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9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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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종영①] 결말까지 현실적…한드 패러다임 바꿨다

기사입력 2017.07.31 06:55 / 기사수정 2017.07.31 04:05

이아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이창준은 괴물입니다."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 최종회에서 주인공 황시목(조승우 분)이, 한조그룹의 비리를 비롯한 정경유착의 증거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창준(유재명)을 정의한 단어는 '괴물'이다.

방송 내내 황시목, 한여진(배두나), 영은수(신헤선), 서동재(이준혁) 등 많은 등장인물과 시청자로부터 범인으로 의심받은 이창준은 '비밀의 숲'을 설계한 배후였다. 그는 윤세원(이규형)의 복수심을 앞세워 박무성(엄효섭)을 살해하고, 김가영(박유나)을 미끼로 썼다. 또 박무성 살인사건을 황시목이 맡게 한 것부터가 이창준의 계획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이로 인해 GDP의 30%를 차지하지만 2천억 원을 탈세하는 등 불법을 일삼은 한조그룹의 회장 이윤범이 구속되고 뇌물을 받고 사건을 무마해준 검사 출신 현직 의원 등의 범법행위가 만천하에 공개됐다.

이창준의 행동은 '다크나이트'에 비견할 만하다. 그는 이연재(윤세아)와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이로 인해 그의 정직함에는 상처가 생겼다. 이연재와 영일재(이호재) 중 결국 이연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후배인 황시목과 영은수 등으로부터 범인으로 의심받으면서 끝까지 자기가 스스로 부여한 임무를 다하고자 끝까지 노력했고 마지막까지 내부 고발자나 영웅이 아닌 권력의 끄나풀로 남으려 했다. 황시목의 말처럼 대를 위해 소를 희생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많은 드라마에서 이창준 같은 사람을 미화하고 남은 주인공들이 이들을 그리워하는 장면을 담아 감동적인 엔딩을 그리려고 한다. 하지만 '비밀의 숲'은 그러지 않았다. 이창준을 검사로서 존경했던 황시목도 이창준의 행동을 정확하게 비판한다. 이창준 역시 자신의 행동을 영웅적으로 포장하려 하지 않았다. 같은 맥락에서 법조계의 비리 때문에 아이를 죽인 책임이 있는 버스회사를 벌하지 못한 윤세원 같은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지도 않았다. 김정본(서동원) 등이 윤세원을 불쌍하다고 말하지만 한여진은 윤세원에게 아이를 잃은 다른 부모들을 도매급으로 넘긴 거라고 직설했다. 윤세원도 선처를 바라지 않는다. 김가영을 대하는 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통점은 판단의 기준이 감정이 아닌 법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주인공인 황시목에게 "감정이 없다"는 독특한 설정이 부여된 이유가 드러난다. 뇌물을 받고 편의를 봐주는 행동의 근원은 결국 인간의 감정이다. 하지만 황시목은 남들보다 감정이 무뎠고, 정서가 기준이 되는 사고방식은 작동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항상 법과 이성이 기준이 됐다. 만일 다른 한국 드라마였다면 결함 있는 황시목이 '따뜻한' 한여진을 만나 감정을 배워가는 게 중요한 포인트였겠지만, '비밀의 숲'은 황시목의 그런 점을 결함으로 그리지 않았다.

이밖에도 황시목과 한여진이 공조수사를 펼치면서 끝까지 동료애 내지는 우정으로 남은 것, 검사들과 경찰들이 16회 내내 쉴 틈 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 영은수와 한여진이 '여자'로서가 아니라 검사와 경찰이라는 직업인으로서 그려진 것, 황시목으로부터 한 번 더 기회를 받은 서동재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았다는 것 등이 지금까지 있었던 한국 드라마와 다른 지점이면서 동시에 '비밀의 숲'이 끝까지 웰메이드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lyy@xportsnews.com / 사진 = tvN

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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