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에서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는 양민혁이 토트넘 홋스퍼 복귀 후 프리시즌 경쟁을 준비한다.
원소속팀 토트넘에서 기술 이사(디렉터)를 맡고 있는 요한 랑게가 양민혁 등 임대 선수들에 대한 다음 시즌 1군 가세 여부 등을 설명했다.
앞서 양민혁이 뛰는 QPR은 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로프터스 로드에서 열린 블랙번과의 2024-2025 챔피언십 31라운드 홈 경기에서 2-1 승리를 챙겼다.
지난 2015-2016시즌 2부로 강등된 뒤 10시즌째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실패하며 챔피언십에서 경기하고 있는 QPR은 이날 승리로 최근 2연패에서 탈출했다.
QPR은 10승 11무 10패(승점 41)를 기록, 13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24개 팀 중 13위에서 중위권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날 승격권인 5위 블랙번과의 격차를 4점으로 줄이면서 프리미어리그 진출 가능성을 열어젖힌 셈이 됐다.
챔피언십에선 상위 두 팀이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직행한다. 3~6위 4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러 한 팀이 프리미어리그 승격 마지막 티켓을 거머쥔다.
이날 경기에선 QPR에 새로 입단한 한국인 공격수 양민혁이 후반 21분 폴 스미스 대신 그라운드를 밟아 2경기 연속 교체 출전을 기록했다.
양민혁은 경기 하루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며 기뻐했다.
양민혁은 앞서 지난 2일 영국 런던 더덴에서 열린 30라운드 밀월과의 원정 경기에서 후반 31분 교체로 들어가며 축구종가 데뷔전을 치렀다.
이번 블랙번전에선 10분 더 당겨 후반 21분에 그라운드를 밟고 홈구장 데뷔까지 일궈냈다.
2015년 11월28일 챔피언십 리즈 유나이티드전에서 선발로 나와 55분을 뛴 윤석영 이후 9년 3개월 만에 로프터스 로드를 QPR 유니폼 입고 밟은 한국 선수가 됐다.
QPR이 승리를 하면서 양민혁의 홈 데뷔전 기쁨도 더 커지게 됐다.
직전 경기였던 밀월전에서도 전반 1분 실점하고 2분에 바로 동점골을 넣었던 QPR은 이날도 전반 초반에 득점포를 가동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QPR은 전반 5분 만에 왼쪽 측면 프리킥 상황에서 일리아스 체어가 투입한 볼을 골 지역 왼쪽 부근에서 미하엘 프라이가 헤더로 방향을 바꿔 골 맛을 봤다.
전반을 1-0으로 마친 QPR은 후반 초반 동점포를 내주고 말았다. 일본인 공격수 사이토 고키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상대 공격수를 막으려다 반칙한 탓에 페널티킥을 허용한 것이다.
블랙번의 키커 티리스 돌런이 오른발 슈팅을 꽂아넣어 승부는 1-1 원점이 됐다.
이후 QPR은 후반 21분 스미스를 빼고 벤치에서 대기하던 양민혁을 오른쪽 날개 공격수로 투입했다.
양민혁은 비록 주인공이 되진 않았으나 결승골 과정에 적지 않게 관여했다.
양민혁은 후반 31분 잭 콜백의 득점포에 힘을 보탰다.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투입된 볼이 공격수의 머리에 맞고 페널티지역 정면으로 떨어지자 양민혁이 달려드는 과정에서 수비수의 태클에 걸려 넘어졌고, 콜백이 흐른 볼을 재빠르게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에 성공했다.
만약 골이 터지지 않았더라도 양민혁이 넘어지는 장면에서 페널티킥이 불릴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만큼 양민혁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양민혁은 2경기 연속 교체로 출전해 점차 팀과 영국 무대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이다.
이날 축구 통계업체 폿몹에 따르면, 양민혁은 24분간 출전해 패스 성공률 90%(9/10), 터치 13회, 리커버리 1회, 경합 성공 1회, 오프사이드 1회 등을 기록했다.
대한민국이 주목하는 유망주 양민혁은 지난해 강원FC에서 데뷔했다. 당돌한 플레이 스타일과 거침없는 돌파, 그리고 뛰어난 결정력을 자랑하며 강원에서 리그 12골 6도움을 기록했다. 그는 강원의 리그 준우승의 핵심 멤버 중 하나로 활약했고 K리그1 영플레이어상을 받았으며 MVP 후보에도 오르는 등 역대급 임팩트를 남겼다.
대형 유망주의 등장에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이 영입전에 뛰어들었고 양민혁을 2030년 여름까지 장기 계약으로 영입해 미래를 보장했다. 지난 시즌을 온전히 다 치른 뒤, 양민혁은 12월 런던으로 건너가 현지 적응에 들어갔다.
하지만 조기 합류를 요청한 것과 달리 토트넘의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좀처럼 양민혁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포스테코글루는 적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 뉴캐슬과의 리그 맞대결 전 기자회견에서 포스테코글루는 양민혁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표정을 찡그린 뒤, "지금은 (양민혁의 출전에 대해) 특별한 계획이 없다. 그는 아직 매우 어린 선수다. 경쟁 수준이 여기서 마주하게 될 수준과는 전혀 미치지 못하는 지구 반대편에서 온 선수"라며 "양민혁이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양민혁은 출전을 위해 임대를 선택했고 지난달 30일 QPR로 임대됐다. 올 시즌 남은 일정 동안 그는 북런던이 아닌 서런던(QPR 연고)에서 영국 무대 적응에 들어갔다.
양민혁은 입단 후 첫 인터뷰에서 "이곳에 오게 돼 정말 행복하고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할 것이다."라며 "난 이곳에서 뛴 한국 레전드 박지성에 대해 아주 엄청난 기억이 있다. 난 정말 뛰고 싶고 꾸준히 경기에서 모습을 보이고 싶다"라며 출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양민혁은 또 "한국에서 프로 선수가 되면서 난 정말 프로 무대에서 뛰고 싶은 강한 열망과 배고픔이 있었다. 이제 나는 잉글랜드에 왔고 여전히 성공하기 위한 열망과 배고픔이 있다"라며 재차 출전 의지를 강조했다.
일단 QPR 초반 두 경기에서 교체로 들어가 의미있는 활약을 펼치면서 축구종가 연착륙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첫 경기부터 좋은 움직임과 슈팅으로 기회를 받은 양민혁은 홈 데뷔전에서 결승골에 기여하며 좋은 인상을 계속 남기고 있다.
영국 현지 매체 '웨스트 런던 스포츠'는 양민혁에 대해 "홈 데뷔전에서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며 평점 6점을 부여했다. 교체 선수로서는 무난한 평가를 받은 셈이다.
양민혁이 순조롭게 QPR과 영국 무대에 적응하고 있는 가운데 토트넘 홋스퍼가 시즌이 끝나면 양민혁을 프리시즌에서 시험해 볼 생각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눈길을 끌었다.
랑게 디렉터는 5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양민혁을 포함해 임대를 보낸 선수들에 대해 "내게 임대 이적은 선수 발전에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한 선수들의 80% 이상이 임대를 다녀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토트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수 중 일부를 데려온다면, 그들도 발전의 일환으로 임대됐다"라며 "따라서 강력한 임대 프로세스를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제 윌 랭크셔, 루카 군터, 양민혁이 토트넘을 떠나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은 정규 경기 시간을 갖는 것이 그들의 커리어에 있어서 올바른 단계라고 생각했다"라며 "이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들은 여름에 돌아올 것이고, 프리시즌에서 경쟁할 준비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는 양민혁이 QPR에서 영국 축구에 대한 적응을 마치고 돌아오면 본격적으로 1군 경쟁에 참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양민혁으 다음 시즌 토트넘 1군 전력으로 인정 받기 위해선 QPR에서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남겨야 한다. 2024-25시즌이 끝날 때까지 양민혁이 K리그와 강원FC에서 보여준 활약상을 재현해 성공적인 임대 생활을 보낼지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사진=토트넘, QPR, 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