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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정문성, 미치도록 사랑스러워 더 슬픈...'어쩌면 해피엔딩' [엑's 리뷰]

기사입력 2020.07.28 09:25 / 기사수정 2020.08.10 16:32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사랑이란 봄날의 꽃처럼 아주 잠시 피었다가 금세 흩어지는 것, 슬픔과도 같은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려 하고 사랑한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될 거라고 믿으면서.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삼연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따뜻하면서도 영상으로 미래를 표현한 무대 위에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인 헬퍼봇들이 등장한다. 21세기 후반 서울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낡은 로봇 전용 아파트에 사는 올리버(정문성 분)와 클레어(전미도)는 예기치 않게 사랑에 빠진다. 설렘부터 슬픔, 고통, 그리움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복합적인 감정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서정적인 감성으로 그려냈다.

윌 애런슨 작곡가와 박천휴 작가, 김동연 연출, 주소연 음악감독이 의기투합해 2016년 초연한 대학로 화제작이다. 2017년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올해의 뮤지컬상, 인기상, 음악상, 연출상, 2018년 한국뮤지컬어워즈 소극장뮤지컬상, 여우주연상, 프로듀서상, 연출상, 극본 작사상, 작곡상까지 6관왕을 차지했다. 2021년에는 브로드웨이 개막이 예정돼있다.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구형로봇 헬퍼봇5 올리버 집에 복도 건너편에 사는 헬퍼봇6 클레어가 충전기를 빌려달라며 찾아온다. 올리버는 자신보다 한단계 앞선 클레어를 견제해 까칠하게 대한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렸을까. 클레어는 올리버가 찌질하다며 불평하면서도 화분이 직사광선에 놓여 있다며 테이블로 옮기라고 일러준다. 

두 로봇은 성격도 취향도 다르다. 올리버는 대화하는 대상이라곤 우체국 아저씨와 화분뿐이지만 방안에만 있어도 즐겁다. 로봇답게 정해진 루틴을 충실히 따르고 옛 주인 제임스(이선근)를 그리워한다. 반면 클레어는 사회적 기술을 갖춘 로봇으로 혼자 방안에 있는 걸 지루해하고 마음먹은 건 바로 실현한다. 활발해 보이지만 인간에게 버림받은 상처가 있어 냉소적이다. 

그렇게 다른 이들이지만, 자율적인 사랑이 가능하지 않도록 만들어졌지만, 또 사랑에 빠지지 않도록 약속했지만 사랑에 빠진다. 설레고 혼자보다 함께 있는 게 더 좋고 서로를 걱정하고 그래서 더 아픈 감정을 느낀다. 두 달밖에 살지 못하지만 아름다운 빛을 내는 반딧불이처럼, 이들의 사랑도 끝은 정해져 있을지언정 누구보다 감성적이고 따뜻하고 로맨틱하다.  

한없이 인간적인 로봇들의 사랑 이야기는 소통이 부족하고 타인과 감정을 교류하지 않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는 현대의 우리에게도 위로와 공감을 전한다. 유쾌하다가도 결말에 다다를수록 아련하고 진한 여운을 남긴다.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듯 올리버와 클레어의 사랑뿐만 아니라 제임스와 올리버의 관계도 극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나의 방안에’, ‘끝까지 끝은 아니야’, ‘고맙다 올리버’, ‘굿바이 마이 룸’, ‘생각보다, 생각만큼’, ‘사람들로부터 배운 것’, ‘반딧불에게’, ‘사랑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은 기억해도 돼’ 등 극에 어울리는 서정적인 넘버들로 채웠다. 곱씹어보게 만드는 예쁜 가사와 아날로그의 어쿠스틱, 재즈 선율이 어우러졌다.

이 작품으로 여우주연상, 인기상을 받은 전미도가 다시 무대에 올랐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안방에서 인기를 끌고 금의환향한 전미도는 이보다 사랑스러울 수 없다. 로봇이 이렇게 귀여울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발랄한 헬퍼봇6 그 자체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올리버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벅차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해낸다. 그러면서도 상대가 힘든 모습을 보는 걸 마음 아파하고 사랑의 고통을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도 소화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흉부외과 늦깎이 레지던트 도재학 역을 맡아 인간미와 능청스러운 매력을 보여준 정문성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전미도와 초연부터 ‘어쩌면 해피엔딩’의 흥행을 견인한 그는 이번 시즌에서도 순수하면서도 섬세한 감정을 지닌 로봇을 이질감 없이 연기한다. 움직임부터 말투까지 로봇이 돼 말랑말랑하고 예쁘고 먹먹한 케미를 만들어낸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9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한다. 160분. 만 13세 이상.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CJ ENM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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