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12-06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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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메이트' 감독 "'기생충' 이후 과대평가 두려웠지만…" [인터뷰 종합]

기사입력 2025.06.24 16:47 / 기사수정 2025.06.24 16:47



(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러닝메이트'로 첫 번째 연출작을 선보인 한진원 감독이 향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러닝메이트' 한진원 감독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러닝메이트'는 불의의 사건으로 전교생의 놀림감이 된 노세훈(윤현수 분)이 학생회장 선거의 부회장 후보로 지명되면서 온갖 권모술수를 헤치고 당선을 향해 달려가는 하이틴 명랑 정치 드라마다.

한 감독은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연출 데뷔를 하게 된 것에 대해 "사실은 영화 데뷔를 먼저 준비했었고, 시나리오를 준비했는데 하다보니까 캐스팅이 풀려야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지 않나. 그런 게 늘어지다보니까 투트랙으로 준비하던 걸 먼저 공개하게 됐다"며 "영화 스태프 출신이다보니 영화에 각별한 게 있긴 했는데, 만들면서 드라마라는 자각을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학원물이기는 하지만 학생회장 선거라는 소재를 활용한 만큼,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는지도 관심사였다.

이에 한 감독은 "요즘 학생회장 선거가 어떨까 찾아봤는데, 유튜브에 나오는 영상들을 보니 그 때만 해도 요란스러운 학교는 굉장히 요란스럽더라. 어떤 학생이 후보로 참여하느냐에 따라 다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정도 레퍼런스만 있으면 믿고 현실고증 됐다, 이거만 믿고 간다 생각해서 그런 학교들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끌어왔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가장 활발했던 예시들 찾아보면서 좀 더 청량하고 신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다. 실제 학교의 짓눌린 분위기, 학폭이나 왕따 문제가 부각된 것보다는 그런 톤으로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운동회 같기도 한 측면이 있다"며 "'퍼펙트 게임'이라는 작품이 있지 않았나. 극중 롯데와 해태의 라커룸 토크가 있다. 그게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교차편집이 되는데, 그걸 4회의 교차편집에 참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 유세전도 운동적이고 리드미컬한 느낌의 스포츠 대항전 분위기가 나게끔 했다. 뒷부분의 암울한 면을 환기하는 느낌이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톤을 가볍고 신명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선거전 도중 서로가 가짜뉴스를 살포하며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모습에 대해서는 "현실의 모습을 의식적으로 차용을 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반영이 된 거 같다. 특정 부분들은 있겠지만, 이걸 이렇게 해야지 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나왔다"며 "연예계 이슈도 그렇고, 일상 생활에서도 보면 트집잡아서 나락 보내는 게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록 극중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톤이 높게 설정되었지만, 극중 인물들은 굉장히 현실적으로 그려졌다. 이에 대해 한 감독은 "색보정도 그렇고 뽀샤시하거나 알록달록한 미장센을 차순위로 뒀다. 실제로 배우들이 메이크업도 굉장히 얇게 해서 '생얼'에 가까웠다. 실제 청소년들을 보면 두껍게 하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진 않지 않나"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수채화같은 느낌의 리얼리티를 만들려고 했던 이유는, 이야기 자체가 현실보다 떠있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그림까지 그러면 너무 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될 거 같았기 때문"이라며 "톤을 당기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올려서 중간 지점을 찾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가장 고민한 지점으로 실제 10대들이 사용하는 말투를 그대로 옮겨오는 것을 언급했다.

그는 "어느 시점부터는 요즘 10대의 언어를 사용하려고 했는데, 신조어는 바뀌는 주기가 정말 짧더라. 시나리오에 적용을 할 때 쯤엔 이미 올드해져서 작품이 공개될 땐 '용의 눈물'을 보는 느낌이 들 것 같더라"며 "신조어는 포기하되, 툭특 내뱉는 느낌을 주기 위해 비속어가 전체적으로 많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캐릭터들이 고급스럽지 않은 말들을 하게 하고 싶었다. 안 그래도 현실적인 이슈와 연관지어 보실 분들이 있을텐데, 굳이 설명하려는 말보다 한 마디 욕으로 가볍게 지나가고 싶었다"며 "좋은 단어를 배열해서만 나오는 게 좋은 대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감독은 "재원이라는 캐릭터가 세훈이 흑화되기 직전에 하는 대사가 있지 않나. 그 대사를 쓸 때 제 전략이 다 들어가 있었다. 명언에 가까운 내용인데, 그 표현을 가장 어리석은 말과 경박스러운 말투로 하지 않나. 현란한 말로만 얘기하는 게 진리는 아닐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고, 교훈과는 거리가 먼 거 같은 캐릭터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9년 개봉한 '기생충'을 통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을 수상한 한진원 감독에게는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한 감독은 "오스카를 다녀온 직후와 5개월 뒤의 낙폭이 너무 심해서 그 때 좀 혼란스러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제가 어디 가서 영화 얘기나 시나리오 얘기를 하면 기준점이 '기생충'에 놓여있으니까 되게 부담스러웠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저는 단순히 감독님 옆에 있던 것 때문에 과대평가된건데, 이게 다 가라앉았을 때의 두려움이 크더라"며 "그래서 겁이 나서 사람도 잘 안 만났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렇게 하다가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했다. 가만히 있다간 자멸할 수 밖에 없겠더라. 다른 선배 창작자들과는 다른 유니크한 걸 건져보자 해서 운 좋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 한 감독은 "앞으로도 작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감독이라고 해도 그 사람의 인생에서 그 행위를 하고 있는 시간이 짧다. 직업이 아니라 직책같은 느낌이다.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직업에 비해 연출자라는 직업은 찰나의 순간"이라며 "'러닝메이트'도 촬영 끝난지가 2년이 다 되어가는데, 꿈 같은 일이다. 되게 오래된 이야기같고, 작품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유니크한, 재밌는 걸 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러닝메이트'는 지난 19일 티빙에서 전편 공개됐다.

사진= 티빙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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