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5.19 11:50 / 기사수정 2018.05.19 10:48
#. 전라도 광주에 사는 고등학생 A양은 배우가 꿈이다. A양은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주말마다 프로필 사진을 들고 서울로 상경한다. 4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어렵게 오디션 현장을 찾았지만 A양에게 관심을 갖는 심사위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실제 고등학생이 아니라 고등학생 역할을 할 성인 여배우를 뽑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만 믿고 오디션을 본 것이 화근이었다.
#. 캐스팅 디렉터 B씨는 최근 주연배우를 뽑기 위해 오디션을 진행했다. 하지만 좀처럼 원하는 배우를 찾을 수 없었다. 영화감독 C씨가 내세운 캐스팅 조건이 매우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C씨는 신장 170cm 이상에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고, 태권도와 승마 경험이 있는 여배우를 원했다. 결국 B씨는 감독의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기 위해 전국을 수소문할 수밖에 없었다.
오디션은 무명 배우들의 등용문이자 기회의 장이다. 하지만 현실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까운 치열한 경쟁률에, 언제, 어디서 오디션이 진행되는지 정보조차 얻기 쉽지 않다. 또 갑 중의 갑으로 군림하고 있는 제작사의 횡포까지 감내야 해야만 어렵사리 단역이라도 따낼 수 있다. 먹이사슬의 최하층인 무명 배우에게는 참으로 불공정한 게임이다.
오디션 플랫폼 '메가폰코리아'를 운영 중인 김철원 메가폰엔터테인먼트 대표 역시 "최근 불거진 미투 논란을 포함해 국내 오디션 업계는 굉장히 낙후되고 불공정한 시장"이라면서 "약자인 배우들이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 채 꿈을 담보로 여러 불편을 감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불공정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오디션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며 메가폰코리아를 소개했다.

메가폰코리아는 배우와 감독 사이에서 오디션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각종 오디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배우들이 손쉽게 오디션에 지원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배우들이 일일이 오디션 정보를 검색하고, 발품을 팔아 프로필을 돌리는 수고를 덜어준다.
김 대표는 "메가폰코리아는 단순히 오디션 정보를 볼 수 있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며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메가폰코리아의 2차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가폰엔터테인먼트는 현재 메가폰코리아에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새롭게 적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영국계 벤처캐피털 킹슬리벤처스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했다. 김 대표는 향후 메가코리아에 AI 알고리즘이 적용되면 캐스팅에 소요되는 시간과 인력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메가폰코리아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메가폰코리아에 등록된 배우들의 정보를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나?
배우들은 오디션 하나에도 목숨과 인생을 걸고 있다.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넣어서 오디션에 떨어지면 본인만 손해다. 일반적으로 가짜 전화번호나 신상을 등록하지 않는다. 본인의 키가 작은데 크다고 올려봐야 의미가 없다. 다만 스타일이나 주관적인 평가로 엇갈리는 부분들은 AI를 통해 객곽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은 없는지 궁금하다.
개인정보 보호를 중요시 여기고 있다. 절대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시스템적으로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일반 회원들은 배우들의 프로필을 열람할 수 없다. 감독이나 제작자만 가능하다. 감독이나 제작자도 단순히 회원가입으로 승인되지 않는다. 사업자 등록증과 명함 등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승인이 이뤄지고 배우들의 프로필을 열람할 수 있다.
- 향후 플랫폼에 가수도 추가되나?
그렇다. 현재는 배우와 모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향후에는 가수까지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 콘텐츠 제작도 지원하고 있다.
제작자도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이 많이 있다. 단편 영화와 같은 제작 지원을 주로 하고 있다. 회사 내에 카메라와 같은 제작 장비를 대부분 갖추고 있다. 또 원한다면 메가폰엔터테인먼트에 방문해 글도 쓰고, 미팅도 하고, 오디션도 진행해도 된다. 모든 제작 지원을 다하고 있다. 대신 공정하게 배우들의 오디션만 봐달라는 것이 우리의 조건이다. 꼭 메가폰코리아에 등록된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공정하게 오디션만 진행하면 된다. 이러한 시스템이 오디션을 미끼로 자신의 실리를 챙기려는 행위를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 제작사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제작한 콘텐츠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영화 '청춘빌라 살인사건'을 자체 제작했다. 김영호 씨 등 주연 배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메가폰코리아에서 배우를 뽑아 실험적으로 만든 작품이다.
- 오히려 제작사로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 같다.
일부 투자사들이 메가폰코리아를 잘만 키우면 엄청난 제작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개인적으로도 콘텐츠 제작 지원을 계속하고 싶다. 자체 웹드라마와 단편 등을 지속적으로 제작해 여러 기회를 창출하고자 한다. 결국 이러한 과정이 배우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배우들이 연기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대형 빔 프로젝트가 설치됐다.
-해외 진출 계획도 있는가?
한국에만 국한된 서비스를 할 생각이 없다. 미국, 동남아 등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배우는 대부분 언어보다 이미지와 연기 등이 캐스팅에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미국 등에 메가폰코리아를 서비스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사용하기 쉽도록 시스템을 바꿔주기만 하면 된다. 이를 통해 국내 배우가 할리우드 영화나 드라마에 캐스팅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메가폰코리아는 스타가 되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스타가 되기 위해선 최소한의 끼와 재능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단지 배우로서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의 장을 마련할 뿐이다. 거기서 스타가 되는 건 배우들의 역량에 달려있다. 현실적으로 링 위에 올라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번쯤은 링 위에 올라갈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최지웅 기자 jway0910@dailysmart.co.kr / 사진=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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