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프리미어리그에 있던 루턴 타운이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보기 드문 '백투백 강등'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된 지 1년 만에 이번 시즌에는 챔피언십(2부)에서도 생존에 실패하며, 2025-2026시즌을 리그1(3부)에서 시작하게 됐다.
루턴은 4일(한국시간) 잉글랜드 웨스트 브로미치 더 허손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WBA)과의 챔피언십 최종전에서 3-5로 패하며 이번 시즌 46경기 13승 10무 23패를 기록(승점 49), 22위로 리그를 마무리했다.
이날 패배와 동시에 헐 시티가 포츠머스 원정에서 1-1로 비기며 루턴과 승점 49점으로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에서 무려 14골 차이로 앞서 생존에 성공했다. 루턴은 플리머스 아가일, 카디프 시티와 함께 리그1으로 강등된 세 팀 중 하나가 됐다.
만약 루턴이 이날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승점 52점을 확보해 리그 18위 수성도 가능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패배는 더욱 쓰다.
이날 경기에서 루턴은 전반 초반부터 수세에 몰렸다. 전반 7분 만에 골키퍼 토마스 카민스키의 실책을 틈탄 톰 펠로우스에게 선제골을 허용했고, 밀레닉 알리가 동점골을 넣으며 반격했지만 곧바로 WBA의 대릴 다이크에게 다시 실점을 허용하며 리드를 내줬다.
이어지는 수비 붕괴 속에 펠로우스와 캘럼 스타일스가 추가 골을 넣으며 점수는 1-4까지 벌어졌고, 후반에는 상대 슛이 테로 아스가르드를 맞고 굴절돼 5번째 골까지 허용했다. 루턴은 조던 클라크와 알리의 만회골로 3-5까지 따라붙었지만, 결국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루턴의 강등을 두고 "프리미어리그에서 리그1까지 두 시즌 연속으로 강등된 것은 프리미어리그 시대 이후 4번째 사례이며, 가장 최근엔 2018년 선덜랜드가 같은 길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1994-1995시즌 스윈던 타운, 2012-2013시즌 울버햄튼 원더러스가 동일한 전철을 밟은 바 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 당한 루턴은 챔피언십에서도 시즌 초반부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시즌 첫 13번의 원정 경기에서 단 1승만을 거두며 무려 11패를 기록했고, 지난 1월 결국 로브 에드워즈 감독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에드워즈는 2022-2023시즌 팀을 프리미어리그 승격으로 이끈 주역이었지만, 구단은 시즌이 기대만큼 전개되지 않았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후 마크 블룸필드를 영입한 루턴은 시즌 막판 극적으로 반등하는 듯했다. 4월 중순까지만 해도 강등권에 머물던 루턴은 더비 카운티, 브리스톨 시티, 코번트리 시티를 상대로 3연승을 거두며 강등권에서 벗어났고, 마지막 라운드 전에는 잔류에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WBA와의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수비가 급격히 붕괴되며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블룸필드 감독은 경기 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49점을 얻고도 잔류하지 못한 것은 고통스럽다. 오늘 경기력에는 실망했고, 이 순간은 너무도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지막 고비에서 무너졌다는 사실이 특히 더 고통스럽다"며 "팬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오늘은 우리가 큰 경기를 펼쳐야 했고, 그러지 못했다. 실망과 분노는 당연하다"고 밝혔다.
'BBC'에 따르면, 팬들의 실망 역시 극에 달했다. 원정 응원단은 경기 종료 후 "유니폼을 입을 자격조차 없다"며 선수들에게 야유를 보냈고, BBC와의 인터뷰에 응한 일부 팬들은 구단의 행보에 깊은 회의감을 드러냈다.
한편, 이번 강등은 단순한 순위 하락 이상의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루턴은 10년 전 내셔널리그(5부)에서 시작해 프리미어리그까지 승격한 '동화' 같은 성공의 주인공이었지만, 단 2년 만에 3부리그로 추락하며 그 여정에 급제동이 걸렸다.
사진=BBC/스카이스포츠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