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김상식 매직'이 또 터졌다.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동남아시안(SEA) 게임 결승전에서 라이벌 태국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베트남이 이 대회 정상에 오른 것은 지난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지난해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에 부임한 이후 2024 동남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미쓰비시컵)과 지난 7월 2025 아세안축구연맹(AFF) U-23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상식 감독은 또다시 베트남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동남아 3대 이벤트에서 전부 우승하며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다.
이는 베트남 축구에 황금기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 '쌀딩크' 박항서 전 감독도 해내지 못한 성과다. 무엇보다 이번 우승은 적지인 태국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김 감독이 지휘하는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태국 방콕에 위치한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국 U-23 축구대표팀과의 2025 SEA 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베트남은 태국에 먼저 두 골을 내주고도 내리 세 골을 쏟아부으며 역전에 성공, 태국 축구를 상징하는 경기장인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라이벌 태국의 코를 납작하게 눌렀다.
조별리그 B조에서 라오스(2-1 승)와 말레이시아(2-0 승)를 차례대로 격파한 뒤 준결승에서 필리핀(2-0 승)까지 꺾은 베트남이었지만, 홈 이점을 등에 업은 태국과의 결승전은 절대 쉬운 경기가 아니었다.
베트남은 0-2로 끌려가다 2-2까지 따라붙은 뒤 연장전으로 승부를 끌고갔고, 연장 전반 5분 터진 응우옌 탄 난의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승리를 거머쥐었다.
태국의 선제골은 전반 20분 만에 터졌다. 베트남의 페널티지역 바로 앞에서 태국의 프리킥이 선언됐고, 키커로 나선 요차콘 부라파가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을 뽑아내며 태국이 앞서갔다.
부라파의 선제골로 분위기를 끌어올린 태국은 기세를 몰아 전반 31분 역습 상황에서 섹산 라트리의 추가 득점으로 베트남과의 격차를 벌렸다.
베트남은 태국에 2점 차 리드를 내주고도 침착하게 대응했다. 김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카드를 사용해 변화를 줬고, 이 선택이 적중했다.
후반 2분 베트남의 역습 도중 응우옌 딘 박이 페널티지역 안에서 골키퍼에게 걸려 넘어진 것을 보고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 이것을 응우옌 딘 박이 직접 성공시키며 태국을 1점 차로 추격했다.
이어 후반 15분 베트남의 코너킥 도중 태국 선수들이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자 팜 리 득이 이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해 기어코 균형을 맞췄다.
연장전도 베트남의 흐름이었다.
베트남은 연장 전반 5분 응우옌 탄 난의 역전포가 터지며 마침내 경기를 뒤집었다. 오른쪽 측면을 무너뜨리는 응우옌 딘 박의 플레이로 시작된 베트남의 공격을 탄 난이 마무리한 것이다.
태국도 막판까지 공격을 퍼부었으나 정규시간 후반전부터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던 베트남의 골문을 여는 데에는 실패했다. 연장전까지 이어진 두 팀의 결승전은 난타전 끝에 베트남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2023년 대회에서 인도네시아의 우승을 지켜봤던 베트남은 태국과의 결승전에서 승리하며 이번 대회에서 왕좌를 탈환했다.
베트남은 김 감독 체제에서 다시 한번 동남아시아 최강의 팀으로 변모하고 있다.
박 전 감독의 지휘 아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진출, AFF 챔피언십 우승, 사상 첫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등의 성과를 이뤄내며 황금기를 누렸던 베트남은 필립 트루시에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뒤 몰락하는 듯했으나, 김 감독이 부임한 이후 점차 상승 곡선을 그린 끝에 다시 동남아시아의 강자로 거듭났다. 베트남은 현재까지 김 감독과 함께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전북 현대 시절 2021시즌 K리그1 우승과 2022시즌 준우승, 그리고 2022시즌 FA컵(현 코리아컵) 우승을 달성했으나 마지막이 좋지 못했던 김 감독도 베트남 사령탑에 부임한 뒤 명예 회복에 성공한 모습이다. 박 감독의 이름을 외치던 베트남의 열성적인 축구팬들은 이제 김 감독의 이름을 부르짖고 있다.
김 감독은 AFF U-23 챔피언십 3연패를 일궈낸 뒤 지난 8월 진행된 국내 취재진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베트남이 축구를 사랑하고 관심이 많다. 그런 베트남 팬들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하다"면서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지만 밖에 나가면 팬들이 잘해주려고 한다. 선물 하나라도 더 주려고 하고 직원분들도 감사하다고 한다. 대표팀을 통해 베트남이 하나로 뭉치고 용기를 얻는다고 해서말 한마디가 감동이고 감사하다"며 자신에게 애정을 표현해주는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사진=베트남축구협회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