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01 07:46

'26억 로또 당첨' 후 한달…내 생애 첫 경험들

기사입력 2013.01.04 17:52 / 기사수정 2013.01.04 18:02

강정훈 기자
[엑스포츠뉴스=강정훈 기자] 눈 앞이 캄캄했다. 갑자기 차가 내 앞으로 돌진하는 것 같더니,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인 교통사고였다고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말했다. 중견기업을 다니던 평범한 한 집안의 가장이었던 나는, 그렇게 병원에 누워 아내의 병수발을 가만히 받기만 해야 하는 환자가 됐다.

식사는 물론 목욕, 화장실 가는 것까지 아무것도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힘든 시기에 아내는 가장 노릇을 하는 동시에 나의 손발이 돼 주었다. 아내가 있었기에 오랜 입원 생활과 재활 치료를 견뎌내 상태는 호전될 수 있었지만, 완치가 불가능했고 교통사고 후유증까지 남아 하던 일을 계속 할 수는 없었다. 결국, 나는 일용직 근로자로 취직했다.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기울어진 가세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못할 것이 없었다.

그렇게 새로운 생활에 적응을 해 나갈 무렵, 자꾸 악몽을 꿨다. 잠을 잘 때마다, 교통사고 당시의 장면들이 머리 속에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밤마다 계속되니 신경 안정제까지 먹어가며 충격을 달랬다. 교통사고, 결코 만만한 녀석이 아니었다.



평범한 토요일 저녁,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아내와 함께 저녁을 보내고 있는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무심코 받은 전화 한 통에,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축하합니다, 회원님. 517회 로또 1등 당첨되셨습니다”라는 한 로또복권 전문업체(lottorich.co.kr) 직원의 목소리가 마치 이 세상 소리가 아닌 것처럼, 멍하니 울려 퍼졌다.

인터넷을 하다 알게 된 이 업체(lottorich.co.kr)에 가입을 하고 번호를 받아 매주 꾸준히 로또를 사온 지가 벌써 1년. 큰 기대 없이, 그저 즐거운 상상을 하며 구입했던 로또가 517회 추첨에서 1등에 당첨된 것이다. 무려 26억원의 당첨금이 걸린 1등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농협 본점 앞에 찾아가, 세금을 제외하고 남은 18억원의 로또 1등 당첨금을 찾아온 지가 벌써 한 달이나 지났다.



당첨금을 찾고 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다른 여느 당첨자들과 비슷하게 ‘빚’을 갚았다. 병원에 있는 동안 늘어난 빚 때문에 항상 마음 한 켠에 묵직한 돌을 얹은 듯 했는데, 빚을 갚고 나니 마음이 평안해졌다.

그리고 아내의 소원대로 이사를 했다. 살면서 한번도 자신의 이름으로 된 것을 가져보지 못한 아내를 위해 공동명의로 집을 구입했다. 계약서를 받아 든 아내의 눈에서 눈물이 비쳤다. 기쁨의 눈물임이 틀림없었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진작 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당첨금을 날 위해서만 쓴 것은 아니다. 한 아동후원단체를 통해 일대일 후원을 시작했다. 내게 여유 자금이 생기면 꼭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겠다고 나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나 자신도 힘든 시간을 겪었기에, 이렇게 소소하지만 누군가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새삼 느끼고 있다.

지난달에는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신문과 방송과 인터뷰도 했다. 기자들과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많이 낯설었지만 그래도 나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찾아준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로또 1등에 당첨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또 다른 1등 당첨자들과의 만남이었다. 477회와 487회, 501회 1등 당첨자들이었다. 주로 신변안전과 재테크에 관한 현실적인 조언을 들었다. 상황이 다들 나와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생애 처음 경험하는 일들로 인해 무척이나 바쁜 한 달이었다.

초라하고 힘들었던 삶에 이제는 여유로움이 조금씩 묻어나는 듯 하다. 무엇보다 아내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것이 가장 기쁘다. 이런 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난, 지금 행복하다.

[사진 = 로또리치 제공]


 

강정훈 기자 mousy00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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