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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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리뷰] 뮤지컬 '시라노', 우스꽝스러운 코가 아닌 내면을 보세요

기사입력 2017.08.02 13:55 / 기사수정 2017.08.02 13:55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시라노는 완벽한 남자다. 단 하나, 못생긴 외모와 거대한 코만 빼면 말이다. 알고 보면 그는 비굴함 따윈 모르는 용맹한 검객이다. 동시에 화려한 시구를 줄줄 읊는 언어의 마술사이기도 하다.

뮤지컬 ‘시라노’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지킬앤하이드'의 콤비 프랭크 와일드혼과 레슬리 브리커스의 2009년 작품이다. 프랑스의 극작가 에드몽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벨쥐락(1897)'을 원작으로 했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뮤지컬 배우 류정한이 이번 ‘시라노’로 프로듀서로 데뷔해 화제가 됐다. 

어떤 사람이 진실로 좋아지면 외모보다 내면이 절로 보인다. 정체를 숨기고 사랑하는 여인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는 시라노, 그리고 비록 늦었지만 자신이 사랑했던 자가 시라노라는 사실을 깨닫는 록산을 통해 여운을 남긴다. 

뻔한 삼각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외모는 뛰어나지만 언변이 부족한 크리스티앙은 시라노의 언어를 빌린다. 그렇다고 그를 이용하거나 악행을 저지르는 악역이 아니다. 시라노가 록산을 사랑하고 록산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자신이 아닌 시라노가 쓴 편지에 담긴 마음이라는 걸 알고는 혼란스러워한다.

다만 록산 캐릭터는 아쉽다. 사랑스럽지만, 종종 민폐 캐릭터로 비친다. 다급한 전쟁터에서 크리스티앙 옆에 있겠다고 조르고 천진난만하게 공격 개시를 외치는 모습이 현실과 거리가 있다. 

아무래도 시라노의 감정을 위주로 한 극이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낄 관객도 있을 것 같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웅장하고 서정적인 넘버는 극에 어우러지지만, 확실하게 각인되는 넘버가 없는 건 단점이다. 초연이어서 아쉬운 점은 있겠지만, 그럼에도 고전 특유의 낭만적인 스토리와 인물을 지닌 흥미로운 작품임은 틀림없다. 

연기와 가창력은 물론 뛰어난 발음과 발성을 지닌 류정한은 이번 작품에서도 빛났다. 큰 코를 분장한 그는 프로듀서와 배우를 동시에 맡아 사랑에는 소심한 시라노와 영웅적 면모의 시라노를 동시에 표현해낸다. 말미 상처를 입은 가운데 록산을 향한 절절한 연기가 돋보인다. 

최현주는 시라노가 대신 편지를 썼다는 사실을 모른 채 크리스티앙을 진실로 사랑한다고 믿는 록산 역을 맡았다.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역할답게 밝고 사랑스러운 면모를 잘 살려냈다.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두 도시 이야기', '황태자 루돌프' 등에서 활약한 그는 결혼과 출산 후 오랜만에 복귀했다. 공백기가 무색하게 안정적인 연기와 노래 실력을 보여준다.

10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프로스랩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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