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차준환의 쇼트프로그램 점수를 놓고 곳곳에서 이의 제기가 일어나는 중이다.
차준환은 기술점수(TES) 보다 예술점수(PCS)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준환은 지난 1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해 TES 50.08점, PCS 42.64점를 얻어 합계 92.72점을 기록하고 6위를 차지했다.
올시즌 쇼트프로그램 개인 최고 점수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과 국내 대회, 그리고 올림픽 리허설로 치렀던 ISU 4대륙선수권, 그리고 밀라노에 온 뒤 처음 치렀던 단체전 쇼트프로그램까지 들쭉날쭉했던 쇼트프로그램이 시즌 마지막 경기이자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깔끔하게 완성됐다.
차준환은 연기 직후 오른손을 불끈 들어올리며 '해냈다'는 감정을 표현했다.
하지만 키스앤드크라이존에서 점수를 들은 차준환의 표정은 금세 굳어졌다. 점수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92.72점을 훌륭한 점수지만 메달 후보로 꼽히는 차준환 입장에선 더 높은 점수를 받을 만했다.
차준환도 연기 직후 엑스포츠뉴스 등 현지 취재진을 만난 뒤 "시즌 베스트 점수인 건 기쁘지만 사실 점수에 조금 아쉬움은 있다", "시즌 베스트는 너무 좋지만 내가 그동안 세워왔던 점수들에 비하면 조금은 떨어진 점수라서 아쉽다" 등의 코멘트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전 피겨 선수들과 피겨 매체 등에서 차준환의 점수가 의미 있는 수치로 낮게 나왔다고 목소리를 냈다.
2006년 ISU 4대륙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일본의 오다 노부나리는 차준환 연기 뒤 "레벨3는 아니다. 내가 지금부터 한국의 빙상연맹 관계자가 돼 항의하겠다. 저렇게 잘하는데 레벨4를 안 주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라고 했다. 차준환의 전매특허인 스핀과 스텝, 특히 스텝시퀀스에서 최고난도 레벨4가 아닌 레벨3 부여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피겨 전문가로 SNS에 실시간 코멘트를 쉴 새 없이 다는 재키 웡은 차준환의 PSC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솔직히 PCS 47점 정도는 줬어야 한다. 이번 시즌 최고의 쇼트 프로그램 중 하나다"고 했다. 차준환이 3~4점은 손해 봤다는 뜻이다.
미국 피겨 전문 매체 인사이드 스케이팅도 차준환의 심판 판정의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이 프로그램은 구성, 표현, 스케이팅 기술에서 9점대를 받아야 했다"며 "42.64점은 너무 적다"고 역시 PCS에서 이해할 수 없이 낮은 점수 나온 것을 지적했다.
피겨 매체 '엘레간트 스케이터스'는 "우린 차준환이 메달 강탈당하는 모습을 생중계로 보고 있다"며 "피겨는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명확한 기준을 제공하지 않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며 "텀블링하고 나오는 선수가 나보다 좋은 점수 받게 되면 난 그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차준환 역시 쿼터 랜딩을 받은 트리플 악셀이, 스텝 및 스핀에서의 레벨3 받은 것보다는 PCS 점수가 아쉽다는 뜻을 드러냈다.
1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차준환은 같은 날 훈련을 마친 뒤 "점수를 확인했을 때 예상보다 낮아 아쉬움이 있었다"며 "기술 점수가 낮았다면 받아들일 수 있었겠지만, 구성 점수가 낮게 나온 부분이 특히 아쉬웠다"고 PCS에 동의할 수 없는 게 있음을 알렸다.
다만 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 아쉬움을 잊고 14일 프리스케이팅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차준환은 지난달 4대륙선수권을 앞두고 프리스케이팅 주제곡을 2024-2025시즌에 썼던 '광인을 위한 발라드'(Balada para un Loco)로 바꿨다.
지난해 '광인을 위한 발라드'로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프리스케이팅에서 2022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가기야마 유마를 제치고 역전 우승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만큼 이번에도 지난해 2월의 좋은 기억을 살려보겠다는 게 차준환의 각오다.
그는 이번 시즌 초반 프리스케이팅에 4회전 점프 3개를 배치했으나 최근엔 2개만 넣고 있다.
쇼트프로그램 3위인 프랑스의 아담 샤오 힘 파(102.55점)와는 9.83점 차인 것을 고려하면 4회전 점프를 다시 3개 넣을 수도 있지만 차준환은 계획을 다시 바꾸지 않고 현 프로그램을 100% 다해내는 것에 신경쓰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3위 선수와 점수 차가 크고, 메달을 따기 위해선 난도를 높이는 방법이 필요해 보이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구성 요소를 그대로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얼빈 아시안게임에서 그랬듯, 이번에도 같은 선택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차준환은 가기야마에 9.72점 뒤졌던 격차를 프리스케이팅에서 만회한 적이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