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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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의 꼬치꼬치] '금나와라 뚝딱', 막장이라 불리면 섭섭하지

기사입력 2013.05.20 15:15 / 기사수정 2013.05.20 16:38



▲ 금나와라 뚝딱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아버지가 같고 어머니는 다른 배다른 삼형제가 있다. 이들은 국내 최대 보석 브랜드 사주의 자식들로 겉보기에는 남부러울 것이 없어 보인다.

헌데, 속을 들여다보니 가관이 따로 없다. 첫째 아들은 어린 시절 생모가 바람이 나 쫓겨나는 바람에 새 어머니와 배다른 형제 사이에서 살아가고 둘째는 형을 제치고 아버지의 후계자 자리를 호시탐탐 노린다. 사고뭉치 막내아들은 신혼여행에 내연녀를 데리고 갈 정도로 대책이 없다. 

MBC 주말드라마 '금나와라 뚝딱'에 등장하는 대략적인 인물도이다. 이쯤 되면 '또 막장이야?'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사실 막장드라마가 판을 치다시피 하다보니 이런 질문이 나온다고 해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출생의 비밀, 불치병, 불륜 등 이른바 '막장코드'가 하나라도 들어가지 않은 드라마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금나와라 뚝딱'도 막장드라마의 굴레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배다른 형제들 사이에 권력암투가 벌어지면서 서로의 약점을 캐기 바쁜 모습은 가족이라고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다. 무엇보다 액세서리 노점상을 하는 몽희(한지혜)와 현수(연정훈)의 아내 유나(한지혜)가 어린 시절 각기 다른 곳으로 입양된 쌍둥이임을 암시해 '출생의 비밀'까지 예상케 한다.

하지만 이처럼 '막장'으로 전개될 소지가 다분함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여느 막장 드라마들과 달리 시청자의 호평을 받으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 중이다.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드라마에는 대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다. 이 드라마 또한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행복의 나침반을 놓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기획의도처럼 어려운 환경에서도 보석디자이너의 꿈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몽희와 그런 몽희의 조력자 역할을 하며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으려는 현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두 남녀주인공과 이들의 가족은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 있지만 흔히 부잣집은 악하고 평범한 집은 착하다는 식의 진부한 이분법으로 대비되지 않는다. 두 집안의 등장인물들은 누가 착하고 누가 못됐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선악의 구분이 불분명하지만 인물들의 캐릭터는 뚜렷하다.

일례로 직장 생활하는 딸네 집의 가사 도우미로 늙어버린 광순(김지영), 대학원까지 나와도 취업을 못했지만 자존심만은 굽히지 않는 막내 몽규(김형준), 중소기업에서 퇴직한 뒤 집에서 가족의 눈치를 보며 사는 병후 등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노년의 아픔을 지니고 있고, 나이가 들어도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부모의 품을 떠나지 못하며, 혹은 '끈떨어진' 애처로운 가장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부자가 되고 싶어 까치발을 딛는 몽희의 엄마 심덕은 계층 상승을 위해 온갖 허세를 부리는 인간의 솔직한 욕망을 보여주며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이룬다.



현수네 집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보이지만 과거 남의 남자를 빼앗은 경험이 있는 두 얼굴의 소유자 성은(이수경)과 자신의 자리를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현준(이태성), 첩의 자식이란 아픔 때문에 방탕한 '날라리'가 된 현태(박서준) 사이에 벌어지는 미묘한 대립은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착하지만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할 말 다하는 몽현(백진희)과 그런 몽현에게 점점 끌리는 현태 커플도 선과 악을 기준으로 명쾌하게 갈리지 않아 캐릭터를 살아있게 만든다. 

이렇듯 '금나와라 뚝딱'은 몇몇 막장 요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를 납득시키는 스토리의 개연성과 생생한 캐릭터 덕분에 막장적인 요소가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비현실성을 피해가는데 성공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인간의 허세와 실상을 냉정하게 그려내, 이야기 진행이 느슨해진다 싶으면 자극적인 내용을 더하는 기존의 막장드라마들과 차별성을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의 미묘한 심리를 캐릭터에 투영해 시청자와 정서적 교감을 이뤄내는 것이  드라마의 역할이다. '금나와라 뚝딱'이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결혼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보게 만드는 힐링 드라마로 자리매김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금나와라 뚝딱 ⓒ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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