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양민혁이 굳게 믿었던 약속은 어디로 간 걸까.
"램파드 감독님이 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했다"던 입단 소감과 달리, 현실은 3경기 연속 명단 제외라는 냉혹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출전 보장 조항은 없다'는 선언까지 나오면서, 양민혁의 코번트리 시티 생활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코번트리 시티는 26일 영국 셰필드 브래몰 레인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 34라운드에서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2-1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승점 68점으로 선두를 유지하며 프리미어리그 직행 승격을 향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양민혁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해당 경기 경기 명단 어디에서도 양민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미들즈브러전, 웨스트브로미치전, 그리고 이날 셰필드전까지 3경기 연속 명단 제외다.
코번트리의 상승세와 달리, 양민혁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그는 지난 8일 옥스퍼드 유나이티드전에서 후반 교체로 나와 추가시간 포함 약 6분을 소화한 뒤 줄곧 명단에서 빠졌다.
스토크 시티와의 FA컵 경기 선발 출전 이후 리그에서 단 29분을 뛰는 데 그쳤고, 공식전 전체 출전 시간은 100분 남짓에 불과하다.
포츠머스에서의 전반기와 비교하면 상황은 확연히 대비된다. 당시 그는 16경기에 나서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꾸준히 기회를 받았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포츠머스 임대를 조기 종료하고 코번트리로 향한 배경에는 감독의 설득이 있었다.
양민혁은 입단 당시 "이렇게 훌륭한 전통과 역사를 가진 클럽에 합류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설렌다. 감독님께서 나를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 내가 팀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는지 아주 명확하게 설명해주셔서 이곳이 나에게 맞는 곳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발언은 사실상 출전 기회에 대한 기대를 내포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영국 지역지 '코번트리 라이브'에 따르면 램파드 감독은 선수단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감독이라는 직업에서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아스널의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말한 것에 동의한다. 벤치에 더 많은 자리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하며, 유럽 대항전처럼 교체 명단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했다.
램파드 감독은 이어 "선수들은 이 구단에 고용돼 훈련하고 경기에 나설 준비를 한다. 그런데 주말이 되면 그 권리를 빼앗는 것은 최악의 일"이라며 공감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동시에 냉정한 원칙도 분명히 했다. 그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는 도전해야 하고, 더 많은 옵션이 필요하다. 훈련장에서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명단에 들지 못하는 단순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임대 선수와 관련된 질문에서 의미심장한 답변이 나왔다.
"임대 계약에 출전 시간 보장 조항이 있느냐"는 한 기자의 물음에 그는 "있는 선수도 있고 없는 선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양민혁의 경우도 그러냐"는 구체적인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램파드는 이어 "나는 내가 보는 것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 양민혁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의 시간이 왔다고 느끼면 투입할 것이다. 이는 모든 선수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우리는 이번 시즌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소속이 어디든 감정을 더할 수 없다. 최고의 11명과 최고의 벤치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양민혁의 계약에는 출전 보장 약속이 없어 선수가 원하는 만큼 시간을 줄 수 없음을 공식화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승격 경쟁이라는 중요한 상황에서 유망주의 미래 가치보다 당장의 경기력을 우선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실제로 코번트리는 현재 챔피언십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2위와의 승점 차가 크지 않은 치열한 경쟁 구도를 그리고 있다.
매 경기 결과가 직행 승격 여부를 가르는 상황에서, 감독이 검증된 자원 위주로 운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셰필드전에서는 메이슨-클라크가 2도움을 기록하며 역전승을 이끌었고, 좌우 측면 자원 역시 고정된 조합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양민혁의 원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토트넘 소식을 다루는 '스퍼스 웹'은 같은 날 "토트넘 의사결정권자들이 포츠머스에서 양민혁을 복귀시킨 뒤 코번트리로 재임대한 선택이 실수였는지 자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매체는 "더 높은 압박 환경에서 경쟁하게 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선 상황이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런던 지역 클럽 전문지 '풋볼 런던' 역시 토트넘이 18명의 임대 선수를 평가한 분석 기사에서, 양민혁이 최근 두 경기에서 아예 명단 제외된 점을 짚으며 코번트리에서의 상황이 잘 풀리지 않고 있음을 전했다.
물론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지만 결국 선택지는 단 하나다.
램파드 감독이 공언한 것처럼 훈련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해 그의 판단을 바꾸는 것밖에 양민혁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프리미어리그 생활에 경고등이 켜진 지금, 양민혁의 다음 행보는 더욱 치열한 내부 경쟁 속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사진=코번트리 라이브 / 코번트리 시티 / 토트넘 홋스퍼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