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7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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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 You ! Neaga !

기사입력 2007.06.18 19:14 / 기사수정 2007.06.18 19:14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성남 일화와 대구FC의 K리그 13R가 열린 17일 탄천 종합운동장. 오랜만에 재개한 K리그에서 선수들은 이 날을 기다렸다는 듯, 최선을 다하며 팬들에게 즐거운 축구를 선물했다. 모두가 흥겨웠던 이 날 경기에서는 홈팀 성남 3-0으로 대승을 거뒀다.

그렇게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성남 선수들은 그동안 맘고생을 훌훌 털어냈다며 달콤한 승리를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문득, 다들 무언가 생각난 듯 자연스레 몸을 돌려 한 선수를 정겹게 안고 있었다. 그를 안은 선수들이 그에게 'Good bye' 말로 작별을 고했지만, 안긴 그는 애써 웃으며 'See you'라고 답했다. NO.25 네아가. 그가 이제 한국을 떠난다.

아드리안 콘스탄틴 네아가. 1979년 06월 04일생 루마니아 출생의 이 외국인 선수는 2005년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처음 그가 입게 된 유니폼은 노란빛을 머금은 전남. 이 노란 유니폼을 입고 등장하는 그는 루마니아 최고  선수답게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전남에서 뛴 2년 동안 그가 그려낸 기록은 47경기 출장 13골, 5도움. 비단 기록뿐만이 아니라 그의 플레이는 광양만을 절로 들썩이게 할 만큼 신나는 것이었다. 이렇게 전남의 네아가는 K리그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노란 유니폼을 입고 초록 그라운드를 누빈 네아가는 이어 또 다른 두 번째 노란색 유니폼을 택했다. 이번에는 K리그 최강으로 군림한 성남이었다. 그가 성남을 택한 이유는 외국인 선수로서 포기하기 힘든 가족을 위한 수도권 생활이 우선이었고, 큰 대회에서 뛰어보고 싶었다는 것이 네아가의 변이었다. ACL에서 뛰어보고 싶은 욕심에 네아가는 K리그에서 가장 강하다는 성남을 택했고, 루마니아에서부터 전남까지 쭉, 자신을 나타내준 25번을 등에 달았다.

그러나 첫 번째 노란 유니폼만큼 두 번째 노란 유니폼은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전남에서 그의 주 포지션이었던 중앙 공격수 자리엔 이미 모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자신의 포지션이 아닌 다른 포지션에서 뛰어야 했던 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자신만의 신나는 플레이를 보여줄 기회조차 줄어갔다. 성남에서의 네아가의 입지는 그렇게 좁아져만 갔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팬들에게 친절하고 매너가 좋은 선수였다. 호쾌한 미남형의 얼굴엔 미소가 끊이지 않았고, 인사 또한 먼저 건넬 줄 아는 신사였다. 기자의 기억 속에서도 네아가는 항상 웃는 얼굴이었고, 풀린 신발끈조차 먼저 보고 신경 써줄 정도로, 자상했었다.

한번은 그가 이적하자마자, 반가웠던 마음에 성남의 유니폼 모양대로 십자수를 놓아, 휴대폰 줄을 만들어 네아가에게 선물 했던 적이 있었다. 아주 작은 하찮은 물건이었을 텐데도, 그가 커다란 로봇이라도 선물 받은 어린 아이처럼 기뻐해 줘 오히려 선물했던 기자가 미안했었던 기억이 생생할 정도로, 그는 그렇게 착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는 항상 최선을 다했다. 외국인 선수라면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을 넘어선 자만심이나 치기어린 투정도 그에게선 찾아 볼 수 없었다.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지면 그 기회를 위해서 몸이 부서져라 달렸다. 그렇게 그는 골이 아닌 움직임만으로 성남 팬들에게 감동을 줬다. 

아쉽지만, 그는 이제 한국에서의 추억을 뒤로하고 고국으로 돌아간다. 루마니아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팀은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의 경험이 있는 올리 감독의 슈테아우아 부쿠레슈티다.

한국에서 뛰는 3년 동안의 K리거 생활 동안 자신에게 부상을 입혔던 박주영도, 전남에서부터 가장 좋은 친구였던 양상민도, 그리고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웃을 수 있었던 2006년 수원에서의 마지막 경기까지, 좋았든 슬펐든 한국에서의 모든 기억은 그에게 추억이 되었고, 루마니아로 돌아가는 내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를 미소 짓게 할 것이다.

3년 동안 그가 K리그에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은 만큼 네아가도 한국을 쉽게 잊지는 못할 것이다. 전남 시절 소중한 예쁜 딸이 태어났고 그는 그 소중한 딸아이의 이름의 작명을 전남팬들에게 부탁했다. 그렇게 지어진 딸의 이름이 '유니스'다. 그의 오른쪽 다리에는 유니스가 한글로 새겨져 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을 사랑해준 한국을 사랑했다.

떠나는 그와 마지막으로 추억을 남기고 싶었던 많은 성남 팬들은 그에게 싸인과 사진을 요구했다. 하나의 귀찮음도 없이 그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팬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전했다. 그 인사는 선수들에게 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Good bye가 아닌 See You. 그의 밝은 미소와 함께 전해졌던 그 인사처럼, 지금이 마지막이 아님을 믿는다. 그리고 언젠가 더 큰 무대에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잠시 만나지 못할 그에게 인사를 전한다.

'다시 봐요, 친절한 네아가씨'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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