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1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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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용이 걸어가는 배우의 길, 차근차근 그리고 우직하게 (인터뷰)

기사입력 2015.08.01 22:55 / 기사수정 2015.08.01 22:55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한성용이 영화 '연평해전'(감독 김학순)을 통해 자신의 연기 인생 속 소중한 필모그래피 한 줄을 더해냈다. 영화 역시 올해 개봉작 중 처음으로 6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며 그에게 뿌듯함을 함께 선사했다.

'연평해전'에서 그는 박동혁 상병(이현우 분)을 괴롭히는 이 병장 역을 연기했다. 이 병장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박동혁을 괴롭히는 얄미운 연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실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마주앉은 한성용은 '연평해전' 속 이 병장 캐릭터와는 달리 연기에 대한 열정은 물론, 일상 속 따스함을 지닌 33살 청년이었다. 그와 함께 '연평해전' 을 비롯해 배우, 또 인간 한성용에 대한 대화를 나눠봤다.



▲ "'연평해전'과 보낸 3년, 정말 특별했던 시간"

이 병장은 극 중 유일하게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삼지 않은 캐릭터다. 때문에 인물 해석 등 연기를 위해 신경 써야 할 부분 역시 많았다.

한성용은 "영화에는 표현되지 않았지만, 사실 이 병장은 어머니가 없는 인물이었다. 그러다보니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박동혁을 더 괴롭히려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쟁 발발 후 이 병장은 배 안으로 몸을 피하며 위기 앞에서 자연스레 나약해 질 수 밖에 없는 인간의 현실적인 모습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도 가스가 새는 특수효과 등이 더해져 현실감을 높였다. 연기였지만, 배우들 역시 실제 무서움을 느낄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잠깐 넋을 놓을 뻔도 했다"는 한성용은 "'얼마나 무서웠으면 도망쳤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석에서도 영화를 보신 분들이 '너 왜 그렇게 연기했어'라고 말하면서도, '솔직히 나도 만약 그런 상황이었으면 도망갔을 거야'라고 공감해주더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또 "통 편집이 됐지만 마지막에 병원에 입원한 박동혁 상병을 보고 오열하는 장면이 있다. 아파하는 모습을 보며 괴로워하고 용서를 구하는데, 그게 드러나지 않아 사람들에겐 더 얄밉게 느껴졌던 것 같다. 연기로 표현했지만, 이 병장의 존재가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의 중요한 매개체이자 하나의 메시지로 보여진다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알려졌다시피 '연평해전'은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3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작품이다. 그 시간을 쭉 함께 해 온 한성용은 "분장팀과 의상팀, 조천형 하사 역의 김지훈 형 역시 그 시간을 함께 했다. 그래서 지훈이 형과도 '연평해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라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시사회를 포함해 네 번 정도 '연평해전'을 지켜봤다는 그는 "워낙 고생했던 작품이라 더욱 남다르다. 모두들 '잘 안 될 거다'라고 얘기했는데, 잘 돼서 더 뿌듯한 마음도 있다. 3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을 함께 했으니 내게는 평생 가장 길게 했던 작품이 되지 않을까"라며 애정어린 마음을 표현했다.



▲ "진심을 다해 연기하는 배우로 기억될 수 있었으면"

2004년 영화 '바람의 파이터'로 데뷔한 한성용은 이보다 더 일찍부터 수많은 단역을 거치며 탄탄하게 연기력을 다져 왔다.

어린 시절 장난기 많고 활발했다는 그는 초등학생 때 처음 연극을 한 뒤, 무대 위에 서서 관객들에게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이후 고등학생이 되고 본격적으로 보조출연자를 모집하는 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연기자가 되기 위한 발을 내디뎠다.

그는 "'내 꿈을 위해 뭔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를 모르겠던 거다. 그래서 직접 발로 뛰며 시작했던 것 같다. 목표가 있으니,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도 생기는 것 같더라"고 과거를 떠올렸다.

그렇게 성인이 된 후에도 자신의 프로필을 들고 영화사에 다섯 번 이상 찾아가는 것은 기본이었고, 오디션 기회를 얻고 배역을 맡아내며 하나하나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기 시작했다.

연극과 뮤지컬 경험에 더해 영화와 드라마 속 정말 작은 단역부터 조연급까지, 이제껏 그가 출연한 작품은 숫자로만 따지면 60여 개가 훨씬 넘는다. 여기에 학창 시절 출연했던 보조출연 경력까지 합치면 이미 100개가 넘는 작품을 경험한 셈이다. 그리고 이는 그에겐 모두 소중하고 귀한 작품들로 남아있다.

물론 그 과정 속에서는 힘들고 서러운 기억도 함께 녹아있다. 한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을 당시, 촬영을 마친 후 제작진으로부터 "원래 받기로 했던 출연료에서 더 깎을 수는 없겠냐. 당신이 한 역할은 일반 스태프들이 했었어도 됐을 것 같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처음과 달라진 얘기와 태도에 적잖은 실망감을 느낀 그는 '배우로 더 성공해야 겠구나'란 생각과 함께 현장의 스태프들에게도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며 스스로를 다잡아 왔다.

연예계라는 곳은 누군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편하게, 또 누군가는 한 발 한 발 계단을 밟아나가야만 올라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난 계단을 밟아야 하더라"고 웃어 보인 한성용은 "영화 '손님'을 촬영했을 때는 크랭크인 첫 날, 모든 배우들이 모인 자리에서 연기를 해야 했다. 특수 분장도 했었고 여러모로 부담이 많이 되는 자리였는데 촬영을 마치고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잘 했다고, 고맙다고 얘기해 주신 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비록 작은 역할이었다고 할지라도, 제 능력으로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워줄 수 있었다는 게 정말 기뻤다"며 앞으로는 어려운 시기에 자신에게 믿음을 줬던 이들에게 꼭 보답할 수 있는 시간들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한성용은 현재 연기와 헬스트레이너 활동을 병행 중이다. 운동을 좋아해 축구선수의 꿈을 꾸기도 했던 그는 "'연평해전'을 기다리면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자격증을 따 시작하게 됐다. 사람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무언가를 가르쳐줄 수 있는 게 즐겁다"며 자신의 일상을 전해왔다. 현재 살고 있는 일산 집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작은아버지의 일을 돕는 것도 부지런히 살고 있는 그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3년 전 가슴 아픈 헤어짐을 겪었다는 그는 "앞으로 가장 기쁠 순간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가 아닐까. 이제야 다시 노력 중이다"라고 감수성 가득한 인간 한성용으로의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배우 한성용'으로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아버지·어머니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며 "아버지, 어머니가 나를 낳아주시고 진짜 사랑을 주셨기 때문에 내가 그 분들을 부모님으로 인식을 한 것이지 않나. 그런 것처럼, 나도 사람들에게 매 순간 진심을 다해 '저 사람 배우구나'라는 것을 인식시켜주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미래가 두렵긴 하지만, 두려우면서도 항상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남은 올 한해도 잘 마무리하고, 앞으로는 '이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실험적인 작품을 만나서 성취해내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말한 한성용.

그의 모바일 메신저 인사말에 적힌 'Show must go on'이라는 말처럼,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계속 나아가야죠"라고 자신을 채찍질해 나가는 그가 밟아갈 한 걸음 한 걸음에 기대가 모인다.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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