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양민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 이후 거둔 첫 승리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토트넘 홋스퍼의 요한 랑게 디렉터가 여름부터는 양민혁이 토트넘에서 경쟁할 것이라고 공언한 가운데 교체 투입된 이후 결승골의 기점이 되는 패스를 하면서 승리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양민혁이 팀과 함께 상승세를 이어가고, 그 기세를 토트넘 복귀 이후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민혁은 지난 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로프터스 로드에서 열린 블랙번 로버스와의 2024-25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31라운드 홈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지난 밀월전에 이어 이날도 벤치에서 시작한 양민혁은 후반 21분경 교체 투입돼 QPR의 홈 경기 데뷔전을 소화했다. 공식 데뷔전이었던 밀월과의 경기에서는 후반 31분 교체로 들어갔는데, 밀월전보다 10여분 앞당겨 그라운드를 밟은 것이다. 이로써 양민혁은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과 런던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윤석영에 이어 세 번째로 QPR 소속으로 로프터스 로드에서 뛴 선수가 됐다.
밀월전에서 날카로운 슈팅으로 상대 골키퍼를 깜짝 놀라게 했던 양민혁은 블랙번전에서는 결승골의 기점이 되는 패스를 통해 QPR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리그 2연패에 빠져 있던 QPR은 블랙번전 승리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경기 후 양민혁은 자신의 SNS에 "내가 데뷔한 이후 첫 번째 승리를 거둘 수 있어서 기쁘다"며 "우리는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말로 승리를 자축했다.
한국 팬들은 물론 현지 팬들까지 양민혁의 SNS에서 양민혁의 성장세를 기대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남겼다.
아직 선발로 뛰지는 않지만 양민혁이 서서히 QPR에서 출전시간을 늘려가는 등 나쁘지 않은 적응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토트넘의 기술이사인 랑게 디렉터가 토트넘이 다음 시즌에 양민혁을 1군 계획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다.
랑게는 토트넘 구단을 통해 현재 토트넘 본진을 떠나 임대 생활을 하고 있는 선수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양민혁 외에도 토트넘 유스 출신인 윌 랭크셔와 루카 건터가 2024-25시즌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임대되면서 현재 다른 팀에서 뛰고 있다. 공격수 랭크셔는 양민혁과 같은 챔피언십의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WBA), 골키퍼인 건터는 내셔널리그(5부리그)의 윌드스톤FC에서 활약 중이다.
랑게는 토트넘의 미래를 책임지기 위해 임대 생활로 경험을 쌓고 있는 세 명의 유망주들에 대해 "좋은 환경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은 토트넘으로 돌아오면 경쟁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나는 이전에도 임대가 선수들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한 선수 중 80% 이상이 임대생으로 데뷔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 선수들을 임대로 보낸 게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토트넘 1군에서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뛰고 있는 2006년생 아치 그레이와 루카스 베리발을 예시로 들며 양민혁을 비롯한 몇몇 어린 선수들이 토트넘 1군 선수들과 경쟁하지 못하는 것을 두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는데, 랑게 디렉터는 오히려 이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는 "토트넘 역사를 돌아봤을 때 중요했던 선수들도 발전하기 위해 임대를 떠났다. 때문에 좋은 임대 프로세스를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토트넘을 수놓았던 레전드들도 초기에는 임대로 경험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가장 좋은 예시는 토트넘 구단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한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다. 케인은 노리치 시티, 레스터 시티 등 다수의 팀에서 임대 생활을 하며 경험을 쌓은 뒤 토트넘으로 돌아와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만약 당시의 케인이 임대를 떠나지 않고 토트넘에서 버티기로 했다면 케인은 지금처럼 뛰어난 선수가 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랑게 디렉터는 임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우리는 랭크셔와 건터, 양민혁이 그들의 커리어에서 정기적으로 출전할 기회를 더 많이 가질 때라고 판단했다"면서 "이것이 중요하다. 그들이 여름에 토트넘으로 돌아오면 프리시즌에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며 임대생들이 경험을 더한 채 복귀한다면 경쟁에 참여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영국 매체 'TBR 풋볼'은 "랑게가 올해 1군 자리를 두고 경쟁할 준비가 된 토트넘의 유망주 세 명을 언급했다. 토트넘은 젊은 유망주를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시키는 팀으로 이름을 날렸다. 케인이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랭크셔, 건터, 양민혁은 토트넘 1군에서 경쟁을 벌일 준비가 됐다. 양민혁은 QPR에서 흥미로운 승격 플레이오프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고 조명했다.
양민혁이 QPR 임대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고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이제 불과 두 경기, 그것도 교체로 두 경기를 치렀지만 출전 시간을 조금이나마 늘렸고 길지 않은 출전 시간에도 불구하고 양민혁이 현지 언론들과 QPR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는 점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밀월전 이후 양민혁의 첫 경기를 지도했던 QPR의 사비 캄 수석코치는 "양민혁은 오른쪽 측면에서 뛰면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는 넓은 위치에서 뛰거나, 안으로 파고드는 플레이가 모두 가능한 선수"라며 "처음 뛰는 경기이기 때문에 분명히 어려웠을 거다. 양민혁이 앞으로 우리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라고 확신한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수도 런던을 연고로 하는 팀들의 소식을 다루는 언론 '런던 월드'는 양민혁에게 평점 7점을 내렸는데, 이는 QPR의 두 주전 윙어 스미스와 셰어(이상 평점 5)보다 더 높은 점수였다.
매체는 "양민혁이 처음으로 한 행동은 옌센을 힘들게 하는 슈팅을 골대로 날리는 것이었다"며 "양민혁은 흥미로운 선수처럼 보였지만, 오늘의 게임 체인저는 아니"라고 평했다.
아무리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챔피언십, 그것도 중위권 팀들간의 경기였다고는 하나 이제 막 팀에 합류한 2006년생 어린 선수가 경기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런던 월드'의 평가처럼 양민혁은 경기의 흐름을 뒤집는 게임 체인저는 아니었지만, 앞으로 자신을 지켜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충분히 증명했다.
블랙번이 끝난 뒤 영국 언론 '웨스트 런던 스포츠'는 "양민혁은 홈 데뷔전에서 활기찼다"며 6점을 줬다.
밀월전에 앞서 양민혁의 데뷔 가능성을 조명했던 QPR 또한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양민혁은 홈 데뷔전에서 교체로 출전한 직후 다른 선수들과 함께 득점에 관여했다"면서 양민혁의 활약에 주목했다.
사진=양민혁 SNS / 토트넘 홋스퍼 / 퀸즈 파크 레인저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