지민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여기에 조상우의 구위가 올라오지 않으면서 KIA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KIA 입장에서 가장 뼈아팠던 건 마무리 정해영의 부진이었다.
정해영은 26일까지 59경기 60⅔이닝 2승 7패 27세이브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 중으로, 데뷔 후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종전 2022년 3.38)을 나타내고 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1.53), 피안타율(0.302)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월별로 보면 정해영은 4월 9경기 9⅔이닝 1승 6세이브 무실점, 5월 12경기 14이닝 1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2.57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지만, 6월 이후 크게 흔들렸다. 6월 13경기 13⅔이닝 1승 1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4.61을 올렸고, 7월 9경기 8⅔이닝 2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6.23으로 부진했다.
특히 정해영은 KIA가 1패 이상의 충격을 받은 7월 1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7월 22일 광주 LG전에서 패전을 떠안았다. 2경기 모두 KIA가 앞선 상황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진 경우다. 이 2경기가 KIA의 후반기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10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가 문현빈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KIA에 3:2 역전승을 거두며 6연승을 기록했다. 9회말 2사 만루 KIA 정해영이 한화 리베라토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8월 이후에도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정해영은 지난달 1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⅓이닝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튿날 재정비 차원에서 1군 엔트리에서 빠지긴 했지만, 2군에 머무른 시간이 그리 길진 않았다.
정해영은 지난달 27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마무리로 복귀했다. 하지만 또 한 번 쓴맛을 봤다. 8월 31일 수원 KT전에서 ⅔이닝 3실점으로 무너지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정해영은 9월 이후 7경기 6⅔이닝 1세이브 평균자책점 1.35로 8월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지만, 팀은 이미 중위권 팀들과 멀어졌다. 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정해영, 마무리에 변화를 주지 않은 이범호 감독 모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보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상승한 팀은 리그 전체에서 KIA(지난해 4.98·3위, 올해 5.29·9위)가 유일하다. 선수와 팀 모두 복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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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