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용환주 기자) 김민재의 스승이 과거 그를 영입할 당시 상황을 자서전에 기록했다.
이탈리아 매체 '아레아 나폴리(areanapoli.it)'은 지난 6일(한국시간) 공개된 루치아노 스팔레티 현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 자서전 일부를 주목했다.
스팔레티는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SC 나폴리를 감독으로 이끌었다. 한국 축구 팬들에게 익숙한 감독이다. 2022-2023시즌 한국 대표팀 수비수 김민재가 뛰었기 때문이다. 스팔레티는 김민재를 데려와 나폴리의 '리빙 레전드' 칼리두 쿨리발리가 첼시로 떠난 공백을 맡겼다. 김민재 영입은 신의 한 수가 됐다. 나폴리는 디에고 마라도나가 뛰던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세리에A 우승을 차지했다.
무려 33년 만에 해낸 우승이다. 스팔레티는 해당 시즌 세리에A 올해의 감독, 세리에A 최고의 감독, 이달의 감독 2회(22년 10월, 23년 1월),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감독 2위를 수상했다.
김민재도 수많은 찬사를 받았다. 해당 시즌 세리에A 올해의 팀, 베스트 팀 둘 다 선정됐다. 또 세리에A 이달의 선수(9월), 대한축구협회(KFA) 올해의 선수, 2023 발롱도르 22위를 거쳐 세리에A 올해의 수비수에 뽑혔다. 수비의 본산이라는 이탈리아에서 세리에A에서 2022-2023시즌 김민재가 최고의 수비수였다.
김민재와 함께 최고의 순간을 보낸 스팔레티가 그 시절을 자서전에 회고했다.
매체는 그의 자서전 '고난 가운데, 낙원은 실존했다' 중 일부 내용을 발췌했다. 매체에 따르면 그는 자서전에서 "선수단에 내 자신을 처음 소개했던 순간이 기억난다. 오직 스쿠데토(세리에A 우승팀이 얻는 방패 마크)를 얻을 때만 역사에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첫 시즌을 3위로 마쳤다. 그리고 선수단에 변화가 있었다. 나는 러시아 친구들에게 흐바차 크바라츠헬리아라는 선수의 활약이 좋다는 정보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회장은 여전히 걱정이 많았다.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감독이 나를 좀 이해 시켜주길 바란다. 나폴리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인(김민재), 조지아인(흐비차)을 영입하는 게 정말 맞는가?'라고 내게 물었다"고 밝혔다.
의심할만 했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한국인 수비수가 이탈리아 1부 리그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 조지아도 마찬가지다. 조지아는 역대 최고 FIFA 랭킹이 42위다. 축구 강국이 아니다. 나폴리가 해당 국적의 선수를 그것도 공격수를 영입하는 것을 마냥 반길 수 없었다.
스팔레티는 당시 단장으로 지금은 유벤투스에서 일하는 크리스티안 지운톨리와 함께 김민재와 흐비차를 영입을 밑어붙였다. 흐비차와 김민재는 각각 1805만 유로(약 240억원), 1000만 유로(약 158억원)에 나폴리 유니폼을 입었다. 결과는 대반전이라고 할 만했다. 전혀 기대 안 했던 두 선수의 대활약 덕분에 나폴리는 33년 만에 스쿠데토를 들어 올렸다.
현재 두 선수는 나폴리를 떠났다. 이별의 순간에도 팀에 큰 도움이 됐다.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해 독일 분데스리가로 향했다. 흐바치는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이적해 프랑스로 떠났다. 각각 나폴리에 이적료 5000만 유로(약 792억원), 7000만 유로(약 1109억원)를 남겨줬다.
나폴리는 투자 측면에서도 둘을 데려와 대박을 쳤다. 거의 5배에 달하는 이익을 남겼다.
그 돈으로 여러 선수들을 살 수 있었고, 그 덕에 나폴리는 흐비차와 김민재, 그리고 세리에A 득점왕 출신 빅터 오시멘이 떠나도 선수단 전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나폴리는 이번 시즌 리그 35라운드 기준 승점 77로 1위를 기록 중이다. 2위 인터 밀란(승점 74점)이 바짝 추격하고 있지만, 남은 3경기 승리로 장식하면 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지난 2022-2023시즌 이후 2시즌 만에 다시 왕좌에 앉을 기회를 맞이했다.
한편, 김민재와 흐비차 또한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김민재는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한국 축구 선수 최초 유럽 4대 리그 중 두 곳을 우승한 선수가 됐다. 흐비차도 올해 겨울 PSG에 합류해 프랑스 리그1 우승을 맛봤다. 프랑스컵 우승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넘보고 있다.
'트레블'에 도전하는 중이다.
3년 전 한 지도자의 혜안이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 축구를 뒤흔드는 변화를 일으킨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용환주 기자 dndhkr15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