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다.
이을용과 이태석 부자(父子)가 나란히 가나를 상대로 골을 터트렸다.
공교롭게도 이을용이 가나를 상대로 마지막 A매치 득점을 터트리고 19년이 지나 그의 아들 이태석이 자신의 A매치 데뷔골로 가나 골네트를 흔들며 결승포를 뽑아냈다. 가나는 이제 두 부자에게 잊을 수 없는 팀이 됐다.
이태석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와의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 선발 출전해 후반 18분경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이강인이 올린 크로스를 헤더로 밀어 넣으며 선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한국은 이태석의 선제골로 가나를 꺾으면서 3년 전 가나에 2-3으로 패배했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복수에 성공, 11월 A매치에서 2연승을 거두며 내달 6일 진행되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 개최) 본선 조 추첨에 앞서 포트2 배정을 확정 지었다.
홍명보 감독이 꺼내든 3-4-3 전형에서 왼쪽 윙백으로 출전한 이태석은 공격 시 측면 공격수처럼 상대 파이널 서드 지역에 진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전반전에는 팀 전체 경기력이 답답했던 탓에 이태석이 무언가를 보여주기 어려웠지만, 후반전 들어 기회가 생기자 이태석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태석은 후반 18분경 한국의 공격 상황에서 가나 페널티지역으로 쇄도, 이강인이 오른쪽 측면에서 왼발로 날카롭게 감아 올린 크로스를 머리로 밀어 넣으며 가나 골네트를 출렁였다. 이태석의 헤더는 가나 수문장 벤자민 아사레에게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이태석의 데뷔골이었다.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치며 성장한 이태석은 지난해 11월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을 앞두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표팀 합류 초반에는 적응을 어려워했지만, 점차 안정감을 찾으며 한국 대표팀의 오랜 고민이었던 풀백 걱정을 덜어줄 새 얼굴이라는 기대 속에 꾸준히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가나전 데뷔골은 그가 대표팀에 처음으로 합류한 지 꼭 1년 만에 터트린 득점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가나가 이태석의 아버지인 이을용이 대표팀에서 마지막 득점을 터트릴 당시 한국의 상대였다는 것이다.
이을용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 체제에서 2006 FIFA 독일 월드컵을 준비하던 지난 2006년 영국 에딘버러에서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1-3 패)에서 한국의 유일한 골을 기록하며 대표팀의 체면을 살린 바 있다.
이을용이 대표팀 생활 내내 기록한 득점이 2002 월드컵 3~4위전 튀르키예전 프리킥 득점을 비롯해 3골(51경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골은 그의 기억에 지금까지도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을용이 가나를 상대로 득점을 올리고 꼬박 19년이 지난 뒤 그의 아들인 이태석이 가나전에서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터트린 것이다. 가나와의 경기는 이을용과 이태석 두 부자에게 앞으로 평생 좋은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사진=서울월드컵경기장, 김한준 기자 /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