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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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을 수놓은 서울과 광주의 명승부

기사입력 2009.05.31 11:20 / 기사수정 2009.05.31 11:20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상암, 전성호 기자] 청명한 여름밤 하늘 아래, FC서울이 ‘쌍용’의 맹활약 속에 짜릿한 역전승과 함께 리그 선두권에 진입하며 리그 전반기를 마쳤다.

5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광주 상무의 K-리그 17라운드 경기. 양 팀은 이날 경기의 승패 여부에 따라 선두를 내 줄 수도, 탈환할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서인지, 광주는 며칠 전 열렸던 리그컵에서는 2진급을 투입했던 것과는 달리 온전한 베스트 일레븐을 투입했고, 서울 역시 각급 대표팀 차출로 출전이 불투명했던 김치우, 기성용, 이청용, 이승렬을 모두 선발로 투입하며 전의를 다졌다.

또 다시 역습 ‘한방’을 성공시킨 광주

경기 초반 미드필드에서 우위를 점한 서울은 짧은 패스 위주로 세밀한 플레이를 펼쳐 나갔고, 광주는 자기 진영에서 밀집 수비를 펼치고 뒷공간을 내주지 않으며 서울의 공세를 막아냈다. 대신 좌우 폭을 크게 벌리며 공격수들의 빠른 발을 이용한 역습 위주로 경기를 가져갔다.

이런 경기 양상은 바로 전반 8분에 결과로 드러났다. 최원권의 한번에 전방으로 길게 연결된 패스를 받은 최성국이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받아 멋진 선취골을 성공시켰다.

곧바로 공세에 나선 서울은 전반 12분, 이청용의 크로스를 받은 이승렬이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이윽고 광주의 최성국이 다시 한번 빠른 발을 이용해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으며 추가골을 노렸지만 수비에 가로막혔다. 하지만, 서울도 김치우가 곧바로 다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며 기세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14분에는 한태유도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며 계속해서 광주의 골문을 두드렸다.

서울로선 지난해 정규리그 홈경기에서도 김명중에게 선제골을 얻어맞고도 세 골을 연달아 넣으며 거둔 3대 1 역전승을 떠올리고 싶었겠지만, 지난해와는 달리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의 광주 선수들의 모습에선 지난 K-리그 3라운드에서 최성국의 골로 패했던 0-1 패배의 기억이 오버랩되고 있었다.

전반 19분에 서울의 패스워크가 빛을 발했고, 이를 이어받은 이승렬이 회심의 슈팅을 날렸지만 또 다시 김용대의 가슴으로 향하고 말았다. 광주 역시 송한복이 전반 19분 동료가 내준 패스를 중앙에서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서울 김호준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비록 스코어에선 지고 있었지만 중앙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기성용의 플레이는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반면 한태유, 김치우, 이청용 등 다른 미드필더들의 패스는 정확도 면에서 조금씩 아쉬운 모습이었다.

정통파 스트라이커인 데얀과 정조국의 공백은 서울에게 커보였다. 공격의 최전선에서 공격진의 무게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없었던 서울의 공격진은 부지런히 움직이긴 했지만 오히려 어딘가 산만하다는 느낌까지 주고 있었다. 이승렬, 이청용은 물론 2선에서 기성용, 김치우, 안태은이 빠른 발을 이용해 끊임없이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며 득점 기회를 노렸지만, 밀집된 광주의 수비에 쉽사리 통하지 않았다.

반면 선취골을 넣은 광주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통해 최성국과 김명중의 빠른 발을 이용한 역습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일대일 전술에선 서울 선수들이 광주 선수들에 앞서 있었지만, 광주는 수비수들 간의 커버 플레이가 돋보이며 서울의 공격을 막아냈다. 오히려 날카로운 역습에 공격에 무게 중심이 실린 서울을 끊임없이 위협했다.

역습상황이 전개될 때 광주는 최성국과 김명중에만 의존하지 않고 2선에서 전광현, 최원권 등이 번개같은 속도로 다른 선수들이 빈 공간으로 파고들어 공격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광주가 단순한 '선수비-후역습'의 팀이 아님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결국, 광주는 1-0으로 앞선 채 전반을 마칠 수 있었다.

동점골 이후 전세를 역전 시킨 서울

후반 들어 서울은 수비의 중요한 역할을 했던 김한윤과 안태은을 빼고 김승용과 이상협을 투입하는 강수를 두며 공격에 무게를 실으며 반전을 노렸다.

결국, 후반 4분, 상대 진영 왼쪽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은 서울의 기성용이 날카로운 오른발 킥으로 프리킥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환호하는 서울 팬들의 함성 속에서 경기 분위기는 서울 쪽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전광판의 경기장 소음도를 나타내는 그래프는 끝까지 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기세가 오른 서울은 후반 12분, 팀 동료과 멋진 2:1 패스를 주고받던 이상협이 날린 슈팅이 김용대와 광주 수비진 사이에서 혼전을 일으키는 사이 이청용이 헤딩으로 밀어넣으며 역전골까지 성공시켰다.

서울은 최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극적으로 16강에 오르는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각종 대회에서 4연승을 기록한 것이 말해주듯 확실히 시즌 초반 주춤거릴 때와는 달리 강팀다운 저력과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반면 서울의 무서운 기세에 눌린 광주는 이전까지 보여주던 안정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짜임새 있던 경기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고, 성공률 높던 전방으로의 긴 패스도 번번이 서울 수비진에 의해 차단되고 있었고, 서울의 공격진에게 이전과는 달리 빈 공간을 너무 많이 허용하고 있었다.

서울은 계속해서 눈부신 공격력을 이어갔다. 기성용은 공격과 수비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맹활약을 펼쳤다. 중원을 장악한 기성용을 중심으로 좌우 측면에서 이상협과 이청용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고, 이를 원조해주는 김치우와 김승용의 플레이는 물 흐르듯이 이어졌다.

수비에서는 박용호가 돋보였다. 중앙수비수지만 광주의 롱패스를 조기에 차단하고 곧바로 공격으로 이어나가고, 오버래핑을 통해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이었다. 초반 실점 장면을 제외하면 나무랄 데 없는 활약이었다.
 
광주는 경기는 밀리고 있었지만 순간적인 역습에서는 위협적인 모습을 만들어냈다. 다만, 공격이 잘될 때는 공격수가 수비수보다 많은 상황에 맞게 반 박자 빠르게 크로스가 올라갔지만, 뒤지는 경기 상황 때문인지 그 상황을 놓치고 서울 선수들이 수비에 모두 가담한 뒤에야 공격을 펼치는 모습은 아쉬웠다.

이후 양팀의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되었고, 추가시간 3분이 주어진 가운데 광주는 계속해서 동점골을 노리며 움직였지만, 조급함에 묻혀 전반과 같은 날카로움은 더 이상 나오지 못했다. 서울 서포터즈 수호신은 승리를 확신한 듯 ‘서울의 찬가’ 등 승리를 확신한 가운데에서만 부르는 응원곡을 부르며 환호했다.

광주는 마지막 순간 회심의 슈팅을 날렸지만 골문을 살짝 빗나갔고, 이윽고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선 김호준이 선방을 하며 간신히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부담을 떨치고 후반기를 맞이 하는 서울

이날 역전승을 거둔 서울은 비록 다른 팀보다 1~2경기를 더 치르긴 했지만 선두 광주와 승점 23점 동률을 이루며 골득실차에서 뒤진 리그 2위에 올라 후반기를 향한 밝은 전망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더군다나 6월 1일 57번째 생일을 맞게 되는 세뇰 귀네슈 서울 감독에게는 경기에 앞서 선물했던 57송이의 장미꽃보다 더 큰 승리의 선물을 안겨줄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귀네슈 감독은 “어려운 경기였다. 하지만,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알고 잘 수행한 경기였다. 전반에는 예상치 못한 상대의 놀라운 선제골에 당했고, 공격수들의 부족함도 있었다.

그러나 위험을 무릅쓰고 공격수를 많이 투입하면서 반격을 노렸고, 이것이 적중해 더 많은 찬스를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이 결국 두 골로 이어졌고, 승리할 수 있었다.”라며 전반기를 선두권에서 마치고 역전승을 거둔 소감을 밝혔다.

선두권 경쟁에 대해서도 “정규리그 초반에 승점을 많이 잃으며 시작했지만 갈수록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고, 특히 리그 1위를 달리는 상대를 이겨서 좋은 상황이다.”라며 후반기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동점골과 역전골을 성공시킨 ‘쌍용’ 기성용과 이청용은 경기 후 득점을 기록한 소감을 묻는 자리에서 나란히 “오랜만에 넣은 골이 팀 승리에 보탬이 되어 기쁘다. 이번 기회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입을 모았다.

동시에 기성용은 최근 주춤했던 경기력에 대해 “심리적 압박감이 있던 것이 사실이다. (이)청용이와도 자주 얘기하는 부분이지만, 우린 아직 스무 살, 스물한 살밖에 안된 어린 선수들이란 점이다. 이런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분명한 것은 우린 아직 성장하고 있는 선수란 것이다.”라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대변했다.

이청용 역시 이런 부담감을 털어놓으면서도 “그만큼 팀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고, 더 좋은 활약을 펼치도록 노력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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