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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NO 북측도 NO…"조선! 조선팀으로 불러달라" [AG 현장인터뷰]

기사입력 2023.10.01 07:00



(엑스포츠뉴스 중국 원저우, 나승우 기자) 북한도 안 되고 북측도 안 된다. 리유일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이 '북측' 발언에 단호하게 시정을 요구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 대표팀은 30일(한국시간) 중국 원저우에 위치한 원저우 스포츠센터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에서 1-4로 역전패했다.

대표팀은 전반 11분 상대 자책골로 리드를 잡았다. 북한을 상대로 19전 1승3무15패를 기록하고 있던 대표팀이 드디어 북한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북한의 거친 플레이와 심판의 편파 판정이 나오면서 경기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전반 3분 만에 지소연을 향한 양발 태클로 난투극 직전까지 몰고갔던 북한과 달리 한국 대표팀에서 먼저 퇴장자가 나왔다. 경고를 한 장 가지고 있던 손화연이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골키퍼 차징 파울을 저질렀다는 판정이었다. 주심은 곧바로 또 한 장의 옐로 카드를 꺼내들었고, 손화연은 경고 누적으로 쫓겨났다.

수적 열세 속 상대 거친 플레이에 고전하던 대표팀은 후반 중후반까지 잘 버텨냈으나 후반 38분 안명성에게 끝내 실점하고 말았다. 체력 저하를 드러낸 후반 45분에는 리학에게 환상 중거리 골을 얻어맞았다. 완전히 분위기가 넘어갔다. 북한이 페널티킥으로 한 골 더 추가했다. 경기는 북한의 4-1 완승으로 끝났다.




경기 후 감독 기자회견에서 벨 감독이 편파 판정, 대회 운영 방식 등에 대회 조직위를 향해 언성을 높이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북한 리유일 감독 기자회견은 차분헀다. 흥분하는 법이 없었다. 질문이 들어오면 조용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런 리유일 감독이 유일하게 흥분한 순간이 있었다. 북한을 '북측'이라고 부른 때였다. 한국 취재진이 '북측이 오랜만에 국제 무대에 참가했다. 앞으로 월드컵 같은 대회에 나가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 전력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눈을 부릅 떴다.

리유일 감독은 "조선민주주인민공화국이라고 시정하고 바로 해주시길 바란다. 우리는 북한이나 북측이 아니다. 시정하지 않으면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취재진이 다시 정정해 질문했다. 리유일 감독은 "팀 실력에 관해선 이미 모든 이들이 다 봤다고 생각한다. 구태여 이 자리에서 우리 팀 실력을 가지고 말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 우리가 국제 경기에 참가하면 한 경기, 한 경기 전력을 다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사실 북측이라는 표현은 서로 용인되는 표현이었다. 북한도 한국 인사들과 대면할 땐 '남조선' 대신 남측이라고 하는 게 통상적이다. 지난 2017년 4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여자아시안컵 예선 남북 대결에서도 그랬다. 북한 홈에서 열렸지만 한국 인사들과 취재진이 '북측'이라고 표현하면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리 감독은 북측도 싫다며 강경하게 나갔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도 이러한 문제가 여자농구 경기에서 먼저 발생했다.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과 북한의 경기가 끝난 후 한국 취재진이 정성심 북한 감독에게 '북한'의 국제대회 참가에 대한 소감을 물었으나 여기서도 북한 관계자가 분노했다.

당시 관계자는 "우리는 북한(North Korea)가 아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Korea DPR)이다. 나라 이름을 잘못 부르는 건 결례다. 여기 아시안게임에서는 정확한 나라 이름을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나?"라고 취재진에게 주의를 줬다.

이후 한국 취재진 사이에서 기자회견 때 북한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제대로 부르거나 북측이라고 부르면 된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이번 여자축구 경기를 통해 북측도 쓸 수 없는 표현이 됐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남자축구 대표팀이 결승에 올라갈 경우 북한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 만약 결승에서 남북전이 성사된다면 이 경기에서도 북한 또는 북측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혹은 조선으로 표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만 리 감독은 이날 한국을 언급해야할 순간에는 "상대팀"이란 단어를 쓰며 피해갔다.


사진=중국 원저우, 나승우 기자, 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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