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활력을 불어넣어 줄 문화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또 혼자 보러 가기 좋은 공연을 추천합니다. 엑스포츠뉴스의 공연 에필로그를 담은 코너 [엑필로그]를 통해 뮤지컬·연극을 소개, 리뷰하고 배우의 연기를 돌아봅니다 <편집자 주>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복수심에 가득 찬 햄릿의 절규와 고뇌의 목소리가 록으로 분출된다. 클래식하고 엄중한 고전극의 재연이 아닌 햄릿의 내면을 현대적으로 들려준다.
뮤지컬 '보이스 오브 햄릿: 더 콘서트'이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다.
뮤지컬 '보이스 오브 햄릿: 더 콘서트'는 고전 문학의 상징이자 영어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이자 오늘날까지도 연극, 영화,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해석되는 ‘햄릿’을 1인극으로 재해석한 뮤지컬이다.
뮤지컬이지만 ‘더 콘서트’라는 부제가 달린 만큼 삶과 죽음 사이에서 존재 이유를 질문하는 햄릿의 목소리를 강렬한 록 음악을 연주하는 라이브 밴드와 함께 콘서트 형식으로 꾸몄다.
오필영 디자이너가 아티스틱 디렉터를 맡았다. 뮤지컬뿐 아니라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피지컬 100’ 시리즈를 맡은 김성수 음악감독이 편곡했다.
특기할 점은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고 있는 AI 기술을 뮤지컬에도 활용했다는 점이다. ‘보이스 오브 햄릿’의 극작과 작곡 과정에도 AI 기술을 녹였다.
옥주현이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새로운 햄릿이 됐다.
원형으로 된 객석을 앞에 두고 햄릿이 된 옥주현이 무대에 선다. 이어 인더스트리얼 록(인더스트리얼 음악과 록 음악을 결합한 퓨전 장르) 음악에 파워풀한 가창력을 입혀 햄릿의 이야기를 꺼낸다.
덴마크 왕자 햄릿은 아버지인 왕의 미스터리한 죽음과 더불어 장례가 끝나기도 전에 진행된 어머니 거트루드와 삼촌 클로디어스의 재혼에 충격을 받는다. 유령으로 나타난 아버지에게 클로디어스가 자신을 독살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복수를 다짐한 햄릿은 미친 척 행동하며 왕실 안의 진실을 파헤친다.
배우의 역량이 중요하고 배우 각각의 색깔이 드러나는 극이다. 전작들과 다른 매력을 자랑하는 옥주현의 원맨쇼가 관전 포인트다. (뜻밖의 순간에 핑클의 ‘블루 레인’도 들을 수 있다.)
햄릿 역의 옥주현을 비롯해 신성록, 민우혁, 김려원 등 배우들이 직접 대본 작업에 참여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관객도 극의 한 부분을 담당하며 무대를 환기한다. 햄릿은 관객에게 죽이고 싶은 복수의 대상이 있냐고 묻는다. 10명이라고 하는 이도, 31명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한 관객은 “가까운 사람에게 너무 잘못된 행동을 했다”라며 자기를 꼽아 시선을 모았다.
옥주현의 햄릿은 “저처럼 죽일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식빵’ 욕을 곁들인 넘버를 알려주며 관객들을 극에 자연스럽게 참여시킨다.
'보이스 오브 햄릿: 더 콘서트'는 복수심으로 들끓는 햄릿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이를 미디어아트로 풀어낸 점이 신선하다. 마냥 무겁게 담지 않아 고전극을 어렵게 느끼는 이들도 다가가기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다만 뮤지컬과 연극, 콘서트의 특성이 섞여 있어 정체성이 불분명해 보이는 점은 호불호가 나뉜다. 내용을 잘 모르는 관객이 있다면 줄거리를 미리 살펴보고 가는 게 좋다. 원작의 심도 있는 내용을 독백과 노래로만 전달하기 때문에 햄릿의 줄거리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사진= 이모셔널씨어터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