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1.10 09:33 / 기사수정 2009.11.10 09:33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10일 새벽 리버풀은 그들의 홈 구장인 앤필드에서 열린 09/10시즌 EPL 12R 버밍엄 시티와의 경기에서 질질 끌려다니다 주장 스티븐 제라드의 막판 기사회생 페널티킥으로 간신히 무승부를 챙기며 4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부진의 모습을 이어갔다.
팀의 핵심 공격수인 페르난도 토레스와 주장 스티븐 제라드가 결장하긴 했지만 이스라엘의 매직 드리블러 요시 베나윤과 오른쪽에서 폭발적인 돌파를 선보이는 풀백 글렌 존슨의 존재는 리버풀에 있어서 매우 든든한 존재였다. 그리고 경기 초반인 12분 만에 알베르토 리에라가 올린 크로스를 은고그가 선취골로 이어갔을 때만 해도 이 경기에서 리버풀이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되진 않았다.
하지만, 전반 26분 버밍엄 시티의 크리스티안 베니테즈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마르틴 스크르텔의 허약한 수비를 피해 득점하고 종료 직전 제롬이 미드필드 아크 지역에서 리버풀 골키퍼 페페 레이나를 넘기는 그림 같은 로빙슛으로 역전에 성공하며 1-2로 전반을 마치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반전을 보이게 된다.
EPL 승격팀인 버밍엄 시티에조차 패배를 면치 못하게 된 리버풀은 후반 들어 주장 스티븐 제라드를 투입하며 버밍엄을 강하게 압박했고 이는 매우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앤필드 원정에서 예상외로 귀중한 1승을 거두게 될 버밍엄 입장에서는 당연히 수비 일변도의 경기를 펼쳤고 덕분에 리버풀은 파상공세를 퍼붓고도 골을 뽑아내지 못하며 애꿎은 가슴만 새까맣게 태워야 했다.
리버풀은 71분 은고그가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을 제라드가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2-2 동점을 이뤄냈고 경기는 그대로 마무리되며 홈에서 승격팀에게 패배한다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과정에서 은고그의 '헐리우드 액션' 덕분에 리버풀은 무승부라는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와 동시에 헐리우드 액션으로 승점을 챙겼다는 불명예스런 일까지 동시에 챙기게 되었다.
이번 경기는 같은 '빅4'를 상대한 것도 아니고 프랑스 리그 앙의 강호인 리옹을 상대로 한 것도 아니다. 거기다 다른 곳도 아닌 그들의 홈 구장인 앤필드에서 승격팀에게 질질 끌려다니며 무승부를 기록했다. 리버풀이 만년 우승도전을 선언하고 우승을 이루지 못하자 팬들 사이에서는 최근 무한도전의 멤버 정준하가 얻은 새로운 별명인 '쩌리짱'을 리버풀에 붙여주며 '쩌리풀'이라는 새로운 별명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대로 그 '쩌리들' 사이에서조차 승리하지 못한다면 리버풀은 '쩌리짱' 자격조차 유지하기 힘들 것 같다. 리버풀에는 대체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① 사비 알론소 이적으로 인한 팀 밸런스의 붕괴, 라파는 루카스를 너무 믿었다
실상 리버풀이 탄탄한 중원을 유지하고 강력한 수비를 뽐내며 EPL과 유럽에서 기세등등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에는 팀 밸런스가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었다. 리버풀 스쿼드의 면면을 보면 페르난도 토레스와 스티븐 제라드를 제외하고는 스타 플레이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2% 부족한 면을 갖춘 선수들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유기적으로 짜인 전술적 움직임과 공수 양면으로 조화를 이룬 팀 밸런스 덕분에 상대방을 쩔쩔매게 하는 진흙탕 축구를 구사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바로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이적한 사비 알론소의 존재였다. 미드필드 최후방 지역인 포백 바로 윗선에 위치하며 상대방의 볼 공급을 커트하고 자신의 장기인 대지를 가르는 롱패스로 리버풀 공격의 완급을 조절했던 사비 알론소가 있기에 리버풀은 최고의 팀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후방에 사비 알론소를 두었기 때문에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경기장 곳곳을 뛰어다니며 상대 공격수들을 악착같이 수비할 수 있었던 것이고, 알론소의 롱패스 덕분에 리버풀 공격의 빌드업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러니 그를 보내고 난 이후 리버풀 중원에 텅 빈 공허함만이 남은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베니테즈 감독이 기대한 루카스는 확실히 브라질리그에서 멋진 드리블과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보여주었던 유망주지만 잉글랜드 무대로 건너온 이후부터 공격도 수비도 드리블도 패스도 뭔가 부족한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선수가 되었다.
아직 더 성장해야 할 루카스에게 나름 우승을 노린다는 리버풀이란 팀의 중원은 너무나도 버거워 보였고, 덕분에 리버풀은 중원에서 빌드업을 이뤄줄 선수 없이 '토라드' 토레스와 제라드의 콤비플레이에만 의존하게 되었고 이들 둘 중 하나라도 결장하면 어김없이 경기를 망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② 끊임없이 지속되는 세트피스 상황의 지역방어 문제
사비 알론소가 있던 때에도 리버풀은 수비가 강한 팀으로 정평이 나 있었지만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꽤 취약한 면을 가진 팀으로 분류되곤 했다. 가장 좋은 일례가 지난 08/09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히딩크의 첼시를 상대로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바노비치에게 깜짝 골을 허용하며 1-3으로 분패했던 경기다. 이번 시즌도 여지없이 실점의 70% 이상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허용할 만큼 리버풀의 세트피스 수비에는 문제가 있다.
이것은 리버풀의 세트피스 상황 시 방어전술이 지역방어인 것에 기인한다. 세트피스 시의 지역방어는 분명 공간을 넓게 활용하며 상대 선수들의 움직임을 미리 봉쇄할 수 있다는 좋은 장점을 갖지만 대인방어에 비해서 의외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데 매우 취약함을 갖는다. 반면 대인방어의 경우 선수 면면의 움직임을 막는 데는 효율적이지만 방어 이후 빠른 역습을 가져가기에는 역시 문제점을 갖는다.
베니테즈 감독은 지역방어와 대인방어는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한다고 몇 년째 말하고 있지만 리버풀의 지역방어 문제는 역시 몇 년째 베니테즈 감독을 괴롭혀오고 있는 사실이다. 이번 버밍엄 시티 전에서도 베니테즈에게 골을 허용할 동안 리버풀의 중앙 수비수인 마르틴 스크르텔은 제 위치를 잡지 못하고 허우적대다 결국 골을 허용하는 데 일조하고 말았다.
③ 페르난도 토레스-스티븐 제라드, 이들 이외에 누구 없습니까
정말 간단하고 기본적인 명제지만 축구는 11명이 하는 것이지만 리버풀을 보면 마치 4명이 축구를 하는 것 같다. 이번 시즌 리버풀은 토레스와 제라드의 원투펀치와 베나윤의 드리블, 레이나의 선방을 제외하면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중하위권 팀이나 마찬가지다.
가장 문제되는 것은 이 역시 몇 년째 지속되어온 디르크 카윗에 대한 이야기다. 네덜란드리그를 평정하고 EPL로 날아온 카윗은 리버풀의 공격력을 해결해줄 해결사로 보였으나 에레디비지에서 보여준 득점력을 과시하지 못하고 결국 오른쪽 윙으로 전업하게 되었다. 그나마도 윙으로서 득점력도 딱히 나은 모습이 아니었다.
지난 08/09시즌에 와서야 12골을 득점하는 빼어난 득점력을 선보이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후 리버풀 오른쪽 윙으로서 합격점을 받으며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듯 보였으나 올 시즌 모습은 06/07시즌의 재림을 보는 것처럼 재앙과도 같은 득점률을 보이고 있다. 또한, 왼쪽 윙으로 지난 시즌 무난한 활약을 보였던 알베르토 리에라도 올 시즌의 모습은 그저 그렇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떨어진 체력은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은 모양이다.
원맨팀은 오래가기 어렵다는 말은 어느 종목에나 들어맞는 말이고, 리버풀 또한 다르지 않다. '토라드'콤비를 제외하고 전혀 위협적인 공격 옵션이 없다는 것은 앞으로도 리버풀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잉글랜드를 대표할 만한 최고의 클럽인 리버풀이 올 시즌 이토록 참혹한 결과를 맞는다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일이다. 라파 베니테즈 감독이 앞으로 과연 위기의 리버풀에 어떤 마법을 부리며 수렁에서 리버풀을 구해낼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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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앤필드 충격의 무승부, 무엇이 문제인고ⓒ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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