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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레슬러' 김대웅 감독, 자신의 이야기로 전하고 싶던 진심

기사입력 2018.05.20 11:00 / 기사수정 2018.05.20 08:49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김대웅 감독이 영화 '레슬러'로 상업 영화 감독으로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한 오랜 고민과 노력의 시간들이 '레슬러'라는 결실로 맺어졌다.

9일 개봉한 '레슬러'는 전직 레슬러에서 프로 살림러로 변신한지 20년, 살림 9단 아들 바보 귀보(유해진 분)가 예기치 않은 인물들과 엮이기 시작하면서 평화롭던 일상이 유쾌하게 뒤집히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밝은 에너지를 자랑했던 김대웅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것이 4년 전이거든요. 4년 만에 사람들에게 첫 오픈이 되는 것이잖아요. 떨리기도 한데, 이 떨리는 느낌이 굉장히 기분 좋은 설렘 같아요"라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게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도 알게 됐죠. 저희 스태프 분들이 제게 '처음의 이런 설렘을 간직하고 있지 않으면 두, 세 번째 작품을 할 때는 힘들 수도 있다. 그 감정을 계속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즐기려고 하고 있죠.(웃음)"

'레슬러'의 탄생은 오랫동안 기다렸던 순간이기도 하다. 아들 성웅(김민재)의 뒷바라지를 하며 성웅이 금메달리스트가 되길 바라는 귀보, 또 아버지를 진심으로 좋아하지만 녹록치 않은 여러 상황 속 모진 말을 뱉게 되는 성웅, 이들의 갈등이 지금의 우리 부모·자식 세대의 현실을 되새기게 하며 생각할 것들을 안긴다.

이같은 내용은 김대웅 감독이 실제 살아온 모습과도 닮아있다. 김대웅 감독은 "제 전공이 영화도 아니었고, 영화 일을 하겠다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20대 후반쯤,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리고 이렇게 10년이 지나서 영화감독이 됐고, 사람들에게 저희 영화를 소개할 수 있다는 것에 복합적인 감정이 많이 들어요. 저희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고마운 것도 크고요"라고 말했다.

영화 속 귀보의 어머니(나문희)와 귀보가 나누는 대화, 상황들은 실제 김대웅 감독이 지나온 삶의 한 부분과도 맞닿아있다.


김대웅 감독은 "중, 고등학생 때는 막연하게 영상 쪽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저희 어머니가 귀보처럼 저에게 굉장히 희생하면서 사셨거든요. 그래서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자식이 이렇게 살았으면 좋을 것 같다'는, 어머니가 원하는 제 삶의 모습이 있었을 것이잖아요. 보통의 부모님처럼 밥 굶지 않으려면 공대를 갔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저도 당시에는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몰랐기 때문에 자율전공학부로 먼저 입학을 하게 됐죠"라고 떠올렸다.

"입학해서 건축도 공부하다가, 그래도 컴퓨터 쪽으로 전공을 하면 취직도 잘되고 한다고 해 이렇게 왔는데, 그리고 20대 중후반쯤이 되니 '이게 진짜 우리 엄마가 행복한 일일까, 내가 행복한 일일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레슬러'에서 성웅이 귀보에게 '아빠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어?'라는 대사가 있잖아요. 그것처럼 저도 이게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당시에 마침 친한 친구가 단편 영화를 찍으려고 하는데 도와달라고 해서 함께 해보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이후 김대웅 감독의 유일한 필모그래피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단편 '월세와 보증금'(2009)을 포트폴리오로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가 공부했고, 영화 '범죄소년' 조감독과 '카트'의 스크립터 등 활동을 이어오다 '레슬러'의 제작사(안나푸르나필름) 이안나 대표를 만나 지금의 개봉까지 이르게 됐다.

당시 김대웅 감독은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삶이었지만, "그 전까지는 어머니가 원하는 삶만 살았다가,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기뻤다"고 회상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김대웅 감독의 부모님은 아들의 진로에 대해 많은 걱정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영화 일을 한다고 했을 때도, 처음에는 많은 반대가 있었다는 사실도 털어놓았다.

"엄청 반대를 많이 하셨죠.(웃음) 저희 어머니는 최근까지도 그러셨던 것 같아요. '레슬러'가 개봉하니까 이제서야 '아, 네가 무언가 했구나'라고 하시는데,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넌 언제 취직할거냐, 결혼할거냐' 모든 부모님들이 하시는 얘기들을 많이 들으면서 있었죠.(웃음)"

유해진 등 배우들이 "실제 감독님의 삶이 대사에도 많이 녹아있는 것 같다"고 느꼈던 점을 말했던 것처럼, 실제 귀보와 귀보의 엄마가 나누는 대사는 김대웅 감독과 그의 어머니가 나눴던 대사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제가 어머니에게 '어머니, 나랑 대화하기 싫어?"라고 하니까 어머니가 '대화를 해봤어야지, 평생 혼자 지껄였는데'라고 하신 적이 있어서, 제가 그것을 기억해놓았다가 시나리오에도 반영을 했죠. 정말 많은 부분이 어머니와 저의 대화에서 많이 가져온 것이에요."

'레슬러'의 시사회 자리를 직접 찾았던 김대웅 감독의 어머니는 영화를 본 후 눈물을 쏟았다. 김대웅 감독은 "저희 어머니가 나문희 선생님 역할처럼 말씀을 많이 하시는 성격인데, 울면서 보시긴 했지만 그러면서도 촌철살인으로 영화를 평가해주시더라고요. '너무 잔잔한 느낌이 있다. 네가 다음 작품을 하게 된다면 좀 더 엣지와 포인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솔직한 마음도 한 번 더 털어놓았다. 김대웅 감독은 "저도 제 꿈을 찾고, 어머니도 어머니의 꿈을 찾아서 각자 응원을 하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얼마 전에 어머니와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어머니가 저 때문에 행복하다고 하시는데 저는 그 행복이 자식 때문이 아니라 본인 인생 때문에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거든요. 사실 그런 딜레마가 있기도 해요"라고 설명했다.

유해진, 김민재, 나문희, 황우슬혜, 이성경, 성동일, 진경 등 세대를 아우르는 배우들은 물론 '써니', '과속스캔들'을 함께 했던 제작진 등 함께 한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 또한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첫 작품에 이런 분들과 함께 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죠"라며 미소를 보인 김대웅 감독은 열려 있었던 현장에서 또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을 이었다.


"첫 영화이기도 하니까, 제 머릿속에 큰 그림이 있다고 해도 고민이 있었을 것이잖아요. 프리프로덕션 때 유해진 선배와 그런 이야기를 나눴었거든요. '어떤 감독이 좋은 감독일까요'를 여쭤보니, 선배님께서 '자신이 봤을 때 좋은 감독은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주는 사람이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스태프와 배우들이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자기 영화라고 생각해서 참여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그 결과로 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자고 생각했어요."

최종 결정은 감독 본인의 몫이지만, 함께 한 스태프들은 김대웅 감독보다 훨씬 더 많은 경력과 경험을 자랑하는 베테랑들이었고, 김대웅 감독 역시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갈 수 있는 바탕을 다지게 됐다.

"그게 제 성격하고도 맞는 것 같아요. 감독님들도 각자의 성향이 있잖아요. 자신의 머릿속에 꿈꾸는 장면들이 정확히 편집이 돼야 완성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고, 저 같은 경우는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마법 같은 순간들을 기대하는 마음이 있거든요. 제가 생각하지 못한 순간에서 나오는 새로운 모습에 감흥을 느끼는 스타일이어서, 앞으로도 그렇게 작업하지 않을까 생각해요.(웃음)"

다시 한 번 스태프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촬영감독님부터 미술감독님까지 정말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하신다는 베테랑 스태프 분들이 오신 거잖아요. 감독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모든 스태프 분들이 그랬던 것 같아요. 그게 정말 감사하죠. 그래서 저도 정말 즐겁게 작업할 수 있던 것 같아요.(웃음)"

김대웅 감독은 '레슬러'로 귀보와 성웅이 성장하는 첫 걸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영화를 보고 부모는 부모의 입장에서, 또 자식은 자식의 입장에서 '나의 자식, 나의 부모가 행복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레슬러'를 통해 전해졌던 따스한 기운은, 결국 김대웅 감독과 어머니가 지나온 삶의 한 부분이기도 했다. 김대웅 감독은 "정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저희 어머니, 정성순 씨에게 고맙다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라고 덧붙이며 뭉클함을 안겼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서예진 기자,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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