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연예인들 중 유일한 커밍아웃 연예인인 홍석천(42)의 진솔한 이야기가 공중파를 탔다.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는 지난 4일 초청 출연자로 홍석천을 낙점했다. 이 프로의 메인 MC인 이경규는 "나는 홍석천을 초청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성적소수자들을 대하는 정서는 보편적이지 못하다. 동성애와 성전환 수술 등을 여전히 낯설어하고 멀리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반해 유럽과 북미 그리고 남미는 동성애자의 인권이 많이 개선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식에서 "성적 소수자들도 일반인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성적 소수자들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2001년 네덜란드가 세계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동성 결혼을 인정한 국가는 총 11개국이다. 남미 같은 경우 아르헨티나가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하지만 유교적 전통이 남아있는 한국은 성적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관대하지 못하다. 한국 사회는 북미와 남미 그리고 유럽보다 훨씬 보수적이다. 이러한 한국 사회는 여전히 성적 소수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커밍아웃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2000년. 국내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커밍아웃을 선언한 홍석천은 '가시밭길'을 걸어야만 했다. '힐링캠프'에 출연한 그는 "커밍아웃을 할 당시 나는 일 년에 2~3억의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한창 돈을 잘 벌 때라서 커밍아웃을 하면 수입이 줄어들 걱정도 했었다"고 한 뒤 "하지만 사랑을 지키고 행복을 찾기 위해 힘든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쁘아송'이란 독특한 캐릭터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그는 '돈'보다 '자신의 정체성'을 선택했다. 홍석천은 대중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던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했지만 그에게 손을 내민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홍석천은 '커밍아웃 1호 연예인'이 피할 수 없었던 가혹한 현실과 대면해야 했다. 커밍아웃 후 방송 섭외가 끊겨졌고 주변인들도 그를 멀리했다. 믿었던 게이 커뮤니티에서도 그는 "왜 당신같이 가벼운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우리의 대표자가 되어야하나"라는 비난도 받아야 했다.
부와 인기를 하루아침에 잃은 그는 "커밍아웃을 한 것은 후회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자신을 감추고 활동하지 않고 당당하게 밝히려했지만 우리 사회는 너무나 보수적이었고 성 소수자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그동안 홍석천은 몇몇 프로를 통해 동성애자들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하지만 성적소수자에 대한 얘기는 늘 제한돼있었고 자신의 본심을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커밍아웃 후 13년이 흐른 뒤 비로소 여과 없이 '성적 소수자'와 '인간 홍석천'에 대한 진심을 거침없이 내보냈다. '힐링캠프'는 처음으로 '성적 소수자'가 직접 출연해 그들만이 가진 사연을 세세하게 전달한 최초의 공중파 예능프로가 됐다.
'힐링캠프'는 '동성애'를 '틀림'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시청자들에게 권유했다. 또한 우리가 흔히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범위에서 벗어난 '다름'을 어떻게 이해하고 포용해야하는 지도 호소했다.
이 프로는 단순히 '성적 소수자'의 사연만 제공하지 않았다. 홍석천이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내의 인생도 되돌아볼 수 있었다. 홍석천은 "인생은 B부터 D까지 있는데 Birth(출생)로 시작해 Death(죽음)로 끝난다. 이 사이에 C가 있는데 그것은 Choice(선택)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라고 얘기했다.
삶의 선택은 그 누구도 아닌 '본인'이 하는 것이다. 개인의 선택이 사회적 규범에서 어긋나지 않으면 타인으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다. 홍석천이 선택한 '동성애 커밍아웃'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낯설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의 선택도 이제 인정받아야할 시대가 왔다. 동성애를 향한 편견으로 인해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이러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다.
홍석천이 출연한 '힐링캠프'는 동성애를 금기시하는 사회에 묵직한 돌직구를 던졌다.
[사진 = 홍석천, 힐링캠프 (C) SBS 방송 화면 캡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