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2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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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외전' 강동원, 알고 좋아하고 즐기는 자의 여유 (인터뷰①)

기사입력 2016.02.10 01:45 / 기사수정 2016.02.10 07:51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또 한 번의 변신이다. 배우 강동원이 영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검사외전'에서 강동원은 인생에 중요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허세 남발의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 한치원 역을 연기했다. 치원은 중학생 시절 전국 모의고사 38등까지 한 비범한 두뇌의 소유자지만, 현재는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 언변으로 사람들을 홀리며 살아가는 인물.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간 검사 변재욱(황정민 분)을 만난 치원은 그의 도움으로 출소한 뒤 재미교포 유학생부터 서울대 학생, 검사까지 변신을 거듭하며 재욱의 지시대로 작전을 펼쳐나간다.

'검사외전'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은 "시나리오를 보며 재미있는 것을 찾아서 하는데, '검사외전' 캐릭터는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어서 욕심이 났다"고 얘기했다.

"'검사외전'은 '사기꾼과 검사가 어울려서 놀면 재밌겠다'라고 시작한, 출발부터가 스토리보다는 캐릭터에 중점을 둔 영화예요. 그래서 내용은 너무 허술하지 않게 노력하면서, 캐릭터를 보는 맛으로 갈 수 있도록 최대한 심플하게 만들어갔죠. 사실 검사가 사기꾼에게 속는다는 자체가 거의 말이 안 되잖아요. 찍으면서도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그게 중요했던 건 아니라서 영화적으로 넘어가는 부분도 있었고요."

한치원이라는 인물에 대한 흥미를 비롯해 평소 절친한 이들이 함께 제작하는 환경, 먼저 캐스팅 된 황정민에 대한 믿음은 강동원이 주저 없이 '검사외전'을 선택했던 이유가 됐다.

강동원은 "한치원 캐릭터가 이 영화의 핵심이죠. '지금까지 이런 캐릭터가 있었나?'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이번엔 오랜만에 진짜 오락영화를 만들어보려고 했던 거였거든요"라고 설명했다.


즐거운 마음은, 곧 즐기는 마음이 돼 캐릭터 표현에 고스란히 녹아들어갔다. 시나리오에 한치원의 성격이 분명히 드러나 있어 디자인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강동원 자신에게 조금밖에, 혹은 아예 갖고 있지 않은 성격들을 극대화시켜 표현해야 하는 연기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여러 설정을 했죠. '펜슬베니아'라고 말하는 것도 대본에는 '펜실베니아'라고 쓰여 있었지만, 억양을 좀 꼬아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어요. 하나(신소율)와의 교도소 면회 장면에서 '후아유?(Who are you?)'라고 말한 것도 기억에 남아요. 한치원 캐릭터와 영화의 색깔이 거기서 처음 드러나거든요. 중요한 신이고, 또 대사도 많이 웃겼고요."

항상 열려 있는 촬영 현장은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후아유'를 시작으로 '왓츠업(What's up)', '아임 스튜피드(I'm stupid)' 아이 러브 벌즈(I love birds)', 달걀을 들고 애교 넘치게 말하는 '러브 유(Love you)'까지. 짤막한 영어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치원의 모습은 강동원의 애드리브가 더해지며 생생함을 덧입었다. 하나를 향해 '아임 스튜피드'라고 외친 데 이어 '아임 바보 등신'이라고 능청스럽게 울먹이는 대사도 강동원에 의해 만들어졌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강동원은 "'만나는 여자마다 무조건 작업을 건다'는 설정은 없었어요. 원래는 하나에게만 그러는 거였죠. 은행 여직원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제가 설정을 그렇게 잡았어요. 그 신 촬영 때 은행 여직원을 먼저 찍고 있었고, 저는 뒤통수만 보이는 상황이니까 감독님은 제가 뭘 하고 있는지 몰랐대요. 그리고 이제 저를 찍는데, 제가 여직원을 쳐다보면서 계속 눈빛을 보내고 있으니까 감독님이 '아까부터 이러고 있었냐'고 묻더라고요. '아까부터 이러고 있었다'고 하니 감독님이 정말 웃긴다고 그러시던데요. 제가 언제 여자를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겠어요.(웃음) 찍다보니까 확실히 재밌더라고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중간부터는 '치원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설정을 좀 더 강하게 가져갔다. 과거도 없고, 모든 게 다 거짓말투성이인 싹수없어 보이는 한치원이지만, 변재욱을 만나면서 '그래도 사람은 괜찮네'라며 마냥 밉지 않은 인상을 주는 것은 이렇게 캐릭터를 세심하게 다듬은 강동원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검사외전'은 지난 3일 개봉 후 7일간 544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으며 흥행 중이다. 유쾌하게 와닿는 강동원의 연기에 대한 호평 역시 이어지고 있다. 매 작품 '100% 만족은 없다'고 얘기해왔던 강동원은 '검사외전'이 처음 베일을 벗은 언론시사회 당시를 떠올리며 "정말 한 번도 100% 만족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시사회 후의 반응도 정말 딱 의도했던 대로 나오더라고요.(웃음) 그게 긍정적으로 기대했던 것이거든요"라고 다시 한 번 웃음 지었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는 '논어' 속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연기를 향한 강동원의 열정이 솔직하고, 또 담백하게 와 닿는다.(인터뷰②에서 계속)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쇼박스

▲인터뷰 기사 더 보기
강동원, 기꺼이 짊어진 '배우'라는 이름의 사명감 (인터뷰②)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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