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이강인이 또다시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자신의 커리어에 새로운 우승 기록을 썼다.
한국 축구 역사를 통틀어도 유럽의 내로라하는 빅클럽에서 활약하며 이 정도로 많은 우승을 거머쥔 선수는 이강인밖에 없다.
올해 이미 프랑스 리그1(리그앙)과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 FA컵), 트로페 데 샹피옹,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UEFA 슈퍼컵 우승을 차지한 이강인이 이번에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인터콘티넨탈컵에서 정상에 오르며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시즌 파리 생제르맹(PSG)의 첫 트레블을 함께한 이강인은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 열린 UEFA 슈퍼컵과 시즌 중 진행된 인터콘티넨탈컵 우승까지 커리어에 추가하며 6관왕을 달성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지휘하는 PSG는 18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에 위치한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플라멩구(브라질)와의 FIFA 인터콘티넨탈컵 2025 결승전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승리하며 우승했다.
이날 이강인은 엔리케 감독의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경기 도중 부상을 입어 조기에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PSG는 4-3-3 전형을 사용했다. 마트베이 사보노프가 골문을 지켰고, 누노 멘데스, 마르퀴뇨스, 윌리안 파초, 워렌 자이르-에머리가 수비라인에서 호흡을 맞췄다. 파비안 루이스와 비티냐, 주앙 네베스가 미드필드를 책임졌고,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데지레 두에, 그리고 이강인이 공격을 이끌었다.
현역 시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첼시 등에서 활약해 팬들에게도 이름이 익숙한 플라멩구의 사령탑 펠리페 루이스 감독은 4-2-3-1 전형으로 맞섰다.
아구스틴 로시가 골키퍼 장갑을 착용했고, 기예르모 바렐라, 레오 오르티스, 레오 페레이라, 알렉스 산드루가 백4를 구축했다. 허리는 에릭 풀가르와 조르지뉴가 받쳤고, 호르헤 카라스칼, 히오르히안 데 아라스카에타, 브루누 엔리케가 2선에서 최전방의 곤살로 플라타를 지원했다.
PSG가 경기 초반 선제골을 터트리며 앞서가는 듯했다. 로시 골키퍼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공을 낚아챈 것을 받은 루이스가 빈 골문에 공을 집어넣으며 플라멩구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심판진은 이전 상황에서 공이 골라인을 넘어섰다고 판단, 루이스의 득점을 인정하지 않고 대신 PSG의 코너킥을 선언했다.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도 있었던 PSG로서는 아쉬운 결과였다.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PSG의 측면 공격을 책임지며 드리블과 패스로 플라멩구 수비를 흔드는 데 주력했는데, 전반 31분경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쓰러졌다.
상대 압박을 벗겨낸 그는 갑작스럽게 왼쪽 허벅지 뒤쪽에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장에 드러누워 교체를 요청했다. PSG는 곧바로 의무팀을 투입했으나 이강인은 결국 세니 마율루와 교체됐다. PSG는 이강인의 부상으로 계획에 없던 변수를 안고 경기에 임하게 됐다.
그러나 PSG는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금세 다잡고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38분경 PSG의 공격 상황에서 공을 잡은 두에가 오른쪽 측면에서 반대편을 바라보고 낮게 깔리는 얼리 크로스를 보냈고, 이것을 쇄도하던 크바라츠헬리아가 왼발로 밀어 넣으며 플라멩구 골네트를 흔들었다.
플라멩구의 수문장 로시가 건드린 공이 오히려 크바라츠헬리아에게 향하면서 크바라츠헬리아가 손쉽게 득점을 뽑아낼 수 있었다. 30여분 전과 달리 이번에는 득점이 취소되는 일은 없었다.
PSG는 크바라츠헬리아의 선제 득점에 힘입어 리드를 잡은 채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끌려간 채 후반전을 맞이한 플라멩구는 후반전 초반부터 거세게 PSG를 압박했다.
플라멩구의 전략이 적중했다. 후반 14분경 아라스카에타가 페널티지역 안에서 마르퀴뇨스의 발에 걸려 넘어진 상황이 페널티킥으로 이어진 것이다.
처음에는 휘슬을 불지 않았던 주심은 비디오판독실(VOR)과 교신한 뒤 비디오판독(VAR) 온 필드 리뷰를 진행한 끝에 플라멩구의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나폴리, 첼시, 아스널 등에서 줄곧 페널티킥 키커로 활약하며 높은 페널티킥 성공률을 자랑했던 미드필더 조조르지뉴가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다. 조르지뉴는 사포노프를 완벽하게 속이는 페널티킥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경기 균형을 맞췄다.
정규시간을 1-1로 마친 두 팀은 연장전까지 팽팽한 흐름으로 맞붙었다.
플라멩구는 계속해서 공격적인 기조를 유지했으나 PSG의 수비벽을 뚫어내지 못했고, PSG는 결정적인 찬스를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하면서 수차례 아쉬움을 삼켰다.
특히 PSG는 연장전에 에이스 우스망 뎀벨레와 이브라힘 음바예 등을 교체로 투입하고도 다시 리드를 챙기지 못했다.
경기는 승부차기로 향했다.
양 팀 1번 키커가 모두 성공하고 2번 키커가 실축하면서 동점이 유지됐으나, 이어 플라멩구의 3번 키커 페드루가 놓친 반면 PSG의 3번 키커인 멘데스가 성공시키며 PSG가 앞서가기 시작했다.
플라멩구는 4번 키커 페레이라가 실축하자 좌절했다. PSG의 브래들리 바르콜라도 실축했으나 플라멩구의 마지막 키커 루이스 아라우주가 찬 공이 골문을 외면하면서 경기는 PSG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부상을 당해 조기에 교체됐던 이강인은 다행히 시상식에 참여해 동료들과 함께 6번째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트로피를 든 본인의 사진을 올리며 "내 크루들과 한 번 더! 세계 챔피언이 된 것이 자랑스럽다"며 "'알레즈 파리(Allez Paris)'"라고 썼다.
유럽 축구사에서 6관왕을 달성한 것은 단 세 팀에 불과하다.
2008-2009시즌 당대 최강으로 불린 바르셀로나가 처음으로 6관왕에 성공했으며, 이어 2019-2020시즌 바이에른 뮌헨이 6관왕을 차지했다. PSG는 역대 세 번째로 6관왕을 거머쥔 팀이 됐다.
사진=이강인 SNS /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